(한미 FTA) 관련

한미 FTA는 어떻게 공공을 파괴하는가

道雨 2011. 11. 17. 12:26

 

 

 

    한미 FTA는 어떻게 공공을 파괴하는가

[기고] 한미 FTA 발효되면 전기·수도 요금은?

(프레시안 / 송기호 / 2011-11-1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전기, 수도, 가스, 철도, 우편 요금에 대한 규정이 있다. 16장의 ‘지정 독점(designated monopolies)’ 조항에서는 이 요금을 ‘오로지 상업적 고려에 따라서만’ 매기도록 원칙으로 정해 놓았다.


기업 논리에 따라 공공요금을 매기도록 함

여기서 상업적 고려에 따라서는 무슨 뜻인가? 16장을 보면, 그 의미가 해당 산업에서 민간 기업의 통상적인 비즈니스 관행과 합치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오로지 상업적 고려에 따라서만 요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은 원가보다 싼 값에 전기나 수도를 공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현재 ‘산업용 전기 할인’과 같이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공공요금은 계속 유지될 수 없다. 인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의무를 면할 수 있는 예외가 있는데, 여기에는 두 개의 조건이 붙어 있다. 첫째 그 공공 서비스를 판매할 때에 미국 투자자나 미국의 서비스 공급자를 차별하지 않고 대우할 것과, 둘째 민간 회사와 경쟁하는 시장에서 미국 투자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경쟁적 행위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지 말 것이다.

우편요금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정부가 원가와 관계없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우편 요금을 책정할 수 있으려면, 우체국이 유피에스(UPS)와 같은 미국의 특송회사의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경쟁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 지난해 말 경남 창원시 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이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공공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된 후, 이런 기자회견이 얼마나 더 열릴까? ⓒ뉴시스


왜 민간 기업의 독점 가격은 적극 규제하지 않은가?

정부는 위와 같은 두 개의 조건을 지키면 되므로, 공공요금 책정의 자율성을 지켰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두 조건은 너무 까다롭다. 미국 회사들이 쉽게 치고 들어올 수 있다. 특히 문제는 두 번째 조건이다. 우체국과 같은 독점은 독점 자체가 미국 특송 회사의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쉽다. 편지 배달을 독점하는 것 자체가 택배 영업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그 결과 미국 특송 회사의 영업에 영향을 주기 쉽다.

그러므로 나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회사들은 전기, 철도, 수도, 우편 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할 것으로 본다. 그래야 민영화에 참가하여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들이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 돈을 벌러 들어 올 경우, 공공 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원가를 뽑을 수 없다.

여기서 꼭 제기하고 싶은 문제가 왜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의 민간 독점 기업의 독점 가격에 대하여는 그토록 희미하고 무기력하게 규정하고 있는가이다. 한미 FTA의 ‘경쟁’ 조항을 보면 앞에서 본, 기업 논리에 따른 공공요금 가격 결정 조항은 있지만, 반대로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민간 독점 기업의 독점 가격을 규제하는 효과적 장치는 없다.

결국 이름만 ‘경쟁’이지, 어떻게 하면 한국의 공기업 구조를 미국 기업의 이익에 맞게 바꿀까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그리고 덩치가 큰 미국 기업과 작은 한국 기업 사이에 어떻게 하면 진정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것인가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대규모 미국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한국의 우체국 보험, 농협 공제를 규제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우체국은 더 이상 새로운 보험 상품을 출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한미 FTA에 있다. (13장)


민영화 시 공공요금 산정도 투자자 국가 중재 회부

특히 한미 FTA에는 매우 강력한 장치가 있다. 전기, 물, 도로 서비스가 민영화될 경우, 미국 기업은 이익 보장을 위하여 매우 두꺼운 투자 계약을 한국 정부와 체결한다. 이 계약에서의 핵심은 공공요금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이다. 그런데 한미 FTA는 이러한 사적인 투자 계약을 한국 정부가 이행하지 못할 경우에도 한미 FTA의 투자자 국가 중재(ISD) 회부를 할 수 있게 했다.(11.16조) 그리하여 만일 한국이 패소할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역 보복을 당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민영화가 될 경우 공공요금의 산정은 더 이상 투자자와 한국 정부 사이의 사적 계약이 아니게 된다. 국민의 부담과 직결되는 공공요금 산정에 대해, 국가가 공공복리를 고려하여 개입할 자리가 사실상 없게 된다.


한번 민영화하면 되돌릴 수 없다

한미 FTA는 민영화 정책 조항을 부속서 II에 두었다. 그래서 이미 민영화가 되어 버린 곳에 대해선 한국 정부는 정책 자율성을 가질 수 없다. (미래효) 그리고 앞으로 일단 민영화가 되면 국유화로 되돌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수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속서 II에서의 민영화 정책 자율성도 제한이 있다. 원래 민간 기업이었는데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공기업이 된 곳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정책 자율성이 없다. 즉 미국 기업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민영화 정책은 부속서 I에서 한국이 약속한 외국인 소유 지분(가령 한전의 경우 100분의 40) 허용을 지켜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 시 한국 근로자 고용은 보장되는가?

한미 FTA 19장에 있는 ‘노동’ 조항은 과연 노동자를 보호하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미 FTA는 노동자의 권리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한미 FTA는 자동차 노동자의 야간 근로제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그 결과로 한국 차가 미국 차보다 더 값이 싸고 경쟁력이 생겨 미국 차가 적게 팔릴 경우에만 문제로 삼는다.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에 적용된다.)

그러므로 공기업이 미국 기업에 의해 민영화되어 한국 근로자의 고용 보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관심이 없다. 어느 모로 보나, 한미 FTA는 기업의 이익, 그것도 거대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국제법적 장치이다. 그것은 시민의 공공복리에 봉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이 누려온 최소한의 삶의 안전장치마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내어 놓아야 한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투자자 국가 중재권이 그러하듯이 시민이 만든 헌법 그리고 시민의 대표자들이 만든 법률도 기업의 이익 앞에서는 물러나야 한다.

 

송기호 /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