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돈 빌려서 전쟁하는 나라

道雨 2012. 1. 20. 12:12

 

 

 

                 돈 빌려서 전쟁하는 나라 

 

미국, 전쟁 계속하면 파산 위험성
한-미 동맹 긴급대책 필요한 시점
2013년 한국 대통령의 생각은 뭘까

 

 

»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
얼마 전 한 주한미군 간부가 미국에 출장을 다녀오면서 직항을 이용하지 못하고 아랍에미리트를 경유해 지구를 반 바퀴 돌아서 왔다.

출장 경비가 부족해서 값싼 환승 노선을 선택하다 보니 하루면 도착할 거리를 이틀 걸려 왔다. 미군은 지금 돈이 없다.

 

이명박 정부는 당장 국방과 외교, 경제 분야의 최고 인재를 모아 ‘한-미 동맹 긴급점검반(TF)’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10월 말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에서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2시간30분간의 장관 회담 중 1시간30분 동안 돈타령을 했다. 한국이 빨리 국방예산을 증액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걸 눈치챘다면, 정부는 미국의 슈퍼위원회가 재정삭감 규모 합의에 실패한 지난해 11월에는 한-미 동맹에 대한 긴급대책을 수립했어야 했다.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주국방을 하든지, 아니면 평화공존 정책으로 전환하든지 어떤 대책이라도 나왔어야 한다.

 

이런 마당에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국방력 감축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한다. “역사상 한-미 동맹이 가장 좋다”는 자기최면에 빠져서 미국의 상황 변화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돈과 전쟁의 상관관계는 너무나 뚜렷하다.

미국은 200년 전에 네덜란드와 프랑스로부터 돈을 빌려 독립전쟁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현명하게 조달된 국가의 부채는 국가적인 축복”이라고 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서 미국은 외국에서 차입 없이 국내에서 국채를 발행해 전쟁을 수행했다. 유독 한국전쟁만 빚 없이 재정으로만 전비를 충당했으나 재정능력이 고갈될 즈음에 트루먼 대통령은 서둘러 휴전협정을 추진했다.

 

골드만삭스 임원인 로버트 호매츠는 저서 <자유의 대가>에서 20세기 미국의 군사적 성공 요인으로 막대한 세수, 대규모 국채 발행, 가공할 무기제조능력을 꼽았다.

그러나 재정능력을 넘어서는 전쟁을 수행하면 미국의 정부는 파산 위기로 간다.

 

바로 그런 위기가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나타났다.

최초 예상한 전비보다 20배가 넘는 1조달러를 지출한 데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금융위기까지 겹치자 이제는 끔찍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독립전쟁 당시와 같이 앞으로 미국은 외국에서 돈을 빌려 전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금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능력을 지탱하는 것은 국가채무이고, 그 덕분에 국방력이 유지된다. 미 재무부가 발행한 9조달러 증권의 절반을 외국 투자가와 정부가 매입하였고, 그중에서도 중국이 1조1000억달러로 가장 큰 비율을 점하고 있다. 즉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력을 유지한다는 역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21세기 초에 미국은 독립전쟁 이래 처음으로 외국의 자본에 의존하는 전비조달체계로 회귀했다. 이런 미국은 전쟁을 수행할 자신감과 배짱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중국 견제? 웃기는 얘기다.

 

게다가 재정긴축 프로그램이 강제 시행된다면, 2013년부터 국방비에서 6000억달러를 추가 삭감하는데, 이에 대해 미 의회예산국은 “국가안보에 치명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테러와의 전쟁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현대의 전쟁 양상의 가장 큰 특징은 천문학적 비용이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재정도 파산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물론 가장 간편한 해결방안이 있다.

전쟁을 포기하고 평화공존과 협력으로 가는 것이다.

바로 이런 재정상의 문제가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가장 확실한 이유가 될 것이다.

2013년에 한국의 대통령이 맞이할 시대상이다.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