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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고 추잡한 ‘권력형 게이트’, 외교부 뭘 감추고 있나?

道雨 2012. 1. 25. 11:14

 

 

 

 


 황당하고 추잡한 ‘권력형 게이트’, 외교부 뭘 감추고 있나?

                                                      (블로그 ‘사람과 세상 사이’ / 오주르디 / 2012-01-21)


정부 핵심 부처와 청와대, 감사원, 광물자원공사 등이 연관돼 있는 ‘권력형 게이트’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 손을 댈까?

 

업체는 매장량이 엄청나다고 부풀렸고 외교통상부는 부풀린 수치 그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었다. 허위 보도자료는 주가 조작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외교통상부, 국무총리실, 지식경제부, 광물자원공사 고위 직원들과 가족들은 미공개 정보를 빼내 시세차익을 챙겼다.


정부 핵심 부처가 주가 조작 유도?

카메룬 정부로부터 4억 2천만 캐럿이 매장돼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는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가 언론에 배포되자마자 CNK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불과 3주 만에 3000원대였던 주가가 1만 5000원으로 뛰어올랐다.

덕분에 CNK 대표는 800억 원대의 부당 시세차익을 챙겼고, 에너지자원대사 등 외교부 직원들은 자신의 친인척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줘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두도록 도왔다.

문제의 발단은 2010년 12월 17일자 외교통상부 보도자료. 외교통상부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관련’ 제하의 보도자료에서 “우리나라 CNK사(대표 오덕균)는 카메룬 CAPAM(정부기업)과 공동으로 카메룬 동남부 Yokadouma 지역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을 추진하였으며 2010.12.16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의 황당한 보도자료

외교통상부는 매장량이 약 4.2억 캐럿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이 1.7억 캐럿인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양이라고 소개했다. CNK와 오덕균 대표를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외교통상부는 보도자료에 “오덕균 대표는 카메룬에서 사금 채취사업을 하면서 사회봉사, 조림, 고용창출 등을 통해 카메룬 정부의 높은 신뢰를 획득”했으며 이 덕택에 광산 개발권을 얻게 됐다고 오 대표를 한껏 띄웠다.

 

문제의 발단이 된 ‘보도자료’ (출처: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거론돼 왔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에 회의적이었다. 사업성을 담보할 수준의 매장량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9년 3월 CNK가 카메룬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가 공개된다. 이 보고서에는 양질(평균 품위 0.34)의 다이아몬드가 4억 2천만 캐럿이 Yokadouma 지역에 매장돼 있다고 돼 있다. 외교통상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1차 보고서 ‘매장량 4억 2천만’, 2차 보고서 ‘매장량 적어 개발가치 없음’… 외교부는 수정보고 받고도 1차 보고서 인용해 보도자료 작성

하지만 2차 보고서가 있었다. 1차 보고서 1년 뒤 2010년 2월 카메룬 정부의 요청으로 CNK가 2차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때 작성된 보고서의 내용은 1차(2009년) 보고서와 딴판이다. 고작 0.00~0.05 정도의 품위에 매장량도 형편없어 사실상 개발가치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개발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2차 보고서는 2010년 12월 16일 카메룬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문으로 외교통상부에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김재균 의원이 확인한 사실이다.

매장량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명시돼 있는 2차 보고서가 외교통상부에 보고됐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외교통상부는 이 보고서를 무시하고 1차 보고서 내용 그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2차 보고서를 받아본 다음 날 언론에 배포했다.

고의성이 다분해 보인다. 1차 보고서와 딴판인 ‘수정 보고서’를 받아 보고도 매장량을 잔뜩 부풀린 1차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행위는 실수로 보긴 어렵다.

의혹투성이다. 당시 국무총리실 차장이었던 ‘왕차관’ 박영준은 2010년 5월 민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카메룬 정부를 방문해 CNK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개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돼 있는 2차 보고서가 작성된 지 3개월 뒤였다. 2차 보고서 내용을 ‘왕차관’이 몰랐을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청와대, 감사원, 왕차관, 한나라당 결산소위… 모두 수상하다

개발 가치가 없는데도 한국 업체에게 개발권을 주라고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한국정부의 고위관리를 카메룬 정부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망신살이 뻗치는 대목이다.

청와대도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황당한 보도자료’ 두 달 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권재진 현 법무부장관이 이 사건을 내사했다. 하지만, 아무런 결론 없이 사건을 덮어 버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태근 위원은 청와대까지 연루됐다며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수상하다. 정태근 의원은 “지난해 9월 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청구 결의안을 처리할 때 예결위 결산소위 한나라당 의원들 태반이 결사적으로 반대해 ‘이거 안 하면 탈당하겠다’고 해서 관철시켰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추잡한 ‘권력형 게이트’

CNK 주가 조작 의혹이 크게 논란이 돼도 어찌 된 영문인지 감사원은 조사결과 발표를 지연시키고 있다. 상당한 권력 실세가 개입해 손을 썼기 때문일까?

외교통상부는 개발 가치 없는 것으로 판단한 2차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차 보고서가 실제 존재하고 정부에 전달된 게 맞다면 이건 조직적으로 행해진 ‘권력형 게이트’다.

추잡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허위 보고서를 토대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주가 조작을 유도한 꼴이다. 그 틈에 고위 공무원과 가족들은 미공개 정보를 빼내 시세차익을 챙겼고, 정부 핵심 부처와 권력 실세가 줄줄이 연관돼 있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