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이명박의 ‘말하지 못할 사연’과 駐美대사 전격 경질

道雨 2012. 2. 20. 12:27

 

 

 

     이명박의 ‘말하지 못할 사연’과 駐美대사 전격 경질

                                                                        (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 2012-02-19)


제22대 주미대사 한덕수가 경질됐다. 이제 곧 주미대사는 다른 인물로 교체될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가 이 문제로 시끄럽다. 갑작스러운 대사 교체와 관련해 양국 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뼛속부터 친미라던 이명박은 왜 이런 외교 결례를, 그것도 임기 말에 자행해야만 했나.

이명박은 일정이 있어 국내에 출장 온 한덕수를 불러서 경질을 통보하고는 ‘무역협회장’ 자리를 대신 줬다. 한덕수는 ‘이명박 정부와 임기를 함께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가 임기에 대해 자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랬던 그는 정확히 임기 1년을 앞두고 떠나게 된 것이다. 역대 주미대사의 역할에 대한 논쟁은 있었지만 ‘사퇴 경위’가 논란이 된 첫 케이스를 이명박이 만들어냈다. 도대체 한덕수는 왜 경질되고 무역협회장이 되어야만 했을까.

▲ 차기 무역협회장으로 추대된 한덕수 주미대사가 1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장관과 만나 이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경질 시점에 주목한다. 무엇 때문인지 이명박의 결정은 즉흥적으로 판단된다. 애초 한덕수는 20일~24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되는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할 목적으로 일찍 귀국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이명박과 면담하고는 다음날인 16일 돌연 사직서를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제출한다. 그리고 17일 무역협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된다. 한 개인으로도 매우 ‘긴 한 주’를 보냈을 것이다.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할 무렵 한덕수는 과연 자신이 이틀 후 무역협회장이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명박과 면담 자리에서 모종의 말 하지 못한 대화가 오간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명박의 즉흥적 경질은 사전에 참모와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15일 ‘그만두겠다’고 이명박에게 말했을 한덕수의 후임이 곧바로 발표되지 않고 ‘빨라야 내주 초’일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이 사전에 한덕수 경질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친미 보수세력이 이 사건을 얼마나 중대하게 인식할지 걱정했을 것임에도 후임 인선을 곧바로 내놓지도 못했다.

추측할 수 있는 경질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FTA 전도사’ 역할을 수행했던 한덕수를 4.11 총선 때 국내에 두고 ‘총선 활용’ 목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이 FTA 재재협상을 내세웠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음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다른 가능성으로는 이명박이 개인적으로 주문했을 한덕수의 역할에 대한 미진함이 있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그의 공적 업무 때문이라면 3월 ‘핵 정상회의’도 있고, 이란 원유 제재 사태도 있기 때문에 경질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종의 개인적 ‘민원 창구’ 역할도 생각해 봄 직하다.

두 가지 가능성을 살펴봄으로써 이명박의 현재 처한 상황에 접근해 보자.


첫 번째 가능성 - 총선 활용을 위해서 주미대사를 경질했나?

▲ 한덕수 주미대사의 ‘돌연사의’에 대하여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로드빅의 세상보기

FTA 재협상 파문으로 민주당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조용히 기회를 보던 박근혜가 전면에 나서서 ‘민주당에게 나라 못 맡긴다’는 도덕군자 얘기를 던졌다. 조중동을 비롯해 보수세력들이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일방적인 야권의 싱거운 승리가 예상됐던 4.11 총선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민주당의 총선본부장은 뜬금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과반의석은 어렵다’고 힘겨움을 토로해야 했다.

민주당의 힘겨움은 바꿔 말하면 박근혜당의 희망이기도 하다. 야권이 선거압승을 하면 BBK, 4대강, 내곡동 등 각종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로 이명박 빼고는 모두 사법처리가 예상되는 절박한 상황에 이명박과 그의 일가가 놓여 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기댈 사람인 박근혜당에게 희망이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의 서곡은 FTA와 제주 강정마을 등 노무현 정부 당시에 추진했던 정책에 대한 것들이다. 다시 이명박에게 노무현이 희망의 이름이 되는 것인가.

FTA 파문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예상해 보면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다르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만일 이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마라톤 42km 앞서다가 0.195km 남겨두고 추월당하는 허망한 상황이지 않은가. 사실 이명박이 재협상한 FTA의 ‘개악’ 내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한번 붙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당시에 FTA를 지휘했던 한덕수가 ‘노무현 FTA나 이명박 FTA는 같다’고 주장하고 나선다면? 그리고 이를 조중동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노무현 정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말들이 다른가’하고 비판하기 시작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민주당의 후보 중에는 친노 후보들이 좀 많은가.

아니나 다를까. 전격 경질되고 짐 챙기려 미국으로 돌아간 한덕수는 경질된 처지에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FTA의 중요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다. 그는 “미 정부도 한국 야당의 반대가 있다는 데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국가 전체가 컨센서스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떠나는 와중에서도 미국 입장에서 생각하는 한덕수의 사고방식이 놀랍다. 한국 야당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나? 일방적인 날치기로 통과시켜 놓고 ‘국가 전체의 컨센서스’를 운운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맡게 되는 무역협회장 자리도 묘하다. FTA는 결국 무역을 더 많이 하자는 것이고, 한덕수는 무역협회장이니 신임 협회장이 된 그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얼마나 ‘FTA 중요성’을 강조하겠는가. 유감스럽게도 그가 조명을 받는 시점이 4.11 총선 직전이 아닌가.

절박한 이명박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4.11 총선에서 신승 혹은 선전해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 조사를 진행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FTA 재협상을 지속적으로 건드려서 민주당의 말 바꾸기를 공격해서 중도성향의 유권자를 데리고 올 수만 있다면 ‘주미대사 하나쯤’ 그는 경질할 마음을 전격적으로 먹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가능성 - 퇴임을 앞둔 말 못할 개인적 Needs에 따라 경질했나?

다음 주 초에 발표된 후임 주미대사는 미국으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부임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실제 4월부터 업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정권이 교체되면 주변 4대국 대사들은 새로운 정권에서 대사를 내보내기 때문에 신임 주미대사의 임기는 정확히 10개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이해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곧 교체된다? 뭔가 석연치 않다.

중요한 자리인 만큼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사람을 보낼 것이다. 이명박은 미국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몇 가지 ‘개인적 사안’들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BBK의 진실. 김경준과 에리카 김 그리고 이명박의 인연이 미국에 있다는 점이 묘하다. 내곡동 사저 파문 당시 이명박에게 땅을 팔았던 ‘수양’ 주인이 간 곳도 미국임이 묘하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도 빼놓을 수 없겠다. 여러 과학적 정황들은 여전히 이명박이 내놓은 ‘Smoking gun’에 대해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그리고 사실이 드러나면 결과에 따라서 이명박은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인데 미국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다. 혹은 ‘다스’ 본사의 해외 이전설 관련해서 도움받을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야당에게 모든 권력이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만 하는 이명박 입장으로서는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뒷일을 책임질 누군가가 필요했을 수 있다. 한덕수는 FTA 전도사이긴 하지만 ‘이명박의 남자’는 아니지 않은가. 개인적 업무를 비밀리에 요청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함을 고려해야 한다.

▲ 국민일보 18일자 3면 기사


민주당에게 고함! 한덕수 경질의 외교적 결례를 집중 공략하라

첫 번째 이유이든, 두 번째 이유이든 그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후임 물색도 없이 주미대사를 경질한 것은 이명박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고려하고, 김정일 사후임을 고려하고, 북한 핵 문제를 고려하면 교체의 효익이 없어 보임에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듯이 이는 명백히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경질 실체가 드러난다면 사익을 위해서 외교적 수단까지 동원하는 막가파식 정치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논평다운 논평도 내놓지 않는가. 강하게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집권을 노리는 강력한 세력답게 현집권세력의 잘못에 대해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덕수 사건만큼 좋은 소재가 또 어디에 있는가. 이런 식으로 외교를 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중국을 무시하면서까지 친미 사대외교를 한 이명박 정권의 외교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는가. 이보다 더 국민에게 불안을 주는 인사가 또 어디에 있었던가.

경질의 전격성과 의외성 그리고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대단히 어색하고, 공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민주당의 분발을 촉구한다. 한덕수 미스터리를 조기에 풀면 의외로 FTA 재협상으로 수세에 몰린 현재의 상황도 급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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