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청와대, ‘관봉 돈뭉치’ 의혹 직접 밝히라

道雨 2012. 4. 6. 10:41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이 ‘관봉’ 형태의 돈다발로 밝혀지면서 청와대로 쏠리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돈의 출처와 유통 경로를 밝힐 결정적 단서라는 관전평도 무성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멀리 검찰 수사까지 갈 것도 없다. 제대로 정신이 박힌 청와대라면 신속히 자체 조사를 벌여 진상을 밝히고 이에 합당한 조처를 내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쪽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은행의 큰 지점에서는 관봉 상태로 내주는 것이 흔하다”며 “사실을 왜곡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관봉 돈뭉치를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은 은행권 사람들한테는 상식에 속한다. 특히 비닐 포장마저 찢지 않은 관봉권이 일반 영업점 고객에게 그대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오히려 이런 특이한 돈뭉치가 나올 곳은 청와대와 거래하는 은행밖에 없으리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의 위상 때문에 거래 은행 쪽에서는 항상 새 돈을 준비해놓고 있으며, 청와대에서 내달라고 하면 인출 목적 등도 묻지 않고 응하는 것이 관례라고 은행 관계자들은 말한다. ‘힘있는 기관’ 사람이 아니면 추적이 가능한 관봉 돈뭉치를 그대로 넘기는 ‘간 큰’ 행동을 했겠느냐는 비아냥도 무성하다.

이런 세간의 의구심에 대답해야 할 곳은 청와대다. 애초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라고 주장했던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은 뒤늦게 “아는 분이 마련해준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주장의 신빙성도 따져봐야 하겠지만, 과연 ‘아는 분’이 누구냐가 관심의 초점이 아닐 수 없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5천만원은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는 말을 류충렬 전 관리관한테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장 비서관은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번 관봉 돈뭉치 사건은 결코 쉽게 넘어갈 수도, 또 넘어가서도 안 될 사안이다. 돈의 조성과 전달 과정에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개입 냄새가 물씬 풍겨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딴청만 부릴 게 아니라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별로 근거도 없는 지난 정권의 사찰 의혹을 꼬치꼬치 캐는 열정에 비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는 너무 낯두껍다.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 외면하고 부인한다고 진실이 묻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 2012. 4. 6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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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건넨 ‘입막음’용 현금

‘입막음용 현금’ 출처 관심
장진수에 전달된 나머지돈 6천만원 출처 캐기 나서
진경락 오늘 출석 요구…다른곳에도 돈갔을 가능성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장진수 전 주무관이 ‘입막음용’으로 받은 5천만원의 출처를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지원관실 하드디스크를 삭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에게 6일 오전 출석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5천만원은 청와대 돈? 

검찰은 5일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 전 주무관을 상대로 지난해 4월13일, ‘관봉’으로 묶인 5천만원을 전달받은 경위와 자금 출처를 추정할 만한 단서는 더 없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돈이 건너간 시점이 장 전 주무관의 항소심 선고 직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은 2010년 11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최종석 전 행정관은 “항소심에서는 벌금형이 나올 것”이라며 그를 다독였다.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공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4월12일 항소심 재판에서 1심과 같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고,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은 그 다음날 장 전 주무관을 만나 ‘관봉’ 형태의 돈다발을 건네게 된다. ‘폭발 직전’인 장 전 주무관에게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돈다발을 안긴 셈이다. 이 돈은 장 전 주무관의 항소심 판결 뒤 급하게 마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류충렬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며 줬다”는 장 전 주무관의 진술에 착안해, 청와대와 거래하고 있는 시중은행을 파악하는 등 돈의 출처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심부름꾼이 현금 ‘배달’ 

장 전 주무관은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때 기소된 뒤 “장석명 비서관이 마련했다”는 5천만원 등 3차례에 걸쳐 모두 1억1천만원을 받았다. 2010년 8월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장 전 주무관에게, 최종석 전 행정관이 변호사 비용이라며 4천만원을 건넸다. 이 돈의 심부름을 한 사람은 이동걸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었다. 관봉 형태의 5천만원이 건네지고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에는 공인노무사 이우헌씨가 “이영호 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며 2천만원을 전달했다.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너간 1억1천만원은 모두 ‘심부름꾼’을 통했고, 현금 형태로 건네졌다. 고민이 깊은 장 전 주무관을, 추적이 쉽지 않은 현금으로 은밀하게 회유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장 전 주무관의 폭로가 구체적인 만큼, 돈을 건넸다고 지목된 사람들은 돈 준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비용 4천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넨 이동걸 보좌관은 최근 검찰에 “노동계 인사들 여러 명이 모아서 준 돈”이라며 확인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십시일반’에 참여했다는 인사들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런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다른 사람도 현금으로 회유? 

검찰은 장 전 주무관뿐만 아니라 이 사건의 다른 관련자들에게도 현금이 건네졌을 가능성을 수사중이다. 앞서 장 전 주무관은 “이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7명에 대해 케어(관리)할 수 있는 담당자들이 정해져 있다”는 말을, 지난해 1월 진경락 전 과장의 후임자인 정아무개 과장에게서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이 건너간 것처럼 다른 6명에게도 현금다발이 건네졌을 공산이 크다. 검찰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2010년 9월, 구속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 전 과장의 가족들에게 건넨 ‘금일봉’의 성격과 출처도 쫓고 있다.

김태규 노현웅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