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의혹,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고대한다.
의로운 자, 독고탁에게 보내는 격려
(서프라이즈 / 캐논 / 2012-06-14)
다수가 시류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신상철씨는 달랐다. 2년이 지난 지금 천안함 사고에 대한 원인 공방이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적어도 지난 2년간 천안함 사고 하나만 보더라도 한국사회는 죽어있다. 지성은 물론이고 이성조차 마비된 상태이다.
사고원인에 관한 한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해졌다. 진실이 ‘빨갱이’ 덧칠에 묻혀 버린것이다.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자 진실규명을 향한 장족의 발전이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이 재판은 이 시대를 나타내는 몇몇 사건과 함께 후세에 지속 회자 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 중심에 신상철씨가 서 있다.
그는 사고 직후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정부발표에 의혹을 제기해왔다. 급기야 그는 몇몇 해군인사로부터 형사 피소되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천안함 침몰 원인은 진실이요, 신상철씨의 주장은 허위라는 것이다. 그 허위로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형식이든 방법이든 상관없이 신상철씨는 정부를 상대로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 기회를 얻고자 노력해 왔다. 그는 차라리 피소라도 되었으면 하였다. 할 수만 있다면 법정에서 진실을 찾아낼 기회를 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과정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재판이 열리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신상철 그는 마치 고소인인 양, 고소인들은 마치 피고소인인 양 서로에게 내보여야 할 분위기가 바뀌어 버렸다.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을 입증하고 따져야 할 고소인 측은 도망자의 형국이고 피고소인이 마치 피해자인 양 의욕적으로 재판에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재판을 방청한 사람들은 피고소인 측의 변호인과 검사석이 뒤바뀐 듯 착각할 정도라고 방청 소감을 알리기도 했다. 하기야 천안함의 사고원인에 대하여 진실을 규명하고자 우리가 얼마나 갈망해왔던가. 아마 그 열망이 법정에서 진실로 작용하기에 그 열기는 자명히 뜨겁게 터져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재판은 재판부의 통제하에 일 년여의 재판준비과정을 거쳐 최근까지 십여차례 공판이 열렸다. 재판이 고소인에 의하여 소 취하만 되지 않는다면, 법원의 시스템과 신상철씨의 의지에 의하여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1심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권이 바뀐다면 비공개 자료들이 공개로 전환될 것이고, 그로써 증명될 새로운 사실 관계들이 적지 않을 것이며, 관련자들의 양심선언등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교신일지, TOD영상, 항적, 생존자들에게서 결정적 증거나 증언이 나온다면 굳이 1심은 끝까지 갈 필요도 없는 것이다.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고소인 측은 소 취하가 아닌 무고가 되어버리므로 검찰은 기소를 취하 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신상철, 그는 진실을 원한다.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참 곤혹스러운 것이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거나 그 평가가 인색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정부나 국민이나 불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상철씨는 적어도 천안함사고 원인분석과 관련하여서는 아마 국내 최적의 적임자로 꼽을 수 있다. 그는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해군에서 서해 백령도 근처를 항해한 경험을 가졌고, 조선소에서 선박제조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사고 직후 그가 품기 시작한 의문은 그의 경력으로 보아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피소를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그 과정이 얼마나 사람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드는지 잘 안다. 신상철 그의 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미 지난 사실에 대하여, 또 직접적 피해자도 아닌 그가 왜 개인입장으로 따져보자면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시간을 허비해야 했을까.
동시대에 생존하는 인간으로서 그 스스로 발현시킨 사명감, 인간 된 도리로써 묵과 할 수 없는 불의에 대한 도전, 그것은 내면의 반듯함으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엔 그가 취할 이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경스러운 인물이다.
신상철씨의 면모는 서프라이즈의 글에 잘 나타나있다. 짧은 시간 안에 수십 페이지 분량의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겸손함은 언급의 필요가 없다. 피로의 증세조차 내보이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다. 천안함 사고 후 그는 ‘천안함의 진실’ 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천안함과 관련한 사실들을 여러 시민들과 함께 수집 기록 게시하고 있다.
조직과 자본이 있는 제도권 정치집단에서 해야 할 일을 용케도 주도적으로 해내고 있는 점은 참 고맙고 다행스러우며 감동적인 일이다.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지금 그가 하고 있다. 힘을 보태고 싶지만 보탤 힘이 없는 게 안타깝다. 이러한 글이라도 써서 지치지 마라고 격려 할 수 밖에.
신상철 그를 무한히 지지한다.
필명 독고탁. 그가 지닌 인격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속시원히 욕이라도 해버리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울분이 어디 한둘이었으랴. 국가원수의 잘못으로 국민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국민은 어디에 그 설움을 푸나. 검찰의 도에 넘치는 행위는 비판받기 마땅하다. 지극히 이성적인 그도 터져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구절 구절 다 맞는 말이다. 검찰은 그 글을 상대에게 공포심을 주는 협박으로 보고 신상철씨를 협박죄로 처벌해 달라며 법원에 공소를 제기했다. 그 1심 첫공판에서 피해자인 이명박의 주장이 형법의 협박죄에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심문하기 위해 이명박을 증인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역사의 은폐와 왜곡은 용서 안 되는 척살의 대상이다.
채 피지도 못한 청춘을 대하는 것 만큼 아린 것도 없다. 서툴지만 어깨 힘주어 펴던 청춘들. 그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양볼에 잔뜩 바람을 부풀었다가 터트리며 하루하루 꿈을 키워나가던 풋풋한 청춘들이다. 순간순간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사고 후 격리된 폐쇄공간에서 물이 목까지 차올라왔을 수병을 생각하면 그 차가운 물이 내 목에 차오르는 듯하다.
얼마나 울어야 했을까, 희생자 가족의 끊어지는 마음에는 그 어떤 위로도 무색할 뿐이다. 망자의 원혼을 달래는 진정한 방법은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에는 억울한 일이 없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있다.
천안함사고에도 여지없이 ‘빨갱이’가 등장했다. 가해자도 빨갱이고, 합리적 원인 규명을 차분히 요구하는 이들에게도 빨간색이 칠해졌다. 이런 어처구니 없음이 통용되는 토대가 믿어지지 않는다. 지성이 한순간 사라진 것인가, 근대와 현대사의 교훈은 벌써 내리 잊혀진것인가, 비논리적과 비상식적 현상이 폭주할 때 그를 견제할 사회적 제동장치는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우린 이 모든 게 다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일이 아니니 너도나도 무관심한 것이냐.
우리의 불행은 역사의식의 부재, 역사의 은폐, 왜곡으로 비롯되었다. 인식의 부족과 의식의 부재는 향유에 능한 각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은폐와 왜곡은 공통의 것으로 용서 안 되는 척살의 대상이다. 만인의 행복을 해치는 뚜렷한 범죄이다.
고된 노역과 영양실조로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처참한 모습. 이러한 비극적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 |
천안함 침몰은 망자를 위해서라도 그 진실이 밝혀져야 하며, 보아온 사건의 처리과정과 절차 역시 정당한 사례로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의 기능을 부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불행한 사건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왜곡되어서는 곤란하다. 힘있는 자들의 은폐와 왜곡의 역사는 더 이상 통용되어서는 안 된다. 청산 미완의 친일 찌꺼기들이 오늘날 벌이고 있는 해악처럼, 은폐와 왜곡을 저지른 이들에 베푼 관용 또한 해악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캐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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