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론스타의 ‘후안무치’와 사법주권

道雨 2012. 11. 27. 14:08

 

 

          론스타의 ‘후안무치’와 사법주권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결국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지난 5월 한국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6개월의 사전협의 기간 안에 한국 정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약 2조4000억원의 지급을 구하는 중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은행은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없다.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면서도, 산업자본에 해당하는 회사를 자신들의 계열사 리스트에서 일부러 뺀 뒤, 금융자본인 것처럼 꾸며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인수 자체가 무효였던 것이다.

 

이후 론스타는 이례적으로 막대한 배당을 실시해, 4년 동안 1조7099억원의 배당금을 거둬들였고, 올 2월에는 보유주식 전부를 하나금융지주에 팔고, 2조5323억원의 매각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났다.

사실상 한국에서 가져간 배당금과 매각차익 합계인 4조2422억원은 모두 사기를 통해 취득한 셈이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번에는 투자자-국가 소송의 방법으로 약 2조4000억원을 청구하고 있다. 한국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도, ‘더 크게 챙길 수 있었는데 못 챙긴 돈이 있으니 이를 물어내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상식 밖의 행태다.

 

론스타의 소송에 정부는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입장을 보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론스타가 애초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론스타에 속아 외환은행을 넘겼다는 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으로 사법주권이 침해되는 것도 큰 문제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란 상대방 국가가 협정상 의무나 투자계약을 어겨 손해를 입혔을 경우 투자자가 해당 국가를 상대로 국제중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헌법은 국가의 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로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기초하여 판단하고 통제하는 것 말고는 달리 예정한 바 없다. 그러므로 이 제도는 그 자체로 위헌적인 것이다.

헌법이나 사법체계에 대한 고민 없이 도입된 이 제도에 의해, 급기야 투기자본한테 한국 정부가 제소당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법원의 재판도 투자자-국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산업자본임을 속인 미국 론스타를 상대로 3조4000억원을 외환은행에 반환하라는 취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만일 이 소송에서 론스타가 패소한다면, 론스타는 그 판결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투자자-국가 소송을 새로 제기할 수 있다.

우리 법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론스타에 패소판결을 선고하더라도, 론스타는 그 법원 판결 자체가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며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조약에 의해 사법주권 자체가 침해되는 것이고, 한국의 헌법체계 자체가 개헌도 없이 변해버린 것이다. 그것이 바로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초래한 사태의 핵심이다.

 

정부는 론스타에 응소함에 있어, ‘론스타한테 처음부터 속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좀더 적극적인 방어방법을 취함으로써 국민의 혈세 2조4000억원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또한 위헌적인 투자자-국가 소송제 개폐를 신속히 진행하여, 이번 론스타 건처럼 얼토당토않은 분쟁과 그로 인한 국부의 유출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정부와 정치인이 있는 이유다.

 

김성진 변호사·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