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이상한 검찰, 이상한 대통령 : 국정원은 치외법권인가?

道雨 2014. 3. 3. 14:57

 

 

 

 

         이상한 검찰, 이상한 대통령

[오홍근의 ‘그레샴법칙의 나라’] <97> 국정원은 치외법권인가?

 

 

2월19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중국 공문서를 위조한 간첩조작 사건에 항의해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 호통을 쳤다.

“이 사건이 민주당이 연일 강조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다음날 검사 출신인 다른 새누리당 의원도 “일반 국민들이 그렇게 특검하고 국정조사를 할 만큼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렇게 심각한 사태로 볼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안일하게 볼 사태가 아니었다.

 

한 민간인에게 간첩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다른 나라인 중국정부의 공문서를 위조해 가지고 온 사건이었다. 그 위조문서가 우리나라 법정에 간첩의 ‘증거’로 제출된 사실을 놓고, 당사국인 중국정부가 ‘그 증거는 위조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통보해 온 사건이었다.

 

문제의 위조문건은 간첩활동을 하기위해 한 민간인이 북한을 드나들었음을 ‘입증’하는 내용이 기록된 문서였다. 내용은 물론 거짓이었다.

 

사건은 ‘위조범죄’의 주체가 이 나라 정부기관으로 밝혀져 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대변인이 호통을 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이 사건이 더 중요한가’라는 물음이 새누리당 사람들 모두의 일반적인 생각은 아니리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라 체면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위조사건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태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새누리당 대변인은 “피고인이 진짜 간첩인지 여부는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질 일”이라며, 대선부정사건을 놓고 “확정 판결을 기다려 보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소리를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국이 거듭해 ‘중국정부문서를 위조한 것’이라고 이미 정부차원에서 확인해 준 사건이다. 국정원과 검찰 측이 유죄의 유일한 근거로 제시한 문건이 위조라고 밝혀진 이상,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항변도 있다.

 

그 위조문서 때문에 피고인은 그동안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보다 훨씬 심한,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져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 나라에서, 어찌 그러지 않았겠는가.

요컨대 멀쩡한 시민이 간첩이라는 죄 뒤집어 쓴 채로 그저 먹고살기나 할 수는 결코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간첩이 아니더라도 종북좌빨로 낙인만 찍혀도 행세를 할 수 없는 나라다.

 

검찰총장이 “사건 철저히 수사하겠다”한 게 언젠데,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는 아직껏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검찰이 이상하다.

‘이상한 일’을 할 때는 검찰총장까지도 득달같이 감찰해 트집을 잡아내면서, 말 듣지 않는다고 수사 검사들을 날쌔게 찍어내기하며 몰아내던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대선부정사건 때 그랬다.

그런 기민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의혹의 중심인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는 엊그제에서야 겨우 직원 한 명을 조사했다. 이상하다.

 

국정원과 함께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자신들에 대해서도 ‘셀프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너무 지지부진해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저 국정원과 검찰을 감싸기 위한 집권층의 처절한 몸부림과 절규가 바야흐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만이 전해져 오고 있다.

심지어 협박 섞인 항변도 들려온다.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면 대북정보망이 무너진다는 걱정스러운 소리도 있다. 안보를 위한 국정원의 정보활동과 휴민트(사람을 통해 알아내는 정보) 수집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국민 겁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정청래 의원이 “위조조작이 사실이 아니라면 중국정부에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국정원 측에 물었다. “외교마찰을 피하기 위해 ‘참고’있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했다. ‘참는다’는 행위는 그럴 때 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중국 측이 북한을 돕기 위해 조작 사실을 우리 측에 넘겨준 것이라며, 간첩혐의 민간인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과 서울 주재 중국대사관과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가관이다. 북한의 간첩 한 명을 보호해 주기위해 중국대사관과 민변이 서로 손을 맞췄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커넥션’ 문제를 놓고 중국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한국 재판부가 요청해와  중국정부가 조사한 결과 ‘위조’ 사실이 밝혀져, 그 내용을 대사관을 통해 한국 재판부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했다. 대사관은 ‘전달하는 역할만’했다는 설명이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중국과 북한관계가 다소 소원해 진 것으로 알려진 요즈음, 일본 아베정권의 연속적인 망발로 한국과 중국의 ‘공조’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는 터에, 조작된 간첩 한 명을 ‘구출’하기위해 중국정부가 애쓴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때맞춰 간첩사건의 증거라며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확인서’에 찍힌 팩스번호가 스팸이나 보이스피싱에 쓰이는 사기 전화번호로 밝혀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점입가경이다.

그래서일까 믿거나 말거나 식의 집권층의 변명은 끝이 없어도, 국정원 쪽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검찰은 그 국정원의 울타리 밖에서, 하는 일 방해할까봐 발소리 죽여 가며 맴돌고 있을 뿐, 정문 노크도 한 번 못해본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눈치만 살핀다고 해서 ‘간 검찰’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없는 죄 만들어 내기 위해 남의 나라 공문서까지 위조해 댄 건 보통 간 큰 범죄가 아니다. 그런 범죄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이 나라 정부기관 사람들이 저질렀다는 게 이번 사건이다.

 

그래서 대선부정사건과 함께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쌍벽을 이루는 국기문란사건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의 한 복판에 이 나라 국가정보원이 자리 잡고 있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는 이 나라 최고의 초강력 권력기관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마음 놓고 범접조차 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전혀 제어 받지 않는 그 무서운 힘 때문일 것이라고들 말한다.

누가 그 힘을 주었는가.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대선부정사건에 대한 국민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보기 위해, 국정원장이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자기 판단으로 공개해 버렸다.

작년 이야기다. 국정원 직원들의 명예 때문이었다고 했다.

대통령은 그때 말이 없었다. 바로 대통령이 그럴 힘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때 그랬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수첩공주’때 보여 줬듯이 대통령은 참으로 자상했다. 학생들의 교복 공동구매에 까지도 지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런 대통령이 국제적 문제로까지 번진 이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한마디도 말이 없는 것이다. 해괴한 일이다.

말이 없으니 ‘이상한 대통령’이란 소리는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있다.

 

간첩조작은 한 개인에 국한되는 일 일뿐이라고 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전체 국민 누구에게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점을 놓치지 않고서야 대통령이 이토록 오래 침묵할 수는 없다고 본다.

더구나 국정원의 이번 사건은 중국정부에 의해 말썽이 불거졌으니까 말이지, 그동안 소리 없이 그냥 넘어간 ‘외국관련 유사사건’이 없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이 나라에는 이상한 게 너무 많다.

우선 언론이 그렇다.

몇날며칠 지면을 도배질하며 진실 사냥에 나서야 할 ‘이른바 언론’들은 본분도 잊은 채 국정원과 검찰을 비호하기에만 정신이 없다. 방송에서도 간첩조작사건은 메인 뉴스 반열 근처에도 못가고 있다.

하기야 ‘이른바 언론’들이 제 정신 아닌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사람을 간첩 만드는 이 엄청난 사건을 놓고, 원로들도 지식인들도 종교인들까지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준다. 별로 말들이 없다.

입을 연 한 종교지도자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들을 쏟아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통령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사정없이 거꾸로 돌리고, 민주주의가 골병드는 것을 끝끝내 외면하고 있는데도, 더 이상 정부에 맞설 때가 아니라고 했다. 맞서 싸워야 할 독재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물론 서류상으로는 그분 말대로 5년마다 한 번씩 통치자는 바꿀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서류상으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대선부정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았다.

민초(民草)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것을 우리는 간첩조작사건에서 보고 있다. 나라까지 이상해지고 있는 게 요즈음이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

우선 대통령은 지금 입을 열어야 한다. 손을 써야한다.

무엇보다 먼저 국가정보원의 치외법권(治外法權) 기능을 회수해야한다. 정보기관들의 역할과 기능과 인력을 전면 재조정해 재배치해야 한다.

요원들의 월급이 국민들의 세금에서 지불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국민들 앞에서 월급 값을 철저히 하도록 해야 한다.

혹시라도 청와대에 비정상 기능이 있다면 그것도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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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