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검찰총장의 ‘갈팡질팡’ 한시 낭송, ‘하늘’이 거짓의 편에 서면 더 이상 ‘하늘’이 아니다.

道雨 2014. 3. 14. 11:55

 

 

 

 

 

 국정원 앞 검찰총장 ‘갈팡질팡’, 원인은 이것
한시에 빗대 심정 토로, 진실 추구한다면 갈팡질팡 이유 없어
육근성 | 2014-03-14 10:13:4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위조된 중국 공문서에 가짜 확인서를 붙이고, 진짜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영사 공증 서명까지 해 놓은 문건. 국정원은 이것을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둔갑시켰다.

여기에 의문이 생긴다. 국정원은 재판부를 속이기 위해 위조극을 벌인 걸까, 아니면 검찰을 속이기 위해 그리 한 걸까. 

 

체면 구겨진 검찰과 김진태 총장의 한시

 

유우성-유가려 남매의 진술이나 이미 드러난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검찰이 국정원에 속은 게 아니라, 국정원과 짜고 재판부를 속이려 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국민 여론도 검찰이 국정원과 작당해 벌인 범죄행위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얼굴을 들 수조차 없을 만큼 체면이 구겨진 검찰. 김진태 검찰총장이 착잡한 심정을 토로하며 한시를 읊었단다. 12일 오전 대검 간부회의에서다. 대만의 저명한 학자가 농요를 정리해 시로 옮겨 놓은 거란다. 내용은 이렇다.

 

‘주천난주사월천(做天難做四月天)

잠요온화맥요한(蠶要溫和麥要寒)

출문망청농망우(出門望晴農望雨)

채상낭자망음천(採桑娘子望陰天).’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고/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원하는 게 각기 다르다? 검찰은 어느 편?

 

검찰총장이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빗대 인용한 시다.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결정적 증좌일 수 있다. 

이 시는 서로 바라는 것이 다른 두 그룹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누에’와 ‘보리’ ‘나그네’와 ‘농부’ 그리고 ‘아낙네’가 바라는 ‘하늘’이 각기 다르다는 얘기다. 

검찰을 ‘사월의 하늘’에 빗댄 셈이다.

 

그렇다면 그 ‘하늘’에 대해 각자 바라는 것이 다른 ‘누에’ ‘보리’ ‘나그네’ ‘농부’ ‘아낙네’는 누구에 해당할까.  

‘누에’와 ‘보리’, ‘나그네’와 ‘농부’는 간첩 조작사건에 대해 각기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 여당과 야당, 국정원과 유씨 변호인, 국정원의 잘못을 비난하는 다수의 국민과 국정원의 범죄사실까지 옹호하고 나서는 수구진영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김 총장은 한시의 뜻을 설명하면서 “각자 자기 입장에 따라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르다”며, “이게 인생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진실은 하나, 진실 추구한다면 갈팡질팡할 이유 없어

 

진실은 하나다. 두 개의 진실은 없다. 정말 진실을 추구한다면 갈팡질팡할 이유가 전혀 없어야 한다. 그런데 김 총장은 바라는 것이 다른 두 그룹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는 심경을 한시에 빗대 토로했다. 

 

누구 편을 들어줄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정원과 여당의 ‘하늘’이 돼 줘야 하나, 아니면 유씨와 야당의 ‘하늘’이 돼 줄까. 이렇게 망설이는 건가. 안 된다.  

 

‘하늘’은 진실의 편이어야 한다.

국정원과 청와대, 여당이 원하는 게 진실을 가리는 것이라면, ‘하늘’이라도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이다.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검찰이 여전히 권력의 손아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김 총장은 ‘하늘’이 거짓의 편에 서면 더 이상 ‘하늘’이 아니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권력을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

 

윗물이 맑야야 하는데... 대통령의 습관성 유체이탈이 문제

 

진실 앞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검찰. 왜 그러는 걸까. 그 원인을 알아내는 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권력의 꼭대기에 있는 대통령 때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자다가 봉창 두드리고 사돈 남 말 하는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행보로 인해 국정원 앞에서 검찰이 저렇게 갈팡질팡하는 거다.

 

검 총장이 방황하는 동안 박 대통령은 경찰대 졸업식에 가서 축사를 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불법 행동을 방치하면 혁신을 이뤄내기 어렵고, 국가 기강과 사회안전을 흔드는 불법을 방관하면 통일시대를 열기 힘들다”며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비정상의 정상화”와 “법과 원칙”을 또 다시 강조했다. 

 

간첩 조작과 증거 위조 사건.

국정원이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해 꾸민 사기극이다. 명백한 불법 집단행동이다. 또 국기를 흔들고 사법제도에 정면 도전한 만행이자 비정상의 극치다. 

 

 <갈팡질팡하는 검찰.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대통령이다.>

 

 

이럴진대 사태를 수수방관하며 국정원장을 감싸다가 겨우 입을 열어 “검찰 수사 지켜보겠다”고 말한 게 고작이다. 국정원을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정원장 해임과 국정원의 개혁 정도는 실행에 옮기는 게 해야 할 도리다. 

 

“비정상의 정상화”? 대통령이 먼저 실천해야

 

이 쪽에서는 크나 큰 불법과 비정상을 두둔하거나 방관하면서, 다른 쪽에 가서는  법과 원칙, 정상화를 강조한다. 중풍 환자처럼 손발이 제각기 따로 노니 청와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검찰’이야 오죽하겠는가. 

 

국정원의 불법과 비정상을 적당히 용인해야 하는지, 아니면 정의의 편에 서서 엄단해야 하는 건지, 대통령의 태도를 봐서는 도무지 감 잡을 수 없어 검찰총장까지 저러는 것 아니겠나.

 

대통령이 먼저 자신을 혁신하고, 정상화와 원칙을 실천하는 게 먼저다. 그리한다면 목청 높이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칠 필요도 없게 될 거다. '정상화'는 구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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