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왜 항생제는 모든 현대병의 근원인가?

道雨 2014. 10. 31. 16:25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왜 항생제는 모든 현대병의 근원인가?

 

 

                                                     - 마틴 블레이저(의학박사) 지음 -

 

 

 

 

1. 현대의 질병

 

* 빠르고 강하게  몰아붙였던 예전의 치명적인 질병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현대 질병은 수십 년에 걸쳐 삶의질을 떨어뜨리고 붕괴시키는 만성적인 질병이다.

 

이런 질병이 가지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비만을 들 수 있다.

신장과 체중으로 지방의 축적을 나타내는 체질량지수 BMI에서, 건강한 사람의 BMI는 20~25 사이이며, 25~30인 사람을 과체중이라 한다. BMI 수치가 30이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1990년, 미국인 중 약 12%가 비만이었던데 비해, 2010년에는 전국의 약 30%에 달하는 인구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이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다.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15억 명에 달하는 성인이 과체중이며, 그중 2억 명이 넘는 남성과 3억 명에 가까운 여성이 비만 판정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들 대부분이 과식보다는 기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에 사는 사람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 인구가, 몇 세기에 걸쳐 서서히 증가한 것이 아니라, 단 20년 동안 가속화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비만 현상의 원인이라 하기에는 충분치가 않다는 점을 역학조사에서도 볼 수 있다.   

 

* 선진국 전반에 걸쳐, 아동기에 당뇨병이 시작되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만 하는(청소년 또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수가 20년이 지날 때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기도 내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천식도 경종을 울릴 만큼 증가하고 있다.

음식물 알레르기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곳곳에 있다. 밀가루의 주요 단백질인 글루텐에 대한 알레르기로 나타나는 셀리악병은 이제 아주 흔한 질병이 되었다. 

산업화된  나라의 경우, 아토피 아이들의 수가 30년 전보다 3배나 증가했다.  

 

지난 40년 동안 역류성 식도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암 발생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식도 선암(腺癌)은 미국 및 조사된 모든 곳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암으로, 특히 백색 인종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 유아사망률 증가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설명은 소위 위생가설이다. 즉 너무 깨끗하게 함으로써 현대적 질병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몸 안에서 미생물은 입과 창자, 비강, 귓속 및 피부에서 자라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 생식기도 미생물로 덮여있다.

미생물군집을 구성하는 미생물은 놀랍게도 생후 초기인 3세 이전에 생성된 후, 성인이 되어서까지 유사한 개체수를 지닌다.

 

* 인간과 동물에게 남용되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제왕절개 수술, 그리고 빈번하게  사용되는 소독제와 방부제 등,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원인이 되어 미생물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항생제의 과다한 사용으로 정상적인 박테리아가 죽으면서 발생아는 장염)과 소화관의 여러 항생물질 내성균, 병원에 퍼져 있는 병원균,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거의 모든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지닌 악성균, 병원 감염의 주 원인) 등의 다른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내성병원균보다, 우리들이 지닌 미생물군집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훨씬 더 치명적이다. 미생물의 손실은 신진대사 및 면역과 인식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박테리아가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박테리아는 우리의 면역체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일부이기도 하다. 대부분 그리 해를 끼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오히려 우리를 보호해준다.

 

* 1980년대 초, 위에서 새로운 캄필로박터가 발견되었다. '위 안의 캄필로박터 같은 미생물' 또는 GCLO(후에 GCLO는 유전자 분석에서 캄필로박터 속과는 별개의 속이라는 것이 밝혀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로 이름을 바꾸었다)라고 이름 붙은 이것은 우리 몸에 해를 입히기도 하고,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도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정상적인 위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이고, 건강에  아주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일부 성인에게 해가 될 수 있지만, 이후에 많은 아이들에게 유익한 균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단순히 균을 제거했을 때,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을 수도 있었다.

 

* 생후 초기에 항생제 노출이 가져온 변화를 여러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쥐 실험을 통해, 발달 초기에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가 손실되면 비만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2. 미생물의 행성

 

* 지구는 미생물의 행성이다. 

미생물은 행성을 생명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 죽은 생명체를 분해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기 중의 불활성 질소를 살아있는 세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모든 동물과 식물에 꼭 필요한 유리질소로 변환하거나 고정시켜준다.  

 

* 미생물은 흙이나 바닷물, 또는암석 표면뿐만 아니라 동물 안에서까지, 서로 협동작용을 하는 거대한 조직망을 형성하고 있다.

 

* 우리는 박테리아의 시대에 살고 있다.(태초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 스티븐 제이 굴드, 생물학자 -

 

 

3. 우리 몸의 미생물

 

* 전체 미생물군집을 완전히 잃는 것은, 간이나 신장을 잃는 것만큼이나 치명적이어서, 병균이 없는 무균실을 제외하고는 살 수 없게 된다.

모든 생물은 물질대사와 방어기능을 수행하는 자기 자신의 미생물 집단과 서로 협력하며 함께 진화해왔다. 즉 우리 몸의 미생물은 우리를 위해 일한다.

미생물은 자신이 서식하고 있는 동물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식지와 음식을 제공받는 대가로 숙주를 돕는 공생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상호작용하는생명체들로 구성된 복잡한 조직이다. 다른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다양성이 중요하다.

생태계 내의 모든 종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여 보호를 받는다.

다양성이 상실되면,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고, 종의 번식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종이 사라져,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

 

 

* 70년 전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를 제거하자, 엘크(큰 사슴)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강기슭에서 자라는, 대부분의 맛있는 버드나무를 싹 다 먹어 치웠다.

이 영향으로 버드나무에 둥지를 틀던 새와 댐을 짓는 비버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바람에 강물이 범람하여, 물새가 살던 지역을 떠났다.

늑대가 죽인 동물을 먹이로 삼던, 까마귀와 독수리, 까치 그리고 곰의 수 역시 감소했다.

엘크의 수가 많아지면서, 먹이 경쟁을 하던 들소의 수가 줄어들게 되었고, 코요테는 공원으로 내려와 새와 오소리가 먹이로 삼는 쥐를 먹었다.

 

 

이처럼 핵심종 하나가 사라지면, 상호작용을 하는 촘촘한 먹이사슬의 아래쪽에는 대혼란이 일어난다.

먼 옛날부터 인간의 몸에 자리잡고 있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위(胃)에서 사라진 후 깨닫게 된 교훈처럼, 이 개념은 우리의 미생물군집과 자연세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 약 3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몸은, 우리와  공동으로 진화해 온 유용한 미생물, 즉 약 100조 개의 박테리아 균류의 숙주이기도 하다.

박테리아 세포는 피부, 입, 코, 귀, 그리고 식도와 위 및 장 속 곳곳에 있으며, 여성의 생식기에도 온갖 종류의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

 

*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몸에는 단 한 개의 박테리아도 없다. 출산 과정을 거치면서 수조 개 미생물의 서식지가 되는 것이다. 단시간에 0 개에서 수조  개가 되는 놀라운 과정이다.

 

*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왜 입 냄새가 나는 것일까?

우리가 잠자는 동안 대부분 코로 숨을 쉬기 때문이다. 입 안의 공기 교환이 적어지면서, 혐기성 박테리아의 숫자가 증가하며, 이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화학물질, 즉 휘발성 물질이 '아침 입 냄새'의 원인이다.

양치질을 하면 이 혐기성 박테리아 집단 전체 또는 잔해가 제거되면서, 박테리아 수가 줄어들고 개체수 분포도 변한다. 이 순환이 하루 종일, 양치질을 할 때마다 계속된다.

 

* 위(胃)도 갑상선 같은 분비기관처럼 호르몬을 만들며, 위 벽에는 감염과  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비장, 림프절, 대장에 있는 것과 비슷한 면역세포가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바로 이 위산과 호르몬을 생산하고 면역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 우리 몸 안 대부분의 미생물이 결장 안에 살고 있다 할 만큼, 그 수는 엄청나게 많다. 결장 안에 있는 내용물 1밀리리터에는 지구의 인구보다 더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들어 있다(우리는 1밀리리터가 아니라 실제로는 실제로 수천 밀리리터를 가지고 있다).

결장에 있는 박테리아 바다는 매우 유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 우리 몸의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에도 미생물의 도움이 필요하다. 혈관 내벽에 있는 특별한 기능의 흡입세포가 미생물이 만든 물질을 흡수하여 혈압을 조절한다(신기하게도 코 안에서도 이 현상이 발견된다).

이러한 감각기관은 소장과 연결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작은 분자를 감지하고, 감지된 분자에 대한 반응이 혈압에 영향을 끼친다. 그 결과, 식사 후에 혈압이 내려간다.

 

* 혈액응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는 만들 수 없는 비타민 K를 만들어주는 박테리아도 있다.

 

* 미생물 중 일부는 '바륨(신경안정제)'까지 만들어 낸다. 간암으로 죽어가며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벤조디아제핀(신경안정제에 속하는 향정신성의약품, 예를 들어 바륨 같은)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하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건강한 간은 장의  미생물이 만든 자연적인 형태의 바륨을 분해할 수 있지만, 건강하지 못한 간은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바륨이 바로 뇌로 가게 되어, 잠을 자게 한다(혼수상태가 됨). 

 

* 면역은 우리 몸의 미생물이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서비스 중 하나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서 미생물은 세 번째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우선 선천성 면역이 있다. 선천성 면역은 우리가 접촉하는 대부분의 미생물이 몸 외부를 지키는 세포들이 '알아볼 수 있는' 구조적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적응성 면역으로, 특별한 화학적 구조에 대한 인식능력을 기반으로 한다. 

세 번째, 미생물 면역은 몸 안에서 장시간 상주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의 침입을 제지하는, 기존의 미생물에 의한 것이다.  

 

몸속 상주 미생물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로 침입자에게  저항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우리 몸속 상주 박테리아는 힘들게 획득한, 장 벽에 달라붙을 수 있는 자리를 포기하거나, 자신들의 식량을 공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다른 박테리아에게는 해롭지만 항생작용을 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한다.

 

사실 우리 몸속에서 미생물들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키스나 성적인 육체관계를 가지면 많은 미생물들이 몸에 들어오지만, 잠시 후, 또는 몇 시간이 지나거나, 아무리 길어도 며칠 이내에, 미생물의 활동 덕분에, 관계 이전으로 돌아간다.

 

* 섭취하는 음식을 바꾸어도 몸속의 미생물에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몇 달이나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 몸이 달라질 수있지만, 인간의 장내 미생물군집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한다.   

 

지중해식 식단인 고섬유질식품, 통곡물, 말린 콩류, 올리브 오일, 그리고 하루 다섯 번 과일과 야채를 매일 섭취하도록 하는 소규모 실험을 실시했다.

총 콜레스테롤과 소위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피실험자들의 미생물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으며, 대신 각각의 사람들에게 마치 지문처럼, 고유 미생물의 표시가 생겼다. 심지어 식단 조절이 끝난 후에도 미생물 표시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식단의 다른 연구에서 미생물 개체수 면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식단을 그대로 둔 채 단지 식물 또는 동물의 원산지를 바꾼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특별식단을 계속  유지하는 중에만 지속되었다. 만약 1년 이상 이 식단이 지속되었을 때, 변화가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제왕절개 수술과 같은 현대의 일반적인 관행과 항생제 남용 탓에, 고대미생물의 세계와 미지의 현대 세상 사이에 있는, 인간이 경험하지 않은 위험지대로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염려한다.

 

 

4. 병원균의 발생

 

* 병원균은 느린 속도로 한 명을 사망시킬 수도 있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동시에 빠르게 죽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병원균을 병균이라 부르며, 처음 발견한 약 150년 전부터 병원균 제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량의 항생제를 사용해 병원균과의 전면전을 펼치며, 전 세계적으로 수 십만 명의 목숨을 구했지만, 원통하게도 이 전쟁은 끝이 없어 보인다. 박테리아는 빛의 속도로 변이를 만들며, 가장 효과적인 항생제에 저항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병원균과의 전투가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예상치 못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 병원균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옐로스톤의 늑대처럼 병원균도 포식자일 뿐이다. 일부 병원균은 생존을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숙주에게 끔찍한 손상을 입힌다. 병원균이 자기 역할을 하는 도중 우연히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이 거의 없는 보통의 유기체도, 엄청나게 치명적인 수준으로 변이를 일으켜, 건강하고 튼튼한 개체를 단시간에 죽일 수 있다.

 

* 전염성 질병은 미생물에 의해 발생한다. 미생물은 우리 몸에 군집을 이루어,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번식한 다음, 병을 일으킨다.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 중,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도 1,400종이 넘는다.

 

모든 전염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은 인간의 사촌인 영장류, 우리가 키우는 가축, 그리고 야생동물로부터 발생해서 우리에게 전염된다. 일부는 오래 전에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건너뛰어' 옮겨왔기 때문에, 확실한 근원을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에볼라(고열과 출혈열을 동반하는 열대전염성 바이러스),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 한타 바이러스(유행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마르부르그 바이러스(아프리카 녹색원숭이의 조직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및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치명적인 병원균 중 일부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악성 바이러스다.

 

* 아주 드문 예외가  있긴 하지만, 보통  한 번 수두를 앓은 아이는 평생 수두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 수록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이 높다. 수십 년 동안 이 바이러스를 억누르고 있던 면역 시스템이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면, 바이러스는 더 이상 제압되지 않고 대상포진이 되어 터져 나온다.

인간에게 잘 적응된 이 바이러스(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게는, 유아 시절에는 수두로, 오래 전에 수두를 앓은 노년층에게는 대상포진으로 전염시킬 수 있는 두 가지 기회가 있다.

 

* 홍역은 소위 대중성 질병의 활동을 알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예다.

홍역의 경우, 생존자에게는 항체가 개발되고, 남은 일생 동안 다시 걸리지 않기 위해, 몸 속에 면역을 남겨놓는다.  

루비오라 바이러스로 발병하는 홍역은 95퍼센트 이상의 감염률을 보이는, 인류에게 알려진 것 중 가장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다

반면 인풀루엔자의 새로운 변종은 처음 이 균과 접촉하는 사람 중 반 정도를 감염시킨다. 

 

2011년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15만8천 명이 홍역으로 사망했으며, 매일 432명이(대부분이 아이들이다), 매 시간마다 18명이 홍역으로 죽는다.

 

홍역 바이러스는 반드시 1주 또는 2주마다 새로운 사람을 감염시켜야만 살아남는다. 실제로 50만 명의 인구가 지속되는 경우에만 홍역이 유지될 수 있다. 

선사시대 이전에도 홍역이 발생했고, 여러 번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옮겨졌지만, 충분한 인구 규모가 아니었기 때문에 곧 소멸되었다.

 

* 1347년 유럽에서 우리가 흑사병이라 부르는 전염병이 발생한 후, 채 10년이 안되는 기간 동안 전체인구의 25퍼센트에서 30퍼센트에 달하는 인구가 사망했다.  

 

 

* 산업혁명으로 인구가 팽창하면서 사람들은 전염병으로 고통받았다. 연쇄상구균으로 인한 성홍열,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결핵 등이 인구가  밀집된 도시를 파괴했다.

 

* 공동의 노력과 대규모의 국제 협력으로 개발된 백신 덕분에,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사라지고, 소아마비가 현저히 줄었으며, 홍역이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병원균과의 싸움에 필요한 대단한 진보가 또 하나 이루어졌다. 마침내 항생제가 발명된 것이다.

 

 

 

5. 경이로운 항생제

 

 

* 장티푸스 메리

 

가장 유명한 장티푸스 보균자로 알려진 메리 말론은 '장티푸스 메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1900년대, 뉴욕 근교의 부유한 가정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아일랜드 태생의 이민자였다.

일하던 가정에 장티푸스가  발병하면 다른 집으로 옮기고, 그 집에서 또 장티푸스가 발생하면 다른 집으로 옮기고, 이렇게 계속 옮겨 다녔다.

 

메리 자신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시 병원에는 장티푸스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넘쳐났고, 그중 약 4분의 1이 장티푸스로 사망하던 시기였다.

 

유명한 의학 조사관 조지 소퍼는 메리의 과거 행적에서 장티푸스 발병을 추적하고, 요리사로서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메리는 보균자였지만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정말 건강했다. 병에 걸리지 않은 보균자였다. 단지 미생물을 몸 밖으로 발산했을 뿐이었다.

 

메리는 이전에 발생한 장티푸스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거부하며, 약속을 어기고 종적을 감췄지만, 오래지 않아 결국 새로운 발병이 나타났기 때문에, 소퍼는 메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딜레마였다.

메리는 완벽하게 건강했지만, 장전된 총을 가지고 군중을 향해 무작위로 발사하는 것 보다 사회에 더 위협적인 존재였다.

장티푸스는 가벼운 질병이 아니어서, 메리가 요리한 음식을 통해 그녀와 접촉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마침내  판사가 판결을 내렸다. 메리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뉴욕의 이스트 리버에 있는 노스 브라더 섬에 투옥되어, 남은 생애를 감금된 채 보냈다.

 

 

 

 

* 1918년부터 1919년 사이에 발발한 스페인 독감에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약 5억 명이 감염되었으며, 그중 2천만 명에서 4천만 명 정도의사람들이 세균성 폐렴 합병증으로 죽었다.

 

독일의 의사 로버트 코흐는 오늘날 '코흐 원칙'으로 잘 알려진, '특정한 질병에는 특정한 세균이 존재한다'는 판별법을 발전시켰으며, 결핵과 콜레라를 일으키는 미생물을 현미경으로 시각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 페니실린은 의학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마침내 치명적인 세균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이 발명된 것이다.

오늘날 편의를 위해 항생제 역할을 하는 약들을 항생제라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항생제는 세균이 다른 세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낸 물질이다.

 

*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방법으로 작용한다.

첫째, 박테리아가 세포벽을 합성하지 못하도록 공격하는 방법이다. 박테리아는 세포벽이 무너지면 죽는다. 흥미롭게도 세포벽에 결함이 생기면 박테리아는 스스로 자살한다.

 

둘째, 박테리아 세포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의 생산 방법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세포 안의 단백질은 생명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부분인데, 이런 단백질을 만드는 기관을 목표로 직접 공격하여, 박테리아를 불구로 만들어 활동하지 못하게 한다.

 

세째, 박테리아의 분열과 번식 능력을 집중적으로 간섭해서 증식을 방해하는 방법이다.

 

* 항생제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가지 공격 방법을 찾아서 개발해 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박테리아도 방어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찾았는데,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 바로 항생제 내성이다.

우리 인간에게 항생제의 발전은 원자폭탄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

 

 

6. 항생제 남용

 

* 상부 호흡기염(감기나 독감 따위)은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데, 항생제 치료는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성 감염에는 아무 효과도 없다. 

 

상부호흡기염 중 박테리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채 20퍼센트도 안 된다.

 

상부 호흡기 및 폐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는 병원균으로 중이염과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연쇄상 구균이나 폐렴균, 폐혈성 인후염을 일으키는 화농연쇄상 구균과 A군 연쇄상 구균, 가장 심각한 포도상 구균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인 황색 포도상 구균, 그리고 중이염 또는 예방접종을 맞기 전 유아기 때 뇌수막염을 일으키기도 하는 헤모필루스 인풀루엔자균이 이 속에 포함된다.

 

이 네 가지 박테리아 종은 호흡기 감염에서 자주 확인된다. 그러나 너무 성급할 필요는 없다. 때때로 이 박테리아들이 감염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감염된 것이 아니라 군집을 형성한 것(군집형성이란 박테리아가 단순히 몸 안과 피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이므로 일반적으로 피해가 없다.

 

박테리아 중 일부는 잠재적인 병원균을 억제하고 면역체계를 조절함으로써, 오히려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 항생제  남용으로 제기되는 첫 번째 문제점은 내성이다.

우리와 아이들의 몸에 더 자주 항생제가 들어가면, 우리 몸이 항생제 내성 기능이 있는 박테리아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많아진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에게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몸 안에 있는 박테리아가 내성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의 몸 안에는 질병과 무관한 평범한 박테리아가 항상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상처받기 쉬운 박테리아와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가 모두 뒤섞여 있는 상태에서,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한 장소에 존재하는 병원균과 몸 전체에 있는 감염되기 쉬운 미생물을 함께 제거한다.

감염되기 쉬운 종이 감소하거나 죽으면, 주위에  경쟁자가 없어진 내성 박테리아의 수가 번성해서 급증하게 된다.

 

* 항생제 내성은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박테리아 조직에 퍼진다.

 

첫 번째, 수직전파 방식은 이미 내성을 획득한 미생물의 생장을 통해 발생한다.

두 번째는 성적 접촉을 통해 확산되는 수평전파 방식이다. 주변에 항생제가 있는 상황에서 내성 유전자가 있을 때, 번식을 위해 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균주를 자연선택한다.

 

따라서 살아남은 박테리아는 약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자신들을 죽이도록 만든 항생제에 완전히 적응된 박테리아라고 할 수 있다. 항생제가 주변에 오래 머물러 있는 만큼, 미생물의 내성은 촉진된다.

 

* 항생제에는 단지 몇 가지 유형의 박테리아에만 효과가 있는 좁은 범위의 항생제와, 다양한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넓은 범위의 항생제가 있다.

제약회사나 의사들은 넓은 범위의 항생제를 선호하지만, 범위가 넓을 수록 내성이 더 커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7. 현대의 농장

 

*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항생제는, 인간이 아니라 대규모의 가축사육장에서 사육되는 돼지, 닭, 칠면조에게 사용된다.

항생제를 먹은 농장동물은 성장이 촉진되어 살이 찌게 된다. 또한 가축에 살고 있는 미생물에게 항생제 내성이 생겨, 우리의 음식과 물에 항생제 잔류를 남긴다.

 

박테리아를 비롯한 미생물들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며, 자기 방어를 위해 천연 항생제를 만드는 동시에, 자기 자신과 적들의 항생물질에 대응할 수 있는 유전자를 진화시켰다.

항생제를 만들어내는 유전자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제공하는 유전자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절대 모든 것을 치료하는 슈퍼-항생제를 만들 수 없다.

 

* 가축에게 항생제를 주는 주된 이유는, 함께 밀집되어 있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실 농장주는 가축에게 질병이 치료될 만큼 충분한 양의 항생제를 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공장식 농장에서는 필요량 이하로 처방된, 적은 양의 항생제를 음식과 물에 섞어 준다. 사료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저용량의 항생제를 처방해서 얻는 효과를 성장촉진이라고 부른다.

일반 사료를 먹인 가축보다 항생제가 들어 있는 사료를 먹인 가축들이 더 빨리, 더 많은 무게를 얻는다.

 

 

* 닭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평범한 환경을, 다른 그룹은 무균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무균 상태의 동물은 주변 환경 뿐만 아니라, 몸 어디에도 미생물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나뉘어진 두 그룹을 다시 반으로 나누어, 반은 사료에 항생제를 넣고, 나머지 반은 넣지 않았다.

 

예상했던대로, 저용량의 항생제에 노출된 닭이 항생제를 넣지 않은 닭보다 훨씬 크게 자랐다.

그러나 무균 닭의 두 그룹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항생제를 투여한 닭과 그렇지 않은 닭의 크기 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성장촉진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선 미생물의 관여가 필수적이며, 항생제만으로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농장주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정상 체중보다 더 많은 무게를 나가게 하는 이 방법을 터득하여, '사료 효율의 개선'이라고 불렀다.

 

 

 

* 항생제를 만드는 제약회사들은 의사들에게 몇 밀리그램씩 파는 것보다, 농부들에게 몇 톤씩 파는 것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팔리는 항생제의 70~80퍼센트가 몇 억 마리의 소와 닭, 칠면조, 돼지, 양, 거위, 오리, 염소 등, 농장의 가축을 살찌우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 2011년 미국 정부가 갈아놓은 칠면조, 돼지고기, 쇠고기 샘플을 마트에서 수거하여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슈퍼버그'라고 부르는 항생제내성 박테리아를 포함하고 있었다.

슈퍼버그란 우리 무릎이나 심장판막을 공격하여 감염시키면, 어떤 항생제도 효력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내성이 있는 미생물이라는 의미다.

 

* 1986면, 스웨덴이 성장촉진용 항생제 사용을 금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연합도 1999년부터 이런 관행을 금지했다. 그 이후 유럽 전체에서 성장촉진을 목적으로 가축 사료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

 

*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농장주들에게, 마지막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시기와 가축이 도살되는 시점 사이에 약물이 씻겨져 없어질 수 있는 기간을 두라고 명령했다.

마트 선반의 식품 대부분에는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 즉 최대치의 항생제가 잔류되어 있다.

우리는 유기농이 아닌, 일반적인 고기와 우유 또는 계란을 먹을 때마다 항생제를 함께 복용하고 있다.

 

* 연어, 메기, 새우나  바닷개재 같은 갑각류 등, 양식장 안에서 빽빽하게 자라는 양식어류의 경우에는, 성장촉진이 아니라 밀집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용량의 항생제를 준다.

 

* 과실수에 사용된  항생제로 인해 발생한 약물 내성 박테리아는, 비료 및 토양에서 생을 마감하는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생태계에 내성을 축적시킨다.

 

 

8. 어머니와 아이

 

 

 

                                   악명 높은 탈리도마이드 이야기

 

 

1950년대 중반에 독일에서 만들어져, 1957년 불면증과 불안증 치료제로 출시된 이 약물에서 입덧을 완화하는 효과가 발견되자, 많은 임산부들이 기뻐했다.

 

아무도 이 약을 사용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당시 대부분의 과학자와 의사들은 약물이 태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만약 어머니에게 괜찮다면 당연히 아기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1960년 독일에서는 처방전이 없어도 쉽게 이 약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57년에서 1961년 사이 탈리도마이드를 처방받은 수천 명의 임산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최소한 만 명에서 이만 명의 아기들이 골반과 눈, 귀가 기형일 뿐만 아니라, 팔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등, 사지에 심각한 기형을 가진 채 태어났다는 점이다.

너무나 치명적인 기형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드러나자, 즉시 탈리도마이드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탈리도마이드의 독성으로 인한 피해는 출생시 너무도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에,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천적 기형이 핵폭탄 실험 때문이거나,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토론을 하느라, 약의 사용을 금지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 영국의 의학연구위원회의 승인하에, 1938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개발된 에스트로겐의 일종인 DES 이야기

 

1941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분만 후 수유 중에 발생하는 유방 통증이나 유방 울혈을 멈추게 하고, 여러 가지갱년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이 약의 사용을 허가했다.

의사들 역시 임산부들이 겪는 재발성 유산 및 입덧 같은 다양한 문제를 치료하는데, 적극적으로 이 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71년, 보스턴의 한 의사가 투명세포 선암종이라는, 질에서 발생한 매우 희귀한 암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며, 처음으로 DES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질 암이 중장년층 여성에게 나타나는데 비해, 이 경우에는 청소년 또는 젊은 성인에게 발생했다는 특징이 있었다.

 

조사 결과, 환자들의 어머니 여덟 명 중 일곱명이 임신 중 DES를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14년에서 22년이 지난 뒤에 증상이 나타났을 뿐, 사실상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있을 때 이미 DES에 노출된 상태였다.

잇따라 자궁암 발생 위험이 40배나 증가하는 등, DES 복용에 따른 문제점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로버트 후버가 이끄는 2011년 연구에서, DES에 영향을 받은 여성과 일반 여성의 자궁 위험도를 누적 집계한 결과, DES에 영향을 받은 여성의 불임률이 두 배에  달했다. DES에노출된 아기가 어른이 된 후의 임신 성공률은 더 낮았다.

또한 임신 중기의 유산 같은 높은 조산 비율(16.4% 대 1.7%)과  더불어, 조기 유방암의 발생 증가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DES는 딸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낭종 또는 복부로부터 내려오는 음경의 선천적 기형 등, 남성 생식기 경로에 문제가 나타났으며, 여러 질병의 발생 위험 또한 높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DES를 복용한 여성의 손자에게까지 유사한 피해는 이어졌다.  

 

 

 

* 당시 임산부가 DES와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하는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듯이, 오늘날 제왕절개 수술을 받거나, 임신 중에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도 평범한 과정 중 하나가 되었으며,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 동물은 출산과정 중 어미가 새끼에게 미생물을 전달해준다.

새로 나온 달걀은 어미 닭의 항문 주변에 있는, 박테리아가 가득 든 주머니에서 나오는 미생물이 포함된 예방접종을 맞는다.

수천 년 동안, 포유동물의 새끼는 어미의 질을 통과할 때 기본적인 미생물 개체군을 전달받고 있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어머니에게서 미생물을 전달받으며, 이는 유아의 건강을 지켜주는 중요한 과정이다.  

제왕절개 수술, 그리고 어머니와 신생아에게 남용되는 항생제 탓에, 이제까지 어머니가 신생아에게 전해주었던 미생물 유형이 바뀌고 있다.

 

* 일반적으로 자궁 안에는 박테리아가 전혀 없어, 완전히 무균의 상태라고 생각되는데, 임신 초기 단계에 풍진이나 매독 같은 것에 감염되면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린다.  

 

* 미생물들은 마치 임신을 촉진하고 출산을 준비하기 위해 설계된 과정의 일부인 것 처럼, 정형화된 형태를 보이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 가임기 여성은 락토바실리처럼 질관을 더 산성으로 만들어주는 박테리아를가지고 있다. 락토바실리는 산을 싫어하는 유해한 박테리아를 튼튼하게 방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다른 박테리아를 억제하거나 죽이는 강력한 분자를 진화시킨다.

 

* 분만이 진행되는 속도와 상관없이, 이전의 무균 상태였던 아기는 곧 질에 있는 락토바실리와 접촉하게 된다. 마치 고무장갑처럼 아주 유연하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질은, 아기가 통과할 때 아기의 피부를 안아주며, 신생아의 모든 표면을 덮어준다.  

아기의 피부는 스펀지처럼 피부에 닿는 질의 미생물을 흡수하고, 아기의 머리는 아래로 내려오면서 산도(産道)에 잘 맞도록 어머니의 뒤쪽으로 향한다.

 

아기가 빨아들인 첫 번째 액체에는 약간의 배설물과 함께 모체의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다. 방금 태어난 아기의입은 락토바실리를 가득 머금은 채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젖꼭지를 빨기 시작한다. 이렇게 출생 후 아기가먹는 첫 번째  모유를 통해 락토바실리가 처음으로 전해지게 된다.

아기의 첫 식사는 보호항체를 포함하고 있는 모유로, 초유(初乳)라고 불린다.

 

질과 아기, 입, 젖꼭지, 그리고 모유로 연결되는 잘 계획된 일련의 과정은, 모유를 소화할 수 있는 박테리아가 신생아의 장관에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하게 지켜준다.

또한 이 박테리아는 경쟁자 또는 신생아의 장을 차지하려는 유해균을 억제하는 항생물질로 무장되어 있다.

 

모체의 질 안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락토바실리는, 영아의 멸균된 위장관을 점유하는 최초의 유기체로, 잇따르는 미생물 개체의 초석이 된다.

 

* 초유에는 '올리고당'이라 불리는 당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기는 이 당질을 소화할 수 없다. 올리고당은 건강한 아기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또 다른 박테리아인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아기에게 필요한 박테리아가 다른 경쟁 박테리아보다 먼저 활동을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 유익균이 선호하는 음식물을 모유에 포함시켜 놓은 것이다.

 

모유에는 아기에게는 독성이 되는 요소(尿素)도 포함되어 있다. 질소 공급원을 유익균에게 제공함으로써,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질소를 얻기 위해 직접 아기와 싸우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연은 지혜롭게도 어머니의 폐기물을 활용해 아기를 위한 유익균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고안해낸 것이다.

 

* 어머니의 피부 박테리아는 아기의 몸에 정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어머니의 구강 박테리아 역시 뽀뽀를 통해 아기에게로 전달된다. 

 

지금은 아기가 질에서 빠져 나오자마자 깨끗하게 씻겨 자궁 안에서 감싸고 있던 막을 제거한다. 이 막은 태아의 피부에서 만들어낸 '베르닉스'라는것으로, 특정 유해균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비롯한 수백 가지의 유용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병원 직원은 서둘러 엄마에게 산뜻하고 깨끗한 아기를 안겨주고 사진도 찍어주기 위해, 일반적으로 '베르닉스'를 씻어버린다.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계승되어온 막을 씻어버리는 것이 아기를 위하는 것일까?

 

이렇게 신생아에게 정착한 첫 미생물은 추후에 더 성숙한 미생물을 받아들이는 원동력이 된다. 즉 아기의 몸 안에서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앞으로의 미생물 집단을 위한 틈새를 만드는 등 사전 준비활동을 한다. 또한 장을 자극하여 아기의 면역이 개발되도록 한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단백질, 세포, 정화기능, 교류기능 같은 면역을 가지고 태어나며, 넓게 분포되어 있는 여러 계층의 미생물은 피부를 포함한 우리의 모든 표면을 보호한다.

반면, 내것과 내것이 아닌 것을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적응 면역을 스스로 개발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초기 미생물은 어떤 것이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은지를 판단해, 면역 시스템 개발을 지시하는 첫 번째 선생님이 되어준다.

 

 

*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어머니에게서 아이에게로 전달되어야 하는 미생물이 위협을 받게 된다. 아기는 산도를 통해 밑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복벽 절개 수술을 통해 자궁으로부터 꺼내어지기 때문에, 락토바실리를 얻지 못한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의 비율이 20퍼센트인 지역이 있는 반면, 전인적인 치료를 중시하는 스웨덴의 제왕절개 수술 비율은 약 4퍼센트에 불과하다.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정상분만보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덜 소란스러우며, 의사와 병원은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 같은 수술로 더 많은 돈을 번다.

 

2011년에 미국의 제왕절개 수술 비율은 세 명 중 한명이다. 브라질에서는 모든 출생의 46퍼센트 이상이 제왕절개이고, 이탈리아에서는 38퍼센트였다. 제왕절개 수술이 처음 시작된 곳으로 여겨지는 로마는 현재 80퍼센트에 달한다.

의료관리에 자긍심이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국가에서는 출산 중 17퍼센트 미만만이 제왕절개 수술이며, 네덜란드에서는 13퍼센트 정도다. 

 

 

* 제왕절개 수술에는 비용이, 그것도 아기에게 영향을 미치는 엄청나게 중요한 생물학적 비용이 발생한다.

 

아기에게 나타나는 미생물의 분포 형태가 분만 방법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띤다는 것이 밝혀졌다.

질을 통과해 태어난 아기의 입과 피부, 첫 대변 안에는 락토바실리 또는 프리보텔라, 스니치아종 등, 어머니의  질 미생물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의  피부에는 포도상구균, 코리네박테리움, 프로피오니박테리움 등이 번식해 있었다.

다시 말해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기에게서 발견된 미생물은, 어머니의 질에서 나타난 어떤 미생물과도 연관성이 없었다.

 

입, 피부, 장 등 곳곳에 있는 모든 미생물은 간호사 및 의사의 피부에 있는 박테리아와 세탁한 시트에 있는 박테리아를 비롯해, 사람의 피부에 있는 미생물이나 수술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유기체와 흡사했으며, 모체의 락토바실리 군락은 발견되지 않았다.

 

*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이든 상관없이, 첫 한 달 동안 넓은 세상에 노출된 아기들의 경우, 미생물이 하나로 모아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출산 직후의 차이가 감소된다.

 

 

* 임산부에게 제공되는 항생제는 모체의 상주 미생물 전체에 영향을 주며, 상처받기 쉬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내성을 선택하게 한다. 항생제를 복용한 시기가 분만과 가까울수록 아기에게 왜곡된 미생물 개체를 전달할 가능성도 커진다.

 

* 출산 과정에도 항생제가 사용된다.

진통이 시작되면, 임산부는 제왕절개에 따른 감염 및 B군 연쇄상구균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맞는다. 현재 미국의 경우, 약 40퍼센트에 달하는 임산부가 분만 중에 항생제를 맞고 있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30년 전, 제왕절개 수술 후 발생하는 감염은 약 2퍼센트 정도였다. 이 2퍼센트를 용납할 수 없어, 현재 100퍼센트의 임산부가 절개를 시작하기 전에 항생제를 맞고 있다.

 

* 분만이 가까워지면 의사들은 모든 임산부들에게 미생물 검사를 권하고,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아기가 산도를 내려오기 바로 전에 페니실린 또는 유사한 약효의 항생제를 맞는다.

문제는 치료하기 위한 정도보다 항생제의 효과가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B군 연쇄상구균을 죽이기 위한 항생제가 상처받기 쉬운 박테리아를 죽이는 등, 유익균에게 영향을 미쳐, 결국 내성 박테리아가 선택되어 남는다.

이렇게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 탓에, 아기에게로 전달될 예정이었던 모체의 미생물 구성이 전달 바로 직전에 변경된다.

 

태아 또는 모유에 포함된 항생제는 당연히 아기의 상주 미생물 구성에 영향을 끼친다. 혈액과 장 내에 페니실린을 가지고 삶을 시작하는 아이는, 페니실린이 없는 아이와 다를 수 밖에 없다.

항생제가 일부 박테리아군을 감소시키고 다른 군을 강화한다.

 

아기에게 B군 연쇄상 구균이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통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임산부들이 페니실린 정맥주사를 맞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명 중 단 1명만이 어머니로부터 B군 연쇄상 구균을 전달받는다. 한 명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199명의 다른 아이에게 항생제를 주는 것이다.  

 

오늘날 B군 연쇄상 구균에 감염되어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 아이가 거의 없는 반면, 다른 감염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태어나는 4백만 명의 아기들이, 매우 치명적이긴 하지만 발생할 확률이 무척 낮은 질병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아기들에게 질산은 또는 항생제 안약을 주지 않고 있지만, 감염률은 달라지지 않았다.

 

 

9. 잊혀진 세상

 

*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인류 초기부터 위(胃)에 존재하였으며, 처음 발견되었을 때, 또는 1979년에 다시 발견되었을 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 않았다. 

 

* 50여년 전, 미생물 생태학자 테오도르 로즈버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생존 형태, 즉 기생생물 또는 공생생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의 양생생물(兩生生物)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상호작용을 하는 양생생물의 가장 적절한 예다.

 

*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오직 인간의 위에서만 발견되는 완만한 곡선 모양의 박테리아다. 우리 위벽 안쪽의 두꺼운 보호 점액층 안에만 해도 수백만 개가 살고 있다.

위장 점액은 내려온 음식물을 분해하고 병원균을 물리치는 고농도의 산성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다른 곳 보다 더 두꺼운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여기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찾을 수 있다.

 

* 돼지, 치타, 돌고래, 그리고 인간 등, 오늘날 포유류에는 많은 종의 헬리코박터가 있다. 최소한 10만 년 전에도 인간의 몸 안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하룻밤 머무르는 손님으로서가 아닌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군집은 아프리카에서 두 개, 강력하게 연결된 유라시아에서 두 개, 그리고 동아시아의 한 개, 이렇게 다섯 개의 개체군에서 현대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파생되었음이 유전자 분석 결과 밝혀졌다.

 

베링 해협을 거쳐 구세계(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신세계(아메리카  대륙)로 건너간 약 11,000년 전 사람들의 위 안에 동아시아의 헬리코박터 균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페인 사람들이 도착한 후 여러 인종이 섞이게 되면서, 남아메리카 해안 도시에서는 유럽 균주가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다. 반면, 대륙 안쪽 정글과 고원에서 살고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는 여전히 순수한 동아시아 균주가 발견되고 있다.

 

* 최근까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아이들과 미생물 모두에게 이로운 면역반응을 공유하면서, 유년기의 모든 아이들에게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한 번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되면, 그 효과는 일생동안 지속되었다.

우리와 접촉하는 많은 종류의 다른 미생물도 우리에게 전달되기는 하지만 일시적일 뿐, 곧 배출된다. 그러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달라붙는 전략을 진화시켰다.

 

* 초기의 병리학자들과 임상의들은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위 안에서 쉼표 같은 곡선 및 S자 형태의 나선 모양을 이룬 수 많은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 유기체들은 자신들만의 매우 특별한 성장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미생물 학자는 배양균 만을 따로 배양 접시 위에 분리할 수 없었다.

결국 위장관의 많은 다른 유기체와 달리 연구실에서 자랄 수 없었고, 따라서 어떤 미생물인지 밝혀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관심도 받지 못했다.

 

* 의사들은 몇십 년 동안, 위는 박테리아가 전혀 살 수 없는 무균이라고 배웠다. 높은 산성의 위 안에서는 어떤 것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당시 세균 세계에 대한 우리의 시야는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박테리아가 화산이나 온천, 화강암 및 소금 사막에서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 1979년 호주의 병리학자인 로빈 워런 박사는 위의 점액을 따라 존재하는 박테리아를 다시 관찰했다. 처음 위에서 발견된 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후에야, 마침내 워런에 의해 위가 무균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워런과 그의 연수생 마셜은, 궤양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의 생체 조직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궤양 환자들에게 나선형 박테리아와 위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궤양이 없는 많은 사람들도 위염과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었다.

 

1982년 4월, 워런과 마셜은 처음으로 위의 S자형 박테리아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워런과 마셜은 이 박테리아에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 마셜은 이 미생물이 잠시 지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궤양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증거를 찾길 원했다. 그래서 1984년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직접 실험을 했다.

자신의 위 안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난 다음, 미생물 배양액을 삼켰다. 처음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며칠 후 소화불량 증세가 발생했다.

다시 위의 조직검사를 실시한 결과,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존재 뿐만 아니라, 심각한 위염증세까지 나타났다. 위에 상처가 났고 호흡도 힘들었다.

며칠 후 두 번째 조직검사에서는 위염 대부분이 사라져있었지만, 미생물이 계속 생겨날까 걱정된 마셜은 티니다졸 항균제를 복용했고, 그가  발표한 바와 같이 이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았다.

 

 

 

 

 

* 마셜의 실험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단순히 주어진 환경에서 번성하는 것이 아니라,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입증했다. 그러나 마셜의 급성 위염은 스스로 나아지기 전, 단지 며칠 동안만 지속되었을 뿐이었다.

그의 상황은 수십 년 동안 만성 위염에 시달리고 있는, 일반적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들과는 달랐다. 게다가 마셜이 복용한 항생제는 현재 단독으로 복용했을 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제거에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항생제였다.

뒤늦게야 우리는 감염과 염증이 자발적으로 사라졌다는 것과, 마셜이 절대 궤양에 걸렸던 것이 아님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미생물 배양액을 마신 이 극적인 실험은, 평범한 미생물이 실제로 병원균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대부분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염증을 유발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나쁜 미생물로 낙인찍혔다.

 

마셜과 워런은 순수 배양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분리하고, 위염 및 소화성 궤양 질환과의 관계를 정립했으며, 궤양의 치료법을 개선하는 등의 공훈을 인정받아,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로 인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 병원균이며, 이 박테리아를 제거해야 위가 건강해진다는 인식이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 저자는 유기체가 가지고 있는 항체에 근거하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를 정확하게 식별해내는 첫 번째 혈액검사를 개발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처럼 우리도 우리 몸의 상태를 알고 싶었다. 우리가 처음 개발한 방법으로 먼저 나를 검사한 결과, 보균자라고 나타났다.

놀랍긴 했지만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들처럼, 나 역시 아무 증상이 없었다.

 

왜 보균자 중 일부만 궤양이 생기는지 궁금하여,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마침내 확실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단백질을 발견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궤양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된 균주에 항상 존재하는 것인데, 궤양이 없는 약 60퍼센트의 사람들도 가지고 있었다. 

 

* 위암은 1900년 미국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주요  원인이었고, 여전히 폐암에 이어 전 세계 암 사망의 두 번째 원인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들이 위암에 걸릴 확률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없는 사람들보다 21년 동안 6배나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위암을 발생시키는 1급 발암물질로 공표했다.

모든 의사들은 환자가 조금이라도 위장 증세를 보이면, 우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있는지 찾아보고 확인한 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제거하는 항생제로 치료했다.

그러나 임상실험 결과, 궤양 외의 다른 증세는 자연스럽게 치료된 것일 뿐, 증세가 더 뚜렷하게 나아진 점은 보이지 않았다.  

 

1970년대 워런이 관찰한 호주인 중 약 절반 정도만이 보균자였다. 다른 선진국의 병리학자들 역시 연구를 통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와 위염이 모든 사람들에게서 같은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동시대 조사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거의 모든 성인들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라고 나타났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유기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1995년 이후에출생한 아이들 가운데 보균자는 6퍼센트가 채 되지 않았다.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기록이 나왔다.

대부분의 선진국 및 개발지역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점점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였고, 부유한 사람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인간의 몸에서만 살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애완동물이나 가축, 축산물을 통해 전파되지 않을 뿐더러, 살모넬라처럼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키고 사라지는 균도 아니며, 흙에서 얻어지지도 않는다.

이 미생물은 반드시 한 사람의 위에서 다른 사람의 위로 전달되어야만 살 수 있으며, 전달되는 방법도 위장관의 위쪽이나 아래쪽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다.

 

성인의 경우에는 함께 산다 하더라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감염 위험이 매우 낮으며, 성인과 성인 사이에서는 거의 확산되지 않았다.

 

* 한 번 복용하는 항생제로 환자 몸의 미생물 중 20~50퍼센트가 제거된다. 아이들에게 항생제를 줄 때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도 같이 손실되는 것이다.

어머니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상실한 경우, 아이 역시 획득할 기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염증을 일으키긴 하지만, 반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 있어왔으며, 위암 환자를 비롯해 병에 걸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년층이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70대였고, 암에 걸리는  비율은 더 높아서 거의 80대 즈음에 발병했다.

유년기나 청년기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가 된다고 해도, 발생하는 문제가 거의 또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대해 저항을 할 필요가 없었다.

 

*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손실되면서 위에는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고대부터 유지해온 균형이 깨지며, 면역, 호르몬, 위산 등의 제어물질들이 파트너 없이 춤을 추게 되었다.

손실로 인한 영향은 잠시 또는부분적이 아니라 평생을 거쳐 나타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손실되면서 이와 관련된 새로운 질병들이 증가하고 있다.

 

 

10. 속쓰림

 

* 6천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최소한 한 달에 한번 이상 속쓰림을 겪고 있으며, 매일 이같은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천 오백만 명이나 된다.

 

* 식도의 하부괄약근이 완전히 닫히지 않게 되면, 역류가 발생하고 산이 관으로 올라오면서 타는 듯한 화끈거림이 느껴진다. 종종 통증이 나타나기는 해도 역류 자체가 그리 큰 문제는 아니어서, 잠깐 참거나 제산제를 먹으면 금방 괜찮아진다.

그러나 역류가 만성이 되면, 극도로 불쾌한 역류가 매일 일어나는 위식도 역류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환자는 속쓰림과 더불어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 뿐만 아니라 구역질과 구토, 가슴통증까지 겪는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현재 선진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질환 중 하나로, 미국 성인의 10~20퍼센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위식도 역류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이 질환은 바렛 식도로 알려진 조직 손상의 형태로 이어지고, 바렛 식도는 선암(腺癌)의 전 단계이다.

한때 미국에서 단 5퍼센트에 불과했을 만큼 드문 질환이었던 식도암은, 지난 30년간 6배나 빠르게 증가하여, 이제 주요 암중 하나일 만큼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있다.

식도선암은 최근 미국에서 새로 발생하는 모든 식도암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선진국 역시 증가추세이다.

 

* 1930년대에는 가볍게 치료되는 흔한 질병이었던 위식도 역류질환이, 1950년대 들면서 더 높은 단계이긴 하지만 흔하지 않은 바렛 식도로 이어지고, 1970년대 들어서며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선암으로 연결된 것이다.

놀랍게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와 역류가 양성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없는 환자가 위식도 역류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두 배정도 높게 나왔으며, 후의 연구에서 8배의 비율도 발견되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와 위식도 역류질환의 관계가 서로 반비례를 이룬다.

 

독일 과학자들의 연구에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 중 약 12.9퍼센트에서만 역류가 나타난 반면, 치료에 성공하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제거된 26퍼센트에서 오히려 역류가 나타남을 발견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제거가 반대로 식도질환 발생 비율을 두 배 더 높인 것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제거되면, 역류가 촉진되어 식도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세계 각국의 추가적인 연구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위식도 역류질환 및 바렛 식도, 선암과 정반대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동일한 결과를 밝혀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산의 생성 스위치를 끄고 켜는 작업을 번갈아 수행하면서, 위의 호르몬 영향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위산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년기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항생제에 의해 제거된 사람들은, 40년이 넘도록 높은 수준의 산을 가지고 있게 된다.

 

* 병원체균으로 발견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양날의 검처럼, 연령에 따라 궤양 위험 및 위암으로 발전하는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위식도 역류질환과 이 질환으로 발생하는 다른 암에 대한 보호 역할을 하며, 식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사라지면 위암 발생은 낮아지지만, 반대로 식도선암이 증가하게 된다.

 

 

11. 호흡 곤란

 

* 70년  이상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 통계에 따르면, 최근 천식 발생이 두 배에서 세 배까지 증가하고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중 많은 수가 숨 가쁨, 기침, 그리고 기도협착 등 전형적인 천식발작 증세를 보였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와 천식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위암과 궤양을 일으키는 악성 균주가 위식도 역류질환에 가장 유익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천식에까지 도움이 된다고 밝혀진 것이다.

 

*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들이 평균 21세 정도에 처음 천식을 시작했음에 비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의 경우 평균 발병 연령은 11세로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였다.

생후 1년 이내에 사용하는 항생제가, 7세경에 발병하는 천식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있는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 특정 상황의 화학적 양상을 기억하는 면역기억세포 부대가 있다. 면역기억은 위험에 대해 우리 몸을 빠르게 반응하도록 하고, 위험이 다시 발생할 경우 방어를 강화한다.

백신이나 추가 접종은 세포의 기억 기능을 활용해서 면역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 병리학자들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의 위 벽에서 관찰하는 '위염' 부분은 미생물에 반응하는 림프구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없는 현대의 위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보균자의 위에 더 많은 림프구와 훨씬 더 많은 조절 T세포가 있다. 조절 T세포는 위에서 염증을 측정하는 일을 한다.

 

위염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위에 있는 조절 T세포의 억제 기능이 천식과 알레르기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병리학자 및 의사들은 위의 '염증'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뮐러의 연구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천식에 대항하여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감염된 쥐의 경우, 알레르기 유발 항원에 대한 반응이 적었다.

쥐의 위에 살아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를 주입했을 때, 천식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죽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세포를 제공했을 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천식에 대항하여 보호작용을 하는 대부분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출생 초기에  발생한다.

 

 

12. 점점 커지는 키

 

* 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점점 더 살이 찌는 걸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영양과잉인 사람의 수가 영양부족인 사람의 수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세 명 중 한 명이 과체중이고, 열 명 중 한 명은 비만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또한 점점 더 비만이 되고 있다.

 

* 가장 빠른 속도로 자라는 시기인 생후 2년 반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키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아시아에서 입양된 아이에 대한 연구에서, 만약 세 살 이전에 입양된 경우, 아이들의 키는 새로운 장소에서 만난 친구들의 평균 키로  성장한다는 결과가 밝혀졌다. 그러나 세 살 이후에 입양된 경우에는 태어난 나라의 신장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 유골을 통해 선사시대 및 역사시대 사람들이 여러 번에 걸쳐 키가 반복적으로 점점 커졌다 작아졌다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 육군 기록에 의하면, 18세기 조지 워싱턴 군대의 군인들이 1860년대 남북전쟁 참전 군인들보다 더 키가 컸다.

20세기 초 유럽인 중 가장 작았던 네덜란드 사람의 키가 현재 가장 큰 키가 되었다.

 

*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항생제가 가축의 성장을 촉진한다. 항생제를 동물에게 주는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가 더 컸다.

 

 

 

13. 그리고 점점 살이 찌고 있다.

 

* 왜  항생제가 동물을 더 크고 뚱뚱하게 만드는 걸까?

 

생후 초기에 접한 항생제로 상주 미생물이 변화된다면, 이 변화는 숙주의 신진대사까지 변화시키는 중요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 무엇이 동물들을 살찌게 하고, 전보다 뼈의 성장을 촉진시키는가?

항생제도 효과가 있고, 고지방식도 효과가 있지만, 함께 첨가했을 때 효과가 더 높아져서 상승작용을 나타냈다.

 

 

* 로리는 실험을 통해, STAT(치료량 이하의 저용량 항생제를 처방하는 방식)로 인해 일어나는 발육 변화는 항생제 없이 미생물 만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사실을 증명했다.

 

* 한 번의 항생제 투약으로, 쥐의 배설물의 일반적인 박테리아 중 3분의 2가 억제되거나 상실되었다.

세 번의 투약 과정이 끝난 후,풍부한 박테리아 종을 보여주었던 생물 다양성이 다시 회복됐는지 확인해보았다.

비교적 가벼운 약물인 아목시실린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복구되어 있었다.

 

그러나 타이로신을 투여한 쥐의 경우, 심지어 마지막 항생제 처방 후 몇 달이 지난 후에도, 박테리아 종의 다양성은 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타이로신은 어미쥐에게서 전달받은 미생물의 비율을 영구적으로 억제 또는 제거했다.

 

 

 

* 생후 초기의 항생제가 상주 미생물에 영향을 끼쳐 쥐의 성장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용된 항생제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생후 첫 6개월 이내에 항생제를 처방받은 아이들은 살이 쪘다

또다른 연구팀은 제왕절개 분만 역시 비만과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14. 현대 질병에 대한 재고(再考) 

 

* 제1형 당뇨병 또는 소아 당뇨병은, 외부의 단백질인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 중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단백질을 적으로 여기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이 경우 T-세포는 췌장을 공격해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소도 세포를 파괴한다.

이 질환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는 유아기부터 30대 후반 사이에 진단받는다.

 

반면, 제2형 당뇨병 또는 성인 당뇨병은,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몸의 세포가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을 보인다.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보통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 키가 큰 남자아이 및 생후 첫해에 급속하게 체중이 증가한 아기 중,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이에게 소아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따라서 생후 초기에 일어나는 상주 미생물의 교란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 초기에 접한 항생제 때문에 소아당뇨병 속도가 빨라졌다.

생후 초기에 항생제에 노출되었을 때, 제1형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증가하거나 악화된다는 증거가 나왔다.

 

*  셀리악병이 있는 사람들은 글루텐이라 불리는 밀의 주요 성분에 알레르기 증세를 보인다. 면역 시스템이 글루텐을 음식물이 아니라 치명적인 침입자로 여겨, 복통, 설사, 복부 팽만감, 피로 등의 증세를 보이게 한다.

연구에서 항생제 사용과 셀리악병이 확실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알레르기 반응에 대항하여 보호작용을 하는 미생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셀리악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위의 박테리아(헬리코박터 파이로리)와 장내 박테리아(메트로니다졸 및 다른 항생제에 손상되기 쉬운)가 셀리악병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사람 역시 셀리악병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 항생제를 복용한 아이들이 크론병(구강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에 걸릴 위험은 3배 이상 높았다.

항생제를 더 자주 복용할수록 위험도 더 높아졌다. 연구진은 한 번 항생제를 치료받을 때마다, 크론병 발병 위험이 18퍼센트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 캐나다의 연구에서는, 생후 1년 이내에 항생제를 복용한 아이들은 천식 발병 위험이 두 배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과 연결된 다른 질병으로 꽃가루 알레르기와 습진 또는 아토피성 피부염 등이 있다.

 

* 장에는 학습, 기분, 수면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만드는 세포가 있다. 보통 세로토닌이 뇌에서 만들어져 운반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장에서 신경 내분비 세포의 80퍼센트가 만들어진다.

장내 미생물 중 대부분은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을 만든다.

 

* 항생제는 호르몬, 그중에서도 특히 에스트로겐에 영향을 미친다.

피임약을 먹고 있는 여성이 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일부는 후유증으로 주기 중간에 생리가 시작하는 비생리기 자궁출혈이 발생하고,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 문제가 더 악화된다면, '항생제의 겨울'이라 부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항생제의 겨울'은 농약 탓에 조류가 멸종할 수 있다고 예측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비유하여 만든 단어다.

 

 

15. 항생제 겨울

 

*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은 건강한 사람의 장에도 소량이 있을 수 있지만,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장내의 경쟁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의해 전멸하게 되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장이 건강한 상태라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은 장내의 정상적인 박테리아에 의해 차단된다. 

 

 

 

* 항생제가 페기의 장내의 정상적인 박테리아 중 다수를 전멸시키자,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번성하며 창자 벽이 약화되었다.

그때 배설물이 창자 벽을 통해 평소에 박테리아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스며들며, 패혈증과 고열이 발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패혈증을 치료하기 위해 더 많은 항생제를 사용해야 했다. 항생제로는 막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손쓸 방도가 없어진 담당의사는 페기의 손상된 장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감행했다.

시도는 좋았지만 페기는 치과 치료를 받은 날로부터 2주일 후, 질병이 발생한 날로부터 일주일 만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 우리는 50여 년 전 부터 항생제 탓에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을 뿐, 원인을 파악하진 못했었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설사의 주요 원인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인 것이 밝혀졌다.

대부분 병원 입원환자에게서 발생했다.

 

더욱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은 포자를 만들어 공기 중에서 떠돌아다니다가 아무 곳에나 내려앉을 수 있기 때문에, 널리 퍼지기 용이했다. 따라서 환자들로 가득한 병원은 상당히 많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으로 오염될 수 있다.

 

* 약 10년 전, 더 심각해진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감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분석 결과, 균주가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게 강한 독소를 가졌으며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군이, 유럽과 북미 지역에 공통으로 퍼져, 주로 병원에서 발견되고 있다. 병원은 정말 위험한 공간이 되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2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년 사회, 또는가정에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감염되어 입원하고, 그 결과 1만4천 명이 사망한다.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13년 9월, 처음으로 미국내 약물 내성 박테리아에 대한 전체 상황을 보여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협 수준에 따라 18개 미생물의 순위를 매기고, 그 중 3종을 '시급함' 단계로 지목했다.

 

순위 목록 가장 상단에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줄여서 CRE라 불리는 비교적 새로운 그룹이 있었다. 그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에  감염되어 사망했다.

근본적으로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은, 미생물의 성적 관계를 통해 다른 미생물에게 내성 유전자를 확산시키는 능력이 있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과 약물 내성을 가진 임질이 순위표의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 항생제 내성균이 모든 사회와 의료 시설, 그리고 의료 활동 중에 발생하고 있다. 적어도 미국에서만 매년 2백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이 원인으로 감염되며, 그중 2만3천 명이 사망하고 있다.

 

*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항생제와 관련한 설사의 원인으로 확인되기 몇십년 전인 1950년대 초, (현재 우리가 상주 미생물이라 부르는) 정상세균총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실시했다.

본호프와 밀러는 세균총이 보호 역할을 한다는 가정하에, 인간과 쥐 모두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엔테리디티스를 쥐에게 주입시켜 보았다.

 

정상인 쥐에게 주입했을 때, 상주 미생물은 전체 감염균의 절반 정도인 약 10만 개의 살모넬라균을 제거했다. 그러나 스트렙토마이신 항생제를 쥐에게  먼저 경구 투입한 뒤, 며칠 후 살모넬라균을 주입시킨 경우에는, 단지 3개의 감염균 만이 제거되었다. 무려 3만 배의 차이를 보이며, 쥐의 장내는 박테리아가 판치는 세계가 되었다.

페니실린을 비롯한 다른 항생제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항생제를 투여한 후 몇 주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보호역할을 하는 상주 미생물이 거의 없어, 감염에 걸렸다.

 

 

* 1985년 시카고에서 대규모의 살모넬라균 감염이 발발했다. 최소 16만 명 이상이 병에 걸렸으며, 많은 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체인점의 우유가 발발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보건국의 조사 결과, 우유를 마시긴 했지만, 최근에 어떤 항생제도 처방받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발병 한 달 이내에 항생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병에 걸린 가능성이 5.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에 노출된 사람들이 살모넬라균으로 인한 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

 

시카고 시민들이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미생물, 특히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경고를  의사에게서 들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항생제 사용에 따르는 대가로 새로운 병에 감염될 위험이 증가한다.

 

 

* 일주일분의 항생제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성균을 지속시키고, 치료 목적이었던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부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광범위한 항생제 치료는 내성 유전자를 발생시켜, 유익균으로부터 새로 획득한 병원균으로 이동하게 한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살모넬라균 실험이나, 시카고 지역의 발병, 그리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감염으로인한 전염병은, 예비 조치로 사용되는 항생제가 병원체에 취약하게 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 단기적인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몸에 군집을 이루고 있는 미생물이 장기적으로 변화할 수있다.

흑사병은 4년이나 계속된 후,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약 2천5백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끝이 났다.

 

연구 결과, 최근 15~40퍼센트에 달하는 사람들이 미생물의 다양성과 유전자를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또는 당뇨 같은 건강 문제를 걱정하는 만큼 치명적인 '항생제 겨울'을 두려워해야 한다.

 

 

16. 해결방안

 

* 항생제 과다처방과 제왕절개 수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

과도하게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손 소독제의 주요 성분인 '트리클로산'은 항생제는 아니지만, 접촉하는 대부분의 박테리아를 제거한다.

 

* 잡지에는 항생제 내성 감염에 관한 끔찍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며, 많은 사람들이 '결벽증'이 심각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 2001년, 유럽 국가들 가운데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였던 프랑스는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공중보건기관에 지시했으며, '항생제 효능유지를 위한 국가적 계획'을 발표하고 시행하여,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정부의 개입이 끝나갈 무렵에는 항생제 처방이 26퍼센트나 감소하였다.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을 주장했다.

 

높은 수준의 의료국가, 스웨덴의 외래 처방 비율은 천명 당 단 388건 뿐으로, 미국의 833건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의 항생제 처방 비율은 미국의  절반 이하이며,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 가축에게 주는 항생제를 금지시키는 것이 필요한다.

 

* '분변 미생물 이식'이라 불리는 FMT는, 한 사람의 배설물을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옮겨주는 치료법이다.

물론  이 과정이 매우역겹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특히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재발한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분변 미생물 이식

 

 

2013년 네덜란드에서 실시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저명한 의학잡지에 발표했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재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 실험의 참가자들은 항생제 치료 또는 배설물 전달 치료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약물 처방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치료율이 31퍼센트인데 비해, 배설물 이식 치료를 선택한 사람의 치료율은 94퍼센트였다.

 

수치가 너무 많이 차이 나자, 남아 있는 표준 치료 대상자에게 비윤리적일 수 있다는 이유로 실험이 중단되었다.  

 

 

 

* 엄격하게 잘 진행된 이 실험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에 감염된 경우처럼, 장내 생태계가 손상된 사람에게 미생물을 복원해주는 방법이 훌륭한 약이 될 수 있다는, '원리의 증명' 이론을 확립해주었다.

 

* 12명의 아메리카 원주민의 장내 미생물 개체를, 콜로라도의 청소년과 가족들로부터 얻은 157개의 개체와 비교했다. 두 개체 간의 차이가 너무나 분명해 거의 반대로 보일 정도였다.

미국 북부의 157명이 가지고 있는 고유 종은 단지 몇 개뿐인데, 아메리카 원주민 12명은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존재하지 않는, 100종이 넘는 고유한 종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많은 종들이 적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미국인 대상자보다 더 많은 분류군을 가지고 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가지고 있는 미생물이, 항생제 및 다른 의료 시설, 그리고 현대  생활에 노출된 결과로,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 지은이 마틴 블레이저 의학박사.

 

      현재 뉴욕대학교 인간 미생물 집 프로젝트의 센터장

      뉴욕대학교 의학대학 학장 및 미국 전염병 학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