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불 켜고 자면 키가 안 자라요

道雨 2014. 10. 29. 15:27

 

 

                        불 켜고 자면 키가 안 자라요

 

 

 

깜깜해서 무섭다고 밤에 불을 켜놓고 자는 아이가 있다.

잠들 때까지 두려움을 없애주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아이 성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빛과 잠 그리고 성장에 관한 보고서.

아이는 자면서 자란다

잘 자야 잘 큰다.

자는 동안 낮에 먹은 음식이 소화 흡수되어 피와 살이 되고, 키가 크고 두뇌가 발달한다.

낮에 경험하고 배운 것을, 자는 동안 필요한 기억과 불필요한 기억으로 구분해 저장하고 기억한다.

지치고 피곤한 몸이 휴식하고, 기능을 회복한다. 면역력도 높아진다.

성장호르몬도 깊이 잠들었을 때 펑펑 솟아난다.


작은 불빛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려면 잘 자야한다. 성장호르몬은 멜라토닌이 왕성하게 나와야 분비가 촉진되는데, 멜라토닌이 많이 나오면 체온이 낮아져 잠든다.

오후 10시~오전 2시에 성장호르몬이 폭발적으로 분비된다고 알려진 것도, 깊이 잠들어 성장 호르몬이 잘 분비돼야 키도 크고 두뇌도 발달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푹자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잠잘 때는 최대한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그 이유 역시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중추는 빛에 매우 예민하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 어두워져야 '어둠의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하고, 멜라토닌 분비가 왕성해야 체온이 낮아져 잘 자고, 성장호르몬도 분비된다.

 

하지만 작은 불빛이라도 눈에 들어가면 멜라토닌은 분비되지 않는다. 자는 동안 빛이 들어가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중추 활동이 흐트러지면 신경호르몬, 성장호르몬 분비에 장애가 생긴다.


최근 아이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성장뿐 아니라 행동적 이상을 보인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다.

2세 이하 아이는 최소한 하루 13시간 이상, 4세 아이는 11시간, 6세 아이는 9시간 30분 정도 자야 한다.

2세 아이가 하루 11시간 이상 자지 못하면, 신경질적이고 분노발작이 많을 뿐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과잉행동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작은 불빛도 수면에는 방해가 되므로 아이가 자는 동안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잠들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깜깜한 것이 무서워 잠들기를 두려워하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는 어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마음 편히 잠들 수 있다.

불을 켜두고 자게 하는 것보다, 아이가 잠들기 2~3시간 전부터 조명의 조도를 조절해, 잠들기 좋은 환경을 만 들어주는 게 좋다.

잠들기 2~3시간 전부터 형광등을 끄고, 아이와 함께 누워 책을 읽어주며 잠잘 준비를 한다.

 

형광등, TV, 컴퓨터에서 나오는 흰색•파란색 빛을 계속 받으면, 아이의 뇌는 계속 낮으로 인식해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아 잠들기 어렵다.

반면 노란색•주황색 빛이 도는 100룩스 이하의 수면등을 켜두어 침실 환경을 편안하게 해주면, 아이는 쉽게 잠든다. 빛이 직접 닿지 않도록 간접 조명을 쓰는 게 포인트다.

아이가 잠들면 수면등까지 모두 꺼서 숙면할 수 있게 해준다.


낮에 햇볕을 쬔다


사람은 잠들고 깨는 시기를 결정하는 나름의 생체시계가 있다.

멜라토닌, 기초체온, 호르몬 주기 등에 따라 일정한 주기로 잠들고 깨어난다. 아침에 햇빛을 받으며 눈을 뜨고, 해 지는 밤에 자는게 일반적이다.

낮에 2000룩스 정도의 햇빛을 30분 정도 쬐면 잘 때 멜라토닌이 잘 생성된다.

 

아이가 햇빛을 받으며 규칙적으로 뛰어놀면, 실내에서 지내는 것보다 멜라토닌 생성 효과가 10배 이상 높다. 멜라토닌의 재료인 세로토닌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아무리 어두워도 멜라토닌이 생성되지 않아 잠을 못 잔다. 햇빛과 비슷한 조도의 조명을 쬐어도 세로토닌은 생성되지 않는다.



도움말 김영훈(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한진규(서울스페셜수면센터 원장) | 사진 신상우 | 진행 한미영 기자

기자/에디터 : 한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