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꼼수’로 가득 찬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道雨 2014. 12. 30. 11:51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29일 전체 내용이 공개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내용과 형식, 추진 방식 등에서 모두 문제가 많다. 정부는 이 약정이 이미 이날 0시를 기해 발효했다고 말하지만, 체결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정부가 국회에 보고하지도 않은 채, 지난 26일 이 약정에 서명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정부는 ‘정부 간 협정’이 아니라 ‘국방당국 간 약정’이므로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한 행태다.

‘나라 사이 상호원조, 안전, 국민에 부담을 끼치는 문제라면, 이름을 불문하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한 199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위배됨은 물론이다.

그동안 이 사안을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해온 정부 스스로의 약속에도 어긋난다.

 

이 약정의 추진 배경과 내용은 더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이 이 약정 체결을 밀어붙인 주된 이유는 사실상의 한·미·일 군사동맹 구조를 만들려는 데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는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엠디) 체제 구축과 직결되며, 이 엠디는 중국을 핵심 대상으로 한다.

미국으로선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편에 묶어 대중국 전선에 나란히 세우기 위한 기본 틀로 이 약정이 필요한 것이다.

 

일본에도 이 약정은 큰 이익이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북한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정해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것 자체가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하는 군사대국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자연스럽게 한반도에 대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장할 여지가 커졌다.

 

우리나라는 실익도 거의 없으면서 외교·안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는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일본에 기댈 이유가 없다.

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더 뻣뻣해질 것이다.

 

이 약정을 자신에 대한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로 보는 중국의 반발도 부담이 된다. 북한 또한 핵·미사일 역량을 더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약정은 결국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안보구도로 이어질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전시작전권 환수 재연기라는 ‘독사과’를 미국에게서 얻어내는 대가로, 서둘러 이 약정 체결에 나선 것으로 의심된다. 갈수록 진창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정부가 약정 체결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나서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 2014. 12. 3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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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사흘전 서명해놓고…정부 ‘거짓말’

 

 

 

조태용 외교부 1차관(오른쪽)과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체결]
“수정될지 몰라 공개못한다”
도장 찍던 날까지 거짓말
2년전 ‘협정’ 추진때와 똑같아
국방위 여당 “사후보고” 질타
야당 “약정 체결에 반대”

‘한국과 미국, 일본 국방부 간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3자 정보공유 약정’이 29일 발효됐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그러나 약정 서명은 국방부의 애초 설명과 달리 국회 보고 전인 26일 모두 마친 것으로 드러나, ‘거짓 설명’, ‘밀실 처리’ 논란이 일었다.

국방부는 이날 자료를 내어 약정이 29일 0시부로 발효됐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3국의 약정 서명은 미국이 23일, 한국과 일본이 26일 마쳤고 약정 발효일은 절차상 시간이 필요해 29일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정보공유 약정이 이미 서명·발효된 뒤 국회에 보고한 것은 최소한의 절차적 투명성도 확보되지 않은 사후 보고”라고 질타를 쏟아냈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기자설명회에서도 “약정 서명은 29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약정 원문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29일 서명 전까지 3국간 협의로 약정 내용이 수정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국방부는 2012년 6월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을 추진할 때도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해놓고도 “절차가 진행중”,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거짓말을 한 데 이어 협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킨 사실을 숨겨 여론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국방부는 이런 전례를 의식해 이번 약정에 대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협상 과정에서 진전 상황이나 내용을 제대로 국회에도 보고한 적이 없고 언론에는 거짓 설명까지 한 것이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찬 의원은 “이미 다 저지르고 사후약방문이냐. 국방부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따졌고,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26일 저녁 사인을 완료해 놓고 사후 보고하는 것은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국방위 위원장인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도 “이미 서명해 놓고 국회에는 사후 보고하는 식이면 지원해주기 어렵다”고 일침을 놓았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 약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회의에서 “약정은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이 국민 반대에 봉착하자 꼼수를 부린 것이다. 군사정보 공유는 3국간 미사일방어 구축에 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으며, 중국 포위의 일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체결 중단을 요구했다. 국방위에서도 같은 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을 체결하려다 반대 여론이 거세 무산됐다. 이번에 같은 내용을 약정 형태로 추진하고 체결까지 마친 뒤 사후 보고한 것인데 이를 용인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국방부의 사후 보고에 대해선 질타를 했지만, 정보공유 약정 체결에 대해선 “허용 여부는 국회 상임위 업무가 아니다”(김성찬 의원), “취지에 공감한다”(한기호 의원) 등 대체로 옹호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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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수’로 가득 찬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가 29일 체결할 예정인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2012년에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우회로’적 성격을 지닌다.

국가 간 협정이 아니라 군 당국 간의 각서 체결 형식을 취했고, 한-일 간 직접 정보 교환이 아니라 미국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이다.

공유하는 정보의 대상도 한-일 협정과는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에 국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변경사항에도 불구하고, 이 약정은 근본적으로 한-일 정보보호 협정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우선 2012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밀실 추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국방부는 애초 “국민과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약정 체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말았다.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구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사정보 교류를 양해각서 형식으로 체결하는 것도, 국회 비준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정부의 일본에 대한 자기모순적 태도는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아베 신조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 결정 등을 통해 군사대국화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정보 교류는 결국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아베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항의 표시로 2년째 한-일 정상회담마저 거부하고 있는 정부가, 오히려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통해 그들의 군사대국화 정책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양해각서 체결의 명분은 안보 증진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실익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일본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에 대한 회의적 평가도 그렇지만, 자칫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 더욱 깊숙이 발을 담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약정 체결은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와 미·일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계의 연동으로, 3국 간 ‘엠디 공조 체제’의 첫걸음을 여는 조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3국 간 군사정보 공유를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 간주해 반발하고 나설 경우, 오히려 한반도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도 확보하지 못하고, 안보 효과도 불확실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구태여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참으로 의문이다.


[ 2014. 12. 2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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