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이준석 “십상시가 날 소환해 혼내고, 김무성·유승민을 배후로 지목”

道雨 2015. 1. 15. 10:59

 

 

 

  청와대 행정관이 여당 대표를 우습게 아는 정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수첩에 적혀 있던 ‘문건 파동 배후는 케이(K), 와이(Y)’라는 메모의 당사자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고, 이 발언을 한 사람은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청와대 행정관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파문의 배후로 여당 대표와 여당 중진의원을 지목했다는 얘기다.

아무리 기강 없는 정권이라 해도, 일개 청와대 행정관이 여당 인사들 앞에서 당대표를 거침없이 비난할 정도로 엉망일 수 있는 건지, 나라와 정권의 수준이 걱정이다.

 

음 행정관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라 불리는 청와대 비서 3인방과 친한 사이이며,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보고서에 언급된 ‘십상시’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직급은 행정관이지만 비서 3인방의 권력에 기대어 얼마나 위세를 부렸을까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사안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진짜 문건 파동의 배후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런 발언이 단지 음 행정관 개인의 생각이겠느냐는 점이다. 아마 비서 3인방도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고, 어쩌면 그건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대변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많은 이들이 추측한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지난 연말 박 대통령이 친박 핵심 몇 사람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하면서 김무성 대표는 쏙 뺐는데, 그런 행동과 이번 파문이 별개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식의 당청 관계를 유지하면서 박 대통령은 국회 협조가 절실한 우리 사회의 구조개혁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번 사안은 박 대통령이 왜 비서 3인방을 청와대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유 의원은 음 행정관이 자신을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얘기를 듣고, 3인방 중 한 사람인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적절한 조처를 요구했다고 한다.

여당의 3선 중진의원이 음 행정관 직속상관인 홍보수석이나 공직자 기강을 다루는 민정수석이 아니라, 업무상 아무 관련이 없는 비서 3인방에게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지금 여권의 권력 지형을 보여주는 단적인 풍경이다.

 

이러니 3인방과 가까운 행정관이 여당 대표를 무시하고,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까지 3인방에게 줄을 대려는 행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고리 권력을 도려내지 않으면, 정부·여당의 공식적인 시스템은 완전히 붕괴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 2015. 1. 1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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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유사가족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서 3인방을 감싸고도는 걸 지켜보면서 “아! 한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한 공간에 모여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마침내 가족처럼 끈끈해진 ‘유사가족’ 말이다.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씨가 표현한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란 이 경우에 적용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이 아버지를 잃은 건 27살 때가 아니다. 9살 무렵 이미 아버지는 감당하기 버거운 신화적 존재로 등극해버렸다.

숨막히는 압도감으로 다가오는 아버지, 그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한 점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극도의 자기절제…. 그 팽팽한 긴장감이 어린 근혜를 단련시키고 성장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철 소녀’라 한들 마음이 무너질 때 말없이 넓은 등을 내밀어주는 아버지가 왜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최태민 목사가 인성 형성기에 박근혜의 몸과 영혼을 완전히 통제”(버시바우 미국 대사의 보고서)한 게 맞다면, 그건 아마도 최태민이 ‘보통의 아버지’를 대신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회견 내내 얼굴이 굳어 있는 김기춘 실장을 보면서 최태민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공통점이 있다. 육영수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박근혜의 운명에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최태민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박근혜를 위로했고, 검사 김기춘은 저격범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내 어머니의 영혼을 달래줬다.

게다가 김기춘은 아버지의 정신이 법제화된 유신헌법을 만든 핵심이다. 아들이 1년 넘게 사경을 헤매는데도 ‘주군의 딸’을 지켜주고 있으니, 박 대통령으로서는 그 헌신에 ‘부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보기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는 말은 그런 한없는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답례인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에게 동생들은 없는 거나 진배없다. 아니 없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남매가 철의 규율로 뭉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려면 자신이 아버지를 숭배했듯이 동생들도 자신을 추종해줘야 한다. 하지만 동생들은 ‘전선’을 이탈하고 말았다.

이날 회견에서 남동생을 겨냥해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된다”고 사납게 쏘아붙인 건 평소 감정도 묻어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동생 근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형님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 자매 사이는 여전해 보인다.

 

이에 반해 회견에서 드러난 3인방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부하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혈육에 가까웠다.

2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자신의 눈빛마저 섬세하게 챙겨준 이들이야말로 진짜 동생들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3인방 처리에 대해 “팔다리는 자를 수 있어도 오장육부는 들어낼 수 없는 법”이라고 얘기했다. 오싹하도록 정확한 비유구나 싶었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청와대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대상에 유사가족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우리는 2년여 전 선거에서 박 대통령만 뽑은 게 아니라, 그의 유사가족도 함께 선출한 것으로 여겨야 할까? 마치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부인 김윤옥, 아들 이시형도 청와대에 보냈듯이 말이다.

 

오래전 텔레비전 드라마에 <불량가족>이란 게 있었다.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9살 나림의 기억을 회복시키기 위해 유사가족이 구성됐는데, 이를 통해 그 구성원들이 모두 자기 위안과 치유의 계기를 얻는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의 유사가족도 위안과 치유는 받을지 모르지만, 이를 시청하는 국민들 눈에는 진짜 불량가족으로 비칠 것이다.

 

김의겸 디지털부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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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십상시가 날 소환해 혼내고 김무성·유승민을 배후로 지목”

 

 

문건유출 배후설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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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찍힌 ‘문건파동 배후는 K(김무성), Y(유승민)’라는 김무성 대표의 수첩 속 메모의 사실관계가 드러나면서, 이 사안이 당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상황을 되짚어보면, 지난달 18일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의 만남은 우연히 술자리가 합석되면서 이뤄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음 행정관이 방송에 자주 나가 청와대를 비판하는 이 전 비대위원을 향해 “알지도 못하면서 방송에 나가 함부로 떠들지 마라. 자꾸 그러면 방송에 못 나가게 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이 전 비대위원의 말이다.

이 전 비대위원은 “(만난 적도 없는) 여자 문제와 회사 내부 문제까지 상세하게 언급했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에 비판적인 당 전 비대위원에게 사실상 협박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 전 비대위원은 이를 지난 6일 김상민 의원 결혼식 피로연에서 당사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같은 당 유승민 의원 등 전·현직 의원 12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혔다.

 

모임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전 비대위원은 ”(음 행정관이) ‘문건파동의 배후는 당에 있다’면서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실명으로 거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 행정관이 “그 배후를 내가 꼭 밝힐 거다. 곧 발표될 거다. 두고 봐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전 비대위원의 말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격노했고, 이때 이 전 비대위원이 전한 “문건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힐 거다”라는 음 행정관의 말을 수첩에 적어둔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18일 만남서 들어
이, 지난주 김 대표에 전해
음, 조응천 배후 거론만 인정

당시 검찰 수사서
조응천은 배후 지목 안돼
수사내용 전해들었는지 등 의문

 

그런데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대표가 이 수첩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K, Y가 누구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등을 두고 술렁였다. 다음날인 13일엔 이니셜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가리키며, 이 발언을 음 행정관이 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파문이 증폭됐다.

 

음 행정관은 자신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언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배후로 지목한 건 아니라고 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배후다. 조 전 비서관은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 배지를 달려는 야심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달 18일 밤) 음 행정관 등은 3~4시간째 술을 마셨고, 나 혼자 술을 안 마신 상태였다”며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음 행정관과 이 전 비대위원이 만난 지난달 18일에는 검찰 수사에서 박관천 경정의 배후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목된 상황이 아니었다.

이를 두고도 음 행정관이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검찰수사 진행사항을 전해들었거나, 아니면 청와대 내부에서 이미 문건파문의 핵심으로 조응천 전 비서관을 지목해, 실제 검찰 수사도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도 등 청와대 주문을 따르려 한 정황 아니냐는 또다른 의구심이 제기된다.

음 행정관이 이 전 비대위원의 ‘회사 내부 문제’를 언급했다는 부분도 ‘사찰’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음 행정관 말대로 조 전 비서관이 이들에게 줄을 대려 했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조응천이란 사람이 있다는 건 뉴스 보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고, 유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언론사 간부를 만날 때 자기 친구라고 데리고 나왔길래 얼굴 한번 본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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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배후 발언’ 음종환, ‘문고리 3인방’ 정호성과 대학 동기

 

 

[음종환은 누구]


‘친박’ 권영세·이정현 의원 보좌관 지내
행정관 이상의 위상 지닌 ‘핵심 참모’

음종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6일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게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의 12월18일 발언(문건 배후 발언)을 전할 때, 음 행정관을 ‘십상시 중 5등 안에 드는 어마어마한 십상시’라고 표현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파문’의 책임을 지고 14일 사퇴한 음 행정관은 청와대 안에서도 행정관 이상의 위상을 지니던 ‘핵심 참모’로 꼽힌다.

음 행정관은 국회에서 권영세 주중대사,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보좌관을 지내고,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이던 이 의원 밑에서 공보기획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포진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등의 주요 실무자들을 일컬어 ‘십상시’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음 행정관은 십상시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11월28일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개입’ 보도에 나온 청와대 문건에 ‘십상시’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 보도에 대해 세계일보 사장과 기자들에게 즉각 고소장을 낼 때에도, 음 행정관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함께 고소인 8명에 이름을 올렸다.

 

음 행정관은 정호성 비서관과 고려대 88학번 동기로 대학원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정 비서관은 고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때 고대 정외과 출신인 음 행정관을 만났다고 한다.

두 사람은 국회 보좌관으로 일할 때도 밀접하게 지내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그림을 함께 그려왔다. 박 대통령이 2011년 말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등을 비대위원으로 끌어들이는 등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도 음 행정관의 역할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음 행정관은 정호성 비서관 등과 친분을 유지하면서 각종 정무적 판단 등에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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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 “청와대 애들 가만히 안 놔두겠다” 격분

 

 

이준석 전 비대위원한테 ‘문건 파동 배후’ 처음 전해 들은 날
국회의장 오찬에서도 “청와대 조무래기들” 분노 못 삭여
‘사진 찍히게 일부러 수첩 꺼냈다’ 의심엔 “그렇지 않아” 부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신년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기 전에 입술을 깨물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일개 청와대 행정관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파동 배후로 자신을 지목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크게 격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수첩을 꺼내 그 대목을 들여다본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4일 새누리당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대표는 지난 6일 같은 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 뒤풀이 자리에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부터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자신과 유승민 의원을 문건유출 사건 배후로 지목했다는 말을 처음 전해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12명이 함께 있었다.

 

한 참석자는 김 대표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것들이 미쳤나. 조응천이란 사람도 뉴스 보고 알았는데, 말이 되는 소리냐”, “청와대 애들 가만히 안 놔두겠다”고 분개했다고 한다. 또다른 참석자는 “유승민 의원은 황당한 이야기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이 전 위원장에게 ‘사실이냐’고 재차 확인까지 했다”며 “화가 많이 나 보였다. 너무 억울해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수첩 메모 사진이 찍힌 지난 12일에도 ‘청와대 조무래기들’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화를 참지 못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비공개로 점심을 먹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십상시’ 등 구체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청와대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을 잘못 모신다. 청와대 조무래기들’이라고 말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지난 11일 떡국 배급 봉사를 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 “밑에(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잘못 모셔서 대통령이 요새 머리 아파 죽으려고 한다”며 청와대 참모진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도 이번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손에 들고 있는 수첩에 “문건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뉴스웨이 제공

 

 

김 대표가 이준석 전 비대위원으로부터 들은 말을 적어놓은 메모를 본회의장에서 꺼내 본 것도 분노를 계속 삭이지 못했던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본회의장 뒤편에 포진한 사진기자들에게 잘 보이도록 일부러 수첩을 펴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새해 기자회견에서 이런 의심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진 찍히기 위해서 그리한 것(수첩을 펼쳐 보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친박근혜계) 재선 의원도 “다른 사람이라면 그렇게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김 대표가 그렇게 속좁은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치밀하게 머리를 굴리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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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당청 권력암투 꼴불견" "정말 콩가루"

"국민, 다음번엔 집권세력 외면하게 될 것" 극한 절망감

 

 

 

'김무성 수첩 파동' 과정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비박간 권력암투가 모습을 드러낸 것과 관련, 진보매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보수 조중동도 극한 절망감을 드러내면서 청와대의 즉각적 물갈이를 촉구하고 나섰다. 연초부터 청와대가 연일 엽기적 분란의 진앙이 되면서 보수진영조차 절망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는 15일 사설 <이번엔 '문건 배후' 논란, 권력 암투 끝은 어디인가>를 통해 "음종환 행정관은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 등의 보좌관을 지냈고, 집권 이후 박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 10명을 뜻하는 이른바 '십상시(十常侍)'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문건 유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의 배후에 김 대표, 유 의원이 있다고 말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여당 대표와 다음 원내대표 후보가 청와대를 흔들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는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김 대표와 유 의원 모두 친박(親朴)과 소원한 관계임을 감안하면, 음씨가 하필 두 사람을 지목한 것은 권력 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사설은 음종환-이준석간 진실게임에 대해서도 "누구 말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 이런 음습한 일이 권력 핵심에서 또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꼴불견이 없다"고 개탄했다.

사설은 "지금 국민이 목격하고 있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에서 권력을 놓고 다투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도 친박·비박(非朴)이라는 여권 내부의 분열적 권력 투쟁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 나라 경제 상황은 이런 암투(暗鬪)를 인내하며 봐줄 만큼 여유가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의 미어지는 가슴을 더 이상 외면하면 다음번엔 국민이 집권 세력을 외면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차기정권 재창출 실패를 경고했다.

<중앙일보>도 이날자 사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집권당과 청와대의 파열음>을 통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 문건 배후 논란은, 삐걱대고 있는 청와대와 집권당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집권세력 주변에 루머와 억측, 음습한 뒷담화가 난무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게 집권 3년차 당청관계의 현주소라니 실망을 넘어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사설은 "문제는 한낱 행정관에 불과한 한 인사의 술자리 발언으로 당과 청와대가 술렁대고 있는 점이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상한 광경"이라며 "공교롭게도 음 행정관의 술자리 발언 다음날인 지난달 19일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의원 7명의 청와대 만찬이 있었다. 당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가 빠진 게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김 대표를 왕따시킨 것 아니냐'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 기억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또다시 문건 배후 운운하는 얘기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당·청 관계가 정상 궤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사설은 "음 행정관의 발언을 단순한 ‘술자리 뒷담화’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음 행정관이 배후 운운한 게 사실이라면, 청와대 문건 사건이 몇몇 공직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강을 무너뜨린 일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게 된다. 청와대는 음 행정관에 대한 면직 처리로 그칠 게 아니라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인사 쇄신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즉각적 청와대 물갈이를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이날자 사설 <‘십상시 행정관’이 되살려낸 청와대 문건 스캔들>을 통해 "김 대표는 청와대 기류를 잘 아는 친박계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유 의원도 청와대나 친박계와 불편한 사이"라면서 "이런 상황이니 내용을 떠나 청와대에 몸담고 있는 음 행정관의 입에서 김 대표와 유 의원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런저런 억측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청와대 문건의 허위 작성과 유출만도 엄청난 사건인데, 민정수석비서관은 국회에 출석하라는 비서실장의 지시를 어기고 사표를 내는 항명까지 저질렀다. 여기에다 행정관의 술자리 발언으로 또다시 정국이 어지러우니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면서 "그야말로 ‘콩가루 조직’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며 청와대를 '콩가루'로 규정했다.

 

최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