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결국 국정교과서…유신시대로 돌아가는 박근혜 정부. 국정화 회귀는 ‘박의 집착’이었다

道雨 2015. 10. 8. 09:40

 

 

 

朴대통령, 선친 영전에 '국정교과서' 바치려 하나

'뉴라이트 국사교과서' 출현 초읽기, 朴대통령 '역사관'이 근원

 

 

 

박근혜 대통령이 학계-교육계-야당 등의 반대에도 '국정 한국사교과서'를 반드시 내려 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임기안에 반드시 국정교과서를 손에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자 <조선일보>에 "내주초 교육부에서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장관 고시를 발표할 것으로 안다"며, "여기에는 앞으로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균형 잡힌 국사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주무장관인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학계-교육계 등의 거센 반발에 머뭇거리고 있으나, 박 대통령이 이를 밀어붙이기로 했다는 전언인 셈.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일 경우 내년 총선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나, 박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당정청은 국정화 바람잡이에 총동원된 양상이다. 정가에서는 오는 13일 국무회의때 국정화 방침이 확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국정화가 확정되더라도 박 대통령 재임기간중에는 국정교과서가 출간될 수 없다. 교육부의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적용시점은 2018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를 슬그머니 1년 앞당겨, 2017년에 출간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반드시 박 대통령 재임기간중에 국정교과서가 나오도록 하기 위한 꼼수인 셈이다.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당정청과 보수언론은 '국정 국사교과서'라는 표현 대신 '통합국사교과서' '단일국사교과서'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으나, 이 또한 꼼수다. '한 권'의 교과서만 존재하면 그건 분명 '국정교과서'다.

문제의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누가 집필할까.

연일 색깔공세로 물의를 빚고 있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2일 국감에서 "고 이사장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한다던지...굉장히 많다. 대한민국 국사학자의 90% 이상이나 된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7일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의 90%가 좌파"라며 고 이사장과 동일한 주장을 폈다.

요컨대 좌파가 아닌 '나머지 역사학자 10%'가 국정교과서를 집필해야 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지난달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전·현직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8명 중 국정화를 지지한 이는 한 명도 없고 5명은 반대했다. 대다수 보수학자들도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17개 시도교육감 대다수도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보수교육감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기에 고 이사장, 김 대표 등이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주장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는 '10% 역사학자'는 뉴라이트일 수밖에 없다. 국정화의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려 한다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더욱이 국정화 방침을 확정하더라도 짧게는 내년 3월까지 교과서 집필을 끝내야 한다. 최장 연장하더라도 연구학교 시범 적용을 거치려면 내년 2학기 시작 전에 교과서를 내야 한다. 불과 몇달 사이에 새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외에 온갖 부실 논란을 낳았던 교학사 교과서의 재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의 뿌리는 박 대통령의 '역사관'이다.

박 대통령의 역사관은 2012년 대선때도 큰 논란이 됐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012년 9월1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에서 '사법살인'으로 확정판결된 인혁당 사건에 대해 "최근에도 여러 증언들을 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을 부정, 지지율이 폭락하는 등 벼랑끝 위기를 자초했었다.

고공행진을 하던 박 후보 지지율은 폭락해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추월을 허용했고, 이에 대선캠프와 새누리당은 박 후보에게 즉각적 사과를 촉구했으나 ,박 후보는 "대통령이 안되면 안됐지 불효를 할 수는 없다"고 2주 가까이 버텼다. 그러다가 9월24일에야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당시 대선캠프 좌장이었던 김종인 박사가 전날 박 후보를 만나 "진짜 불효가 뭔지 아냐"며 호되게 대국민사과를 촉구한 결과다. 하지만 당시 대국민사과를 하던 박 후보의 손은 부들부들 떨었고 울컥하기까지 했다.

박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새마을운동 세계화' 등 부쩍 선친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결정판이 '한국교과서 국정화'인 셈이다. 반드시 재임기간중 국정교과서를 선친의 영전에 헌정하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국정화 논란이 좌우 이념 구도를 복원시켜 내년 총선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를 하기도 한다. 박근혜 정권 출범후 경제가 연일 죽을 쒀 '심판론'이 폭발할지도 모르니, 이념 대결 구도로 몰아가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노림수가 무엇이든 간에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다시 한국사회는 이념 갈등의 회오리 속으로 휘말리게 됐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예외없이 급속히 약화되고, 국가-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경제와 민생이 바닥없는 늪으로 가라앉고 있음에도, 통합이 아닌 분열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선친의 "새마을정신"으로 작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호언하나, 앞길은 암담할 뿐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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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중앙>도 '국정화' 반대...당정청 당황

<조선>만 '완벽한 국정교과서' 주문. '제2의 교학사 파동' 예고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당정청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올인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중앙일보> 등 보수지들도 사설을 통해 '국정화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서, 당정청을 당황케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일 경우, 국민여론에서 철저히 왕따를 당한 '교학사교과서 파동'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위험신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8일자 사설 '靑, 한국사교과서 ‘날림 검정’ 알고나 국정화 추진하는가'를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해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어선 안 된다'고 한 말을 뜯어보면, 오류와 편향성이 있는 교과서를 통과시킨 검정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그렇다면 검정제부터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일이지, 국정화 전환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10월유신에 대해 ‘우리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정립하고 사회의 비능률과 비생산적 요소를 불식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가르친, 1974년식의 국정 국사교과서 체제로 돌아갈 순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여도, 정권이 교체되면 교과서 내용이 달라지거나 발행 체제가 다시 검정으로 바뀔 수 있다. 애국심 고양도 중요하지만 한 정권이 역사 교과서의 집필을 좌지우지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박 대통령에게 국정화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역사 교과서 편향, 국정 아닌 심의 강화로 바로잡자'를 통해 "우리는 누누이 정치권의 역사 교과서 개입을 경계해 왔다. 정치가 역사를 주무르면 정사(正史)가 정사(政史)가 되고, 결국 5년마다 교과서를 바꾸게 돼, 사실에 근거한 균형감 있는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라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인 우리가 역사해석의 권리를 국가가 독점하는 국정으로 회귀하는 것은 곤란하다. 국격(國格)에도, 다양성·창의성·개방성이 생명인 글로벌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과 역사학자·교사들이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국정화 강행시 국격 추락을 우려했다.

사설은 또한 "만일 당정이 국정화를 강행하면, 교육부는 1년 안에 새 교과서를 만들어 2017년 2월까지 공급해야 한다. 졸속·부실 콘텐트가 될 게 뻔하다. 미국·유럽 등은 5~10년에 걸쳐 만든다"면서,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접고, 학자들이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학자를 검정위원으로 엄선해 심의도 강화해야 한다"며, 거듭 국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설은 "기존 8종의 검정 교과서는 심의과정이 엉성해 편향성과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최고의 학자를 필진으로 모셔 논문보다 값진 연구 성과로 인정해줘야 한다. 그래야 문제점을 시정하고 수준 높고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면서 "국정화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조선일보>는 <동아><중앙>과는 달리 국정교과서가 졸속이 돼서는 안된다며 '완벽한 국정교과서'를 주문했다.

<조선>은 사설 '한국사 교과서 國定化, 정말 최고 품질 자신할 수 있나'를 통해 "현대사 연구가 특정 사관(史觀)에 치우친 세력의 손에 잡혀 있는 현실에서 검정 교과서 체제는 이들의 비뚤어진 대한민국관(觀)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통로가 되고 말았다"면서 "국정화가 대안으로 떠오른 데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이어 "그러나 모든 것이 자유화·개방화돼가는 시대에 교육용 역사 편찬을 정부가 도맡겠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만약 국정 교과서로 가야 한다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국정'을 빌미로 역사 교과서를 고쳐 쓰겠다는 말이 나올 여지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필진 구성부터 집필 방향 설정, 구체적인 사실(史實) 하나하나에 대한 해석에 이르는 논란을 소화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완벽한 국정교과서'를 주문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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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유신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건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굳힌 듯하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일부 독재국가에서나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신독재 시절 도입했다가 2011년에야 겨우 없앤 과거의 잔재다. 이의 부활은 다시 정치·교육의 후진국 대열로 돌아가는 것이다.

역사교육에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단일한 교과서는 지양해야 한다는 게 유엔의 권고이기도 하다.

불과 며칠 전 유엔 총회 연설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국제 기준을 내팽개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응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나라가 국정 교과서를 유지하던 시절, 일본 쪽은 검인정 체제인 자기네가 선진적이라는 이유로 역사교과서 왜곡 논쟁에서 한 수 우위를 주장하곤 했다. 한국처럼 국가가 교과서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자율성 논리로 대응했다. 같은 검인정 체제라면 반박할 수 있는 논리지만, 국정 체제로 돌아간다면 대처가 궁색해질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기도 어렵다.

 

국정화를 추진하는 세력의 논리는 한마디로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돼 있다는 것인데,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지금 사용되는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공시한 집필기준에 따른 것이고, 더구나 2013년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거치면서 교육부의 수정명령 등을 통해 2250건의 수정·보완을 거친 내용이다.

당시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체성, 6·25 전쟁, 일제강점기 미화 및 북한 문제 등 서술 내용을 수정하였다”며 “이를 통해 미래세대인 우리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 형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고도 좌편향 교과서라고 우기면 결국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좌편향 정부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우리 학생들이 왜 북한의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느냐”고 말하는 대목에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정신 나간 색깔론을 연상하게 된다.

현행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미화했다면 몰라도, 그 내용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설명한 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비판 대상에 대해 알아야 이성적 비판도 가능하다는 건 상식이다. 북한 체제의 실상과 본질도 모른 채 적대감만 주입하자는 뜻이라면 전체주의식 세뇌교육과 다를 게 없다.

 

백번 양보해 지금의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검인정 체제하의 집필기준과 수정명령을 통해 해결하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면서까지 국정화를 관철시키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정화의 최종 결정권자도 박 대통령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왜 이토록 국정화에 집착하는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지난 한달 새 5만명이 넘는 교수·교사·학부모·시민들이 성명에 참여하는 등, 국정화 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국정화 이후 교육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우격다짐으로 국정화를 관철시키더라도, 곧 정권이 바뀌면 검인정 체제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런 요구가 빗발칠 것이고 그게 당위이기 때문이다.

한시적인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교육이 희생되는 꼴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국격을 손상해가며 교육을 정치화한 무책임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 2015. 10. 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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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꿈꾸는 나라

 

 

 

박근혜 대통령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된 지 오래다.

다른 건 접어두더라도 자살하는 사람이 하루에 40명 가까이 되는 나라가 됐다. ‘헬조선’(지옥 한국)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 와중에도 박 대통령이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게 있다. 역사 바로 세우기가 그것이다.

말이 바로 세우기지 실제는 21세기 대한민국을 70년대의 ‘아버지 나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과거 역사는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의 뿌리이자 거울이다. 인간은 종종 그 뿌리를 미화함으로써 자신의 현재 모습을 분칠하려 한다. 그래서 역사 왜곡과 조작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우리 사회의 주류인 보수기득권 핵심세력의 뿌리는 친일·독재에 닿아 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일제에 빌붙어 권력과 호사를 누리다가 해방이 된 뒤에도 대부분 살아남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시대를 거쳐 지금도 기득권층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정치 경제 언론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지연, 학연뿐 아니라 혼맥으로 얽힌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다.

 

그들이 삼아남은 비결은 반공이데올로기였다.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고, 자신들의 약점이 위협받을 때마다 색깔론을 동원했다. 해방된 지 70년이나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이런 기본 구도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등 극우적 발언을 당당하게 내뱉을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검정제인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반영되는 검정체제를 유지할 경우 그들의 친일·독재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 그리되면 기득권층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말로는 역사 바로 세우기 운운하지만 국정교과서 추진의 근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박정희 정권이 국사 교과서를 ‘국정제’로 바꾼 배경을 되돌아보면 역사 교과서 논란의 본질이 드러난다. 국사 교과서는 해방 이후 1973년까지 ‘검정제’로 발행되다가 유신독재 시절인 1974년 ‘국정제’로 바뀌었다. 당시 박 정권은 ‘한국사 교과서의 단일화로 주관적 학설을 지양하고 민족사관의 통일과 객관화를 기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그 속셈은 뻔했다.

우리 역사에서 친일·독재의 흔적을 지우고 유신독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도입했고, 지금 박근혜 정부의 의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국정교과서’라는 말 대신 ‘단일교과서’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도 유신 때와 닮았다. ‘국정’이라는 말은 국가, 곧 특정 정권이 역사를 자기 입맛에 맞게 재단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유신 때도 ‘한국사 교과서 단일화’라고 표현했다. ‘단일화’라는 말은 뭔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하나로 정리한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사안의 본질을 호도할 때 쓰는 전형적인 말장난이다.

 

보수기득권층이 수세에 몰리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색깔론도 다시 등장했다. 그동안 국정교과서 논란에서 정부 여당은 수세에 몰렸다. 국정교과서라는 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체제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등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현행 국사 교과서가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좌편향 교과서라며 색깔론을 들고나왔다. 일단 빨간색을 칠해놓고, 이런 ‘빨간 책’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국민을 겁박하는 꼴이다.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단순히 교과서 기술 방식을 바꾸는 게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함으로써 친일·독재에 뿌리를 둔 보수기득권층의 항구적인 권력 유지를 위한 밑돌을 놓으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그런 영구집권을 꿈꾸다 총탄에 스러졌는데,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교훈을 얻기는커녕 똑같이 잘못된 길을 가려 한다. 아버지는 실패했지만 자신은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일까.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정석구 편집인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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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정교과서…유신시대로 돌아가는 박근혜 정부

 

 

당정 ‘단일 국사교과서’ 도입 가닥

12~13일 발표 가능성 높아

 

 

전국 466개 시민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전국 동시 시민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손팻말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뜻을 알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전국 466개 시민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전국 동시 시민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손팻말로 국정화 중단을 촉구하는 뜻을 알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와 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력한 저항과 반대여론을 무시한 채, 국정교과서 도입을 강행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교육부는 이르면 오는 12~13일께 국정화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퇴행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오는 13일 국정교과서 도입을 발표하는가”라는 질문에 “방향은 맞다”고 국정화를 사실상 인정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단일 통합교과서를 만든다는 입장은 명확하고, 그 주체가 교육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단일국사교과서’로 명칭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인 12일 또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13일께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과서 국정화엔 ‘퇴행적’ ‘시대착오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일제강점기 때까지도 검정제로 발행되던 국사교과서가 국정으로 바뀐 건 유신 시절이었다. 그러다 민주화의 영향으로 2011년이 돼서야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검정제가 도입됐다.

검정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정 및 자유발행 제도를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여당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정제를 근간으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북한과 방글라데시 및 일부 이슬람 국가 정도뿐이다. 이밖에 경제적으로 어려워 민간에서 교과서를 편찬할 능력이 없거나, 내전중인 나라, 일부 독재국가 정도만이 국정제를 유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17개국은 자유발행제를, 4개국은 인정제를 택하고 있다. 검정제를 근간으로 한 나라는 13개국으로, 그마저도 멕시코와 터키는 초등학교만 국정이고, 중·고교는 검정과 자유발행 중심이다.

 

김경욱 전정윤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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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회귀는 ‘박의 집착’이었다

 

 

 

박 대통령의 의지 반영 분석

 

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의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완강한 신념과 집착’이 자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줄곧 “올바른 국가관” “균형 잡힌 역사의식” 등을 강조하며, 국가가 관여하는 단일 역사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여기엔 ‘좌편향’된 교사들이 집필한 역사교과서 탓에 아이들이 편향된 역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한국사 교육의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신 적이 있다”며 “지난해 2월13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가 있었고, 이때의 모두발언을 참고해 달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시 업무보고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내용은 논란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육부를 향해 “교육부는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지난해 2월 발언이) 청와대 쪽의 최종 입장이고, 청와대의 입장은 그 이후로 변하지 않았다”고 밝혀, 정부여당의 국정화 결정에 박 대통령의 이런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취임초부터 “올바른 국가관” 강조
청와대 “박, 검정교과서 우려 표명…
교육부에 제도 개선 주문” 밝혀

“청 내부서도 검정 병행 고려했지만
박 대통령이 국정 단일발행 고집”
아버지 명예회복 시도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교육’ 관련 발언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교육’ 관련 발언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처음 제기했다. 당시 발표된 고교생 대상 역사의식 조사에서 “6·25 전쟁이 북침에 의한 것”이라는 답이 69%에 이르렀다는 여론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당시 조사는 응답자들이 ‘북침’의 뜻을 ‘북한이 침공한 것’으로 이해한 해프닝이라는 것이 이후 밝혀졌지만, 박 대통령은 이후에도 역사교과서 비판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7월에는 “기성세대가 끝내야 할 분열과 갈등이 다음 세대까지 대물림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국민대통합위원회 제1차 회의)고 밝혔고, 두달 뒤엔 “지금까지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할 때마다 논란이 반복돼 왔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검토해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2013년 9월 국무회의)고 당부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화 드라이브’에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복’ 열망이 투영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부당하게 폄하되어 왔다는 시각을 드러내 왔다. 최근 국내외에서 새마을운동 적극 홍보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정화가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잘 아는 한 역사학계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애초 국정과 검정 2~3종 병행 발행 정도를 고려했으나, 박 대통령이 끝내 국정 단일 교과서 발행을 고집했다”며, “박 대통령은 아버지 ‘탄신’ 100주년인 2017년에 맞춰 국정 교과서를 통해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국정교과서를 두고 부정적 여론이 높지만, 청와대 쪽은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부정적 여론 역시 ‘역사교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정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교사나 연구진들은 교과서 집필진과 감수, 출판, 참고서 등 교과서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국정교과서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학부모들은 국정이 좋다고 하고 학자들은 반대하는데, 이는 결국 학자·교사들이 본인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역사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아니라 이해관계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혜정 전정윤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