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독재 미화를 넘어 독재 그 자체인 ‘국정화 강행’

道雨 2015. 11. 3. 10:51

 

 

 

독재 미화를 넘어 독재 그 자체인 ‘국정화 강행’

 

 

 

정부가 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기어이 확정 발표할 태세다.

정부는 국정화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2일까지 행정예고를 했다. 그런데 2일 오후 국정화 고시 확정 방침이 정부·여당에서 흘러나왔다.

의견수렴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결론이 공개됐으니, 애초부터 국민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행정예고는 국민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사항 등에 대해 널리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시작부터 의견 접수 방식을 ‘팩스’와 ‘우편’으로 한정했다. 정보기술 강국임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이 정부에서 그 흔한 전자우편도 배제한 채, 20세기의 유물인 팩스와 우편만 고집했으니 우스운 꼴이었다. 과거의 유물인 국정교과서를 고집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아둔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 국민 의견을 접수하는 교육부의 팩스는 꺼져 있었다. <한겨레> 기자가 직접 확인하러 찾아가보니 교육부 직원이 부랴부랴 팩스를 켰고, 그러자 곧바로 국정화에 반대하는 팩스가 밀려들었다고 한다. 고의적으로 국민 의견에 눈과 귀를 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다고 국민의 뜻이 어딜 가는 게 아니다. 20일간의 행정예고 기간 동안 전국의 대학과 거리, 사이버공간 등에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수십만명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도 반대가 찬성을 크게 앞질렀다. 외국 학계·시민사회에서도 국정화를 비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거짓말과 사실 왜곡도 속속 탄로났다.

이쯤 됐으면 정부가 행정예고했던 정책을 철회하거나 유보하고, 출구와 대안을 모색하는 게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는 되레 국정화 고시를 예고된 일정보다 이틀 앞당겨 확정하겠다고 한다. 행정예고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법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국정화에 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뜻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을 넘어, 민주적 국가 운영의 기본을 부정하는 폭력적인 태도다.

역사에 대한 해석을 집권세력이 독점하는 국정교과서 체제가 독재의 서곡이라면, 이렇게 국민과 전쟁을 치르듯 국정화를 강행하는 모습은 현재진행형의 독재 그 자체다.

 

이대로 국정화 고시가 확정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민주 시민들의 지속적인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 2015. 11. 3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