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법원 “울릉도 간첩단 조작 피해자들에 국가가 120억 줘라”

道雨 2015. 12. 22. 11:11

 

 

 

법원 “울릉도 간첩단 조작 피해자들에 국가가 120억 줘라”

 

 

 

사형당한 고 전영관씨 등 피해자 13명·가족이 재심 청구
지난해 대법서 대부분 무죄 확정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해 승소
정부법무공단 “항소할 가능성 커” 

‘울릉도 간첩단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등에게 국가가 120억여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염기창)는 이 사건에 연루돼 사형당한 뒤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전영관씨의 가족들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역시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사영씨 등 당사자와 가족 등 7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120억85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1974년 2월4일께부터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피해자들을 영장 없이 연행해 불법구금했고, 당시 수사관들이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무차별 구타하고, 물고문 등의 고문행위를 해 허위자백을 받아내, 전씨 등 2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고, 나머지 사람들은 구금되고 보안처분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이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피고’ 대한민국은 이번 재판에서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끝났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의 위법행위의 경우 재심 절차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사실상 손배청구를 할 수 없다”며,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울릉도 간첩단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울릉도 주민들과 일본 농업 연수를 다녀온 47명을 장기간 불법구금하고 고문해, 간첩행위에 대한 허위자백을 받아낸 사건이다.

1974년 4월6일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부장 정명래)는 이들 중 32명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고, 이듬해 4월8일 대법원 형사부는 전씨 등 3명에게는 사형을, 4명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1~15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됐다. 사형은 1977년 12월5일 집행됐다.

 

이후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성희 전 전북대학교 교수가 2006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4년 뒤 위원회가 ‘진실규명’을 결정한 뒤, 피해자들은 각자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은 고 전영관씨 등 피해자 13명(사망 8명, 생존 5명) 당사자와 가족들이 청구한 재심에 대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대부분 무죄·면소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진행됐다.

 

이들이 국가로부터 피해를 배상받기까지는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 있다. 정부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중인 정부법무공단의 관계자는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법무공단은 지난달 이 사건 관련 피해자 5명과 유가족 등 42명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뒤에도 항소한 바 있다.

 

 

과거사 관련 다수의 소송을 맡아왔던 김형태 변호사는 “국가기구인 과거사위가 국가의 잘못이 있어 진실규명을 하라고 했으면, 그 취지에 맞게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맞지, 항소를 한다는 것은 국가기구의 결정을 국가가 부인하는 모순되는 행동”이라며 “국가가 평범한 주민들의 기본권을 유린한 사건의 성격상 금전적 배상 외에 국가의 사과 등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