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낙동강 징비록'을 써야 할 때

道雨 2016. 8. 25. 12:23

 

 

 

 '낙동강 징비록'을 써야 할 때

 

 

 

경남 창녕군 개비리길. 개 한 마리밖에 지나지 못한다는 오솔길. 한 발만 헛디디면 낭떠러지다. 바로 아래는 낙동강. 개비리 끝자락에선 또 하나의 강이 나타난다. 지리산에서 발원해 진주를 적신 남강이 낙동강의 품에 안기는 지점이다.

2009년 7월 낙동강 탐사 과정에서 개비리길을 걸었다. 4대강 사업으로 국론이 분열됐을 때다. 당시 취재수첩을 들췄더니 살벌한 예언이 눈에 띈다.

"낙동강은 게을러. 안동에서 부산까지 흐르는 시간이 사람 걷는 속도와 비슷하거든. 댐(보)이 8개나 생기면 어떻게 되겠어. 강이 호수로 변하고 녹조는 연중 찾아올 거야. 생명이 버티겠어?"

개비리를 함께 걸었던 경남대 양운진(환경공학과) 교수의 경고였다.

지난 21일 낙동강을 찾았다. 부산부터 김해 매리·물금취수장까지 물빛이 녹색 천지다.

"녹조가 작년보다 더 심하네요. 무더위 때문인지. 낙동강 보를 열어 '펄스방류'를 하는데도 수질에 차이가 없어요."

부산시 수질연구소 박홍기 박사도 근심이 가득하다. 수자원공사는 지난주 낙동강 보를 열어 3400만t을 흘려보냈다. 새 발의 피였다. 강기슭의 선명한 녹조 띠는 그대로였다. 페인트처럼 끈적끈적하게 뭉친 덩어리도 보였다.

강에 낀 곰팡이는 인간의 삶도 위협한다. 합천창녕보 하류의 한 늙은 어부는 20일째 방구석에 틀어박혔다. 치미는 울화통을 배설할 데도 없다.

"생명 없는 강에서 뭘 하겠어. 한숨만 나지…."

어부는 어망도 없다. 합천창녕보에서 방류할 때마다 하나둘 떠내려간 탓이다.

"수자원공사 가서 데모도 해봤어. 어망 물어내라고." 빈손으로 온 그는 TV만 끼고 산다. "차라지 잘 됐지. 하루 10마리도 못 잡는데 어망이 다 뭐야."

합천창녕보 상류는 과거 보물창고였다. "겨울은 붕어 천지였어. 하루 몇 시간 작업하면 수백 마리는 수월하게 잡았지. 혼자선 그물을 끌어올리기도 힘들었다니까." 낙동강은 그렇게 넉넉했다.

어부의 삶은 4대강이 바꿔놓았다. 8개의 보가 물을 가두자 생명의 흐름도 멈췄다.

"5월부터 물이 녹색으로 변하길래 사진을 찍어뒀어.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벌써 3개월째야. 물고긴들 살 수가 있나."

여름 통발을 가득 채웠던 장어·메기·동자개도 자취를 감췄다. "20년 어부 생활했는데 이런 녹조는 처음 봐. 요즘 그물 던지면 매운탕거리도 안 되는 치어만 몇 마리 보여. 동자개는 구경을 못 해 봤고. 장어는 보에 막혀 거슬러 올라올 수도 없잖아."

늙은 어부는 과거 부산까지 오가며 물고기를 잡았다. 보가 설치되자 어로구역은 합천창녕보에서 창녕함안보까지 43㎞로 한정됐다.

펄스방류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킨다.

"얼마 전 일이야. 오전 9시부터 합천창녕보 수문을 개방한다는 문자가 왔길래 허겁지겁 달려갔지. 배가 강 한가운데에 떠있는데 유속이 거세 들어갈 수 없었어. 119구조대원들이 보트를 타고 나가서 배를 강기슭으로 끌고 왔잖아." 그때 늙은 어부의 어망 일부가 유실됐다.

 

"강을 가두니까 생태계가 변해. 갑자기 물을 방류하면 물고기가 놀라서 번식을 못해. 생태계가 뒤죽박죽인데 생명이 어떻게 버티겠어."

자연을 이기려고 인간이 만든 '보의 딜레마'다.

"쇠파이프로 강바닥을 콕 찍어 올리면 시커먼 펄이 한가득 올라와. 시궁창 냄새가 코를 찌른다니까. (KBS) 추적60분에서도 방송했는데 정부는 꿈쩍도 안 해."

늙은 어부의 원망은 끝이 없다.

4대강 조사위원회가 무더위 전인 지난 6월 낙동강 5개 지점을 조사했더니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4등급(합천창녕보)~5등급(창녕함안보·달성보)이었다. 환경정책기본법의 농업용수 기준(4등급)에도 못 미친 것이다.

23일 늙은 어부에게서 전화가 왔다. "개인이 강을 이렇게 망쳐놨다면 칼부림이 났을 것"이라던 그는 "남강·황강·토평천·합천댐·우포늪을 잘 관리해 낙동강으로 물을 흘려보내면 녹조가 덜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생계가 끊긴 어민은 어떻게든 살 길을 찾으려 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을 총체적 부실이라고 진단했다. "보를 쌓아 물그릇이 커지면 녹조가 억제된다"던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정부'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반성하지 않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 지금은 '4대강 징비록'을 써야 할 때다.

이노성 디지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