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대법원장까지 표적 삼은 ‘국정원 공작’
속속 드러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한 여론조작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대법원장 등 사법부까지 심리전 공작 대상으로 삼은 사실이 밝혀졌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으나 구체적 사례가 확인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의 이런 공작은 이명박 정부 시절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도 우익단체를 동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초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국기문란 행위가 분명한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원 전 국정원장은 2009년 5월 신영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재판 개입’ 파문이 터지자, 신 대법관 사퇴를 요구하는 판사들은 물론, 이용훈 대법원장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심리전을 지시했다.
사흘 뒤 우익단체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는 대법원 앞에서 이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기고와 광고 등을 통해 판사들을 압박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또 광우병 사태를 보도한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심리전을 전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원 전 원장은 취임 한달도 되지 않은 2009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여론조작의 첫 표적으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이 누리집에 올린 국가보안법 반대 글을 반박하는 심리전을 주문하는가 하면, 5월23일 서거 직후에는 ‘서거 책임이 좌파에 있다는 것을 알리라’는 지시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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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를 빙자한 우익 조직을 동원하는 정치공작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박영수 특검 조사에서는 청와대가 대기업에서 68억원을 거둬 우익단체들에 나눠주면서 관제시위에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 청와대’의 정무수석실과 정책조정수석실 등에서 발견된 문건에는, 청와대가 4·13 총선에 보수단체를 적극 동원하라고 지시하거나, 청년보수세력 육성방안을 주도한 사실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동원된 우익단체나 ‘우익 언론매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국정원의 체계적 관리 아래 운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국정원-우익단체를 잇는 ‘정치공작 삼각 커넥션’과 배후 몸통을 이번에는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08681.html#csidx79332546c5856e4b62adec2aa6325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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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 대법원장 규탄 회견까지 배후조종
‘신영철 대법관 촛불 재판 개입’
일선 판사들 사퇴요구 나서자
원세훈 “대법원장 책임 부각” 지시
극우단체 회견 등 온오프 심리전
일선 판사들 사퇴요구 나서자
원세훈 “대법원장 책임 부각” 지시
극우단체 회견 등 온오프 심리전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여론공작이 정부 정책 등 행정부 영역을 넘어, 사법부와 입법부 등을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좌파 판사’ 낙인을 찍는 인터넷 여론전뿐 아니라, 극우단체를 동원해 대법원장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배후 조종하고, 야당의 정당 활동까지 심리전 대상으로 삼았다.
28일 <한겨레>가 국가정보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5월19일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파문과 관련해 ‘이용훈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좌파 판사 행동에 대응하는 심리전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신 대법관은 2008년 말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 재판에 간섭하고, 선고를 독촉하는 전자우편 등을 보낸 사실이 공개돼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일선 판사들이 ‘재판 개입’의 책임을 물어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자, 국정원이 나서 판사들을 비난하는 심리전을 벌이라고 한 것이다.
또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심리전도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원 전 원장의 지시 사흘 뒤인 5월22일 극우단체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이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 전 원장은 당시 이런 규탄집회 개최 외에, 온라인 기고, 시국 광고 등을 통해 대법원장과 ‘좌파 판사’들을 ‘압박’하는 심리전이 진행된 상황을 정식으로 보고받았다.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원의 심리전은, 이듬해인 2010년 1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피디수첩> 제작진에 무죄가 선고됐을 때도 강도 높게 진행됐다.
원 전 원장은 ‘무죄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심리전을 적극 전개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국정원은 이 판결이 ‘사법부의 좌편향’ 때문이라는 논리를 여러 경로로 유포했다는 사실을 원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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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심리전은 사법부뿐만 아니라 야당의 활동에 대해서도 이뤄졌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3월 6·15 남측위원회와 야4당이 공동 주관한 ‘남북관계 경색 비상시국회의’ 개최와 관련해, ‘규탄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이번 국정원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앞서 국정원은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등 야당 주요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8682.html#csidx0c920ea86d477d5ae74b46784a148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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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지시 따라 ‘다음’에 올린 글 보니…“김대중 조국은 북한”
노무현 전 대통령엔 “아주 큰 죄가 많았군요”
이명박 전 대통령엔 “금세기 최고의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엔 “금세기 최고의 대통령”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지시에 따라 여론조작에 나선 국정원 직원들은,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여론과 이슈가 모였던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불법 정치관여 활동을 벌였다.
이들이 2009년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들을 보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선 조롱을 서슴지 않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 만세” 등으로 찬양했다.
28일 <한겨레>가 진선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당시 다음 ‘아고라’ 글들을 보면,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내용에 대해선 무조건 찬양하면서도, 야권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난과 적개심을 드러냈다.
특히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는 심각했다.
“노무현은 자살한 거지, 전임 대통령으로서의 영웅적 행위를 한 게 아니거든요.”(6월3일) “놈현이가 저세상 와서 보니 아주 큰 죄가 많았군요~ 살아있을 때 잘하지 왜 거기 가서 죽어서 후회하나. 좌빨 여러분 있을 때 잘하세요. 노무현이가 지옥에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6월7일)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에 보내드려야 하는데… 김대중의 조국은 북한이다”(6월14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같은 내용의 글을 아고라 중 ‘정치토론방’ ‘자유토론방’ ‘경제토론방’ 등에 제목만 바꿔서 연속으로 올렸다. 검찰도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 이런 내용을 상당수 확인했으며, 당시 파악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난 글은 수백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선 찬양 일색이었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등 현안을 다룬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과의 대화’가 있던 다음날인 2009년 11월28일, 아고라에 수십개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다.
“이명박 대통령 만세” “소신이 분명한 분이라는 걸 알았다”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였다” “금세기 최고의 대통령 존경합니다” 등의 내용으로 비판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서 같은 해 9월28일에는 김윤옥 여사가 내세웠던 ‘한식 세계화’에 대해 “콩 한쪽도 나눠 먹는 우리 음식 문화 전도사” 등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글을 올렸다.
진 의원은 “2013년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사건’ 때도 드러났던 일들이 최근 국정원의 구체적 지시로 이뤄졌음이 확인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작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정원의 전면적 쇄신과 개혁이 이번에 기필코 이뤄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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