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군 댓글공작에 청와대 개입" 특종 막은 KBS 파문

道雨 2017. 8. 30. 13:30




"군 댓글공작에 청와대 개입" 특종 막은 KBS 파문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김기현 과장, KBS 기자와 실명 인터뷰 폭로… KBS 보도국장단 “물증 가져와야”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개입됐고, 댓글공작 결과가 매일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군 심리전단 전직 간부 증언이 폭로돼 파장이 예상된다.

아울러 군 전직 간부를 실명 인터뷰한 KBS 기자의 리포트 제작 요청을 KBS 보도국장단이 묵살해, KBS의 ‘언론 통제·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국정원과 군 등을 통해 이뤄진 MB 정부의 조직적 댓글공작의 실체를 드러내는 보도를 KBS 스스로 외면한 셈이다.


이번 폭로는 KBS 국제부 소속 이재석 기자가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1과장)을 했던 김기현씨(2015년 12월 정년퇴임)를 인터뷰하면서 공개됐다. 


1983년 군무원 공채에 합격한 뒤 30년 넘게 군 정보 분야에서 일해온 전문가인 김씨는 이 기자에게 ‘530심리전단’의 댓글공작의 실태를 폭로한 것이다.

주요 폭로 내용을 종합하면, 530심리전단 대원들은 국방·안보 분야뿐 아니라 국내 이슈 전반에 대해 날마다 댓글공작을 수행했다. 김 전 과장은 530심리전단이 밤새 수행한 댓글공작 결과가 A4 1장짜리로 요약돼 매일 아침 상부에 보고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보고의 경우 530단과 청와대 사이 내부 ‘온라인 보고’ 체계로 날마다 아침 7시쯤 보고서가 전송됐으며, 수신처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이었다.

김 전 과장은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을 포함해 한민구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에도 날마다 댓글공작 결과가 보고됐다고 증언했다.


또한 댓글공작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A형, B형, C형으로 분류됐고, 민감한 보고서(A형)의 경우 청와대와 군 수뇌부 3명에게만 보고했다는 김 전 과장의 증언도 있었다.


▲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으로서 댓글공작에 가담했던 김기현씨. 김씨는 이재석 KBS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양심 고백을 했다. 그의 증언은 MB 정부 청와대가 군의 댓글공작에 개입했음을 뒷받침한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동영상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적폐청산TF팀이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 건네졌다고 확인한 내용도 김 전 과장의 증언에 의해 뒷받침된다. 김 전 과장 역시 이재석 기자에게 본인도 직접 1년 넘게 매달 25만 원씩 국정원 돈을 받았다고 증언한 것.
         

지난 2월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1년6개월을 선고했지만, 핵심 관련자는 빠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과장은 심리전단 대원들의 주 활동 무대였던 포털사이트 ‘다음’ 아이디(ID)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허술한 수사를 지적했다.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가 수사한 결과였다.

청와대의 군 댓글공작 개입 의혹을 최초로 실명 폭로했다는 점에서, 이 기자의 취재물은 ‘KBS 특종 보도’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정작 KBS 보도국장단에서는 리포트 제작 요청을 묵살했다.


이 기자는 30일 서울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군(軍) 댓글공작 특종, 고대영 KBS가 막았다’ 기자회견에서 “지난 8일 박종훈 KBS 기자협회장이 김환주 KBS 통합뉴스룸국장(구 보도국장)을 만나서 TF팀 구성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내가 사회부로 파견을 나가 관련 내용을 취재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고 폭로했다.

국제부 소속인 이 기자가 관련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선 댓글공작을 집중 취재하는 취재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거나 출입처를 이동해야 했지만 취재 요구가 윗선에서 묵살된 것이다.


KBS 기자들에 따르면 보도국장단이 내세운 논리는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도국장단은 폭로자인 김 전 과장이 지난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서 ‘안보특보’를 맡았던 전력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김 전 과장이 자신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수사를 촉구하며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보도국장단의 논리는 떨어진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엄경철 KBS 기자는 “그동안 KBS는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을 약화하는 방식으로 보도 방향이 결정됐다”며 “물증이 없을 때는 합리적 추론과 의심을 통해서 진실을 찾아야 하며, 그게 저널리즘 사명”이라고 지적했다.


엄 기자는 “특히 이번 건은 증언이 곧 증거”라며, “저널리즘 가치를 말하면 KBS 보도 책임자들은 정치적 프레임에 빠졌고, 자신들의 유불리만 따지기 바쁘다. 이런 측면에서 고대영 KBS 사장 체제가 물러나지 않으면 KBS 뉴스는 회복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김 전 과장이 댓글부대 530심리전단의 사실상 부단장이었다는 점 △폭로의 구체성과 일관성이 있다는 점 △정보 당국 내부고발자의 특성상 물증을 제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김 전 과장 스스로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는 점 △조속한 수사를 통해 자신의 진술이 맞는지 검증을 원한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뉴스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KBS 보도 책임자들의 정치적 이슈 회피는 누차 지적돼 왔다. 지난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비선인 최순실 이름 석 자가 대중에 알려졌을 때, 정지환 당시 통합뉴스룸국장은 편집회의에서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느냐”며 보도 요구를 틀어막았다.

MB 정부 때인 2009년에도 당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거액의 후원을 받았다는 KBS 단독 보도를 두고, KBS 보도 책임자들이 “눈에 보이는 증거를 가져오라”며 특종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김환주 KBS 통합뉴스룸 국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은 바쁘다. 오후에 통화하자”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