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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언론의 허황된 ‘재정위기론’

道雨 2019. 5. 20. 19:04




보수 정당·언론의 허황된 ‘재정위기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단기적 경기 대응을 위해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지금까지도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천명해왔지만, 그보다 수위가 한 단계 높아진 내용이다. 정부가 지난 2년간 ‘확장 재정’ 정책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기에, 3년차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신발끈을 다시 조여매는 것 같아 반갑게 들렸다.


하지만 보수 기득권 세력의 반응은 예상대로 정반대였다.

보수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재정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자 보수 정당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위험한 주문”(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라거나, “국가재정은 최후의 보루”(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라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마치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흘러간 옛 노래를 반복 재생하는 듯하다.


민주주의에서 논쟁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 그러나 논쟁이 유익하려면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공격의 기본 전제가 잘못됐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을 하게 되면, 토론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정쟁만 남게 된다.

이번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첫째, 보수 세력들은 현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재정 악화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1.4%였던 관리재정수지(GDP 대비)는 2018년 -0.6%로 오히려 개선됐다. 국가채무 비율(GDP 대비)은 2016년과 2018년 모두 38.2%로 똑같았다.

이는 세금을 거둬들인 것에 견줘 많이 쓰지 않아 재정 건전성이 좋아졌고, 그만큼 정부의 재정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재정을 민간에 더 풀어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둘째, 이들은 16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보고서 요지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해서 전했다. 문 대통령이 ‘재정 확대’를 밝힌 날에 국책연구기관이 ‘재정 확대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했다는 것인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목표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시행할 경우에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확장 재정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은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다. 더욱이 현 정부는 지난 2년간 확장 재정을 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보수 세력들의 공격은 과녁을 한참 빗나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때에 나왔다. 마침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올해 ‘초과 세수 호황’이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빌미 삼아, 벌써부터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초과 세수 호황이 끝나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초과 세수가 많았던 것은 애초에 기획재정부가 세수 추계를 잘못해서 빚어진 일이다. 이것은 세수 추계의 정상화를 말하는 것이지, 세금이 덜 걷힌다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문 대통령은 복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증세 언급을 하지 않는 대신, 다시 ‘세출 구조조정’을 들고나왔다. 현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이 꼬이게 된 대표적 요인 세가지를 꼽는다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초과 세수로 인한 긴축 정책, 세출 구조조정에 복지 재원 의존이라고 볼 수 있다. 앞의 두가지는 정부도 부작용을 인지해 수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세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지금도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다.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복지 재원은 기본적으로 증세를 통해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지 않고 주로 사회간접자본(SOC) 감축에 손댈 수밖에 없는 세출 구조조정에 의존할 경우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 정부가 지난 2년간의 재정 운용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박현
신문콘텐츠부문장

hyun21@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94485.html#csidxb2f0434a4f10fdf8288357edb91284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