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광고비에 대통령 표창까지... 막강 기레기의 탄생
[영화 '삽질' 전국투어] 4대강 부역 언론의 기막힌 '삽질', 지금도 계속된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3년간 제작한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은 10만인클럽(010-3270-3828)의 소중한 후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삽질>의 원작도서는 김병기 감독이 펴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 출간)입니다. 많은 응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 지난 12월 26일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이 제17회 대전세종충남 시민영상제 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 |
ⓒ 김병기 |
"아, 이건 언론개혁에 대한 영화네요. 보는 내내 언론을 생각했습니다."
지난 12월 26일 이기동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이 대전독립영화전용관 씨네인디유에서 영화 <삽질>을 보고 나오면서 한 말입니다. 이날 <삽질>은 제17회 대전세종충남 시민영상제의 개막작으로 초대돼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이날 개막식에서 아래와 같은 취지의 인사말을 했습니다.
"20년 전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내걸고 창간했고, 시민기자와 상근기자의 환상적 결합을 추구하는 <오마이뉴스>가 시민영상제 개막작으로 초대돼 기쁩니다. 특히 이 영화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기존 언론이 거들떠보지 않았던 4대강 사업을 고발한 김종술 시민기자 등 '4대강 독립군'과 직업기자들의 합작품이기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4대강 독립군] 검증에 충실한 저널리즘 다큐
▲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인 김종술, 정수근, 이철재 기자가 함께 모여 있는 영화 "삽질"의 한 장면. | |
ⓒ 오마이뉴스 |
"사람들은 우리를 4대강 독립군이라 부른다."
영화 <삽질> 내레이션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의 인사말은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금강의 요정'으로 불리는 김종술 기자, 낙동강 지킴이로 활동해 온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4대강 부역자를 기록해왔고 지금도 4대강 백서를 준비하는 이철재 에코큐레이터를 말합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해 온 '4대강 독립군'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죽어가는 4대강을 고발해왔습니다.
언론들이 외면한 4대강에서 '나 홀로 전투'를 해 온 이들은 연례행사처럼 2~3차례씩 한데 모여 탐사보도를 해왔습니다. 매년 짙어지는 녹조라떼를 보여주면서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한 충격적인 강을 고발했습니다.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득실거리는 강바닥을 맨손으로 뒤지면서 강의 죽음을 상기시켰습니다.
4대강 공사가 한창일 때에는 뗏목을 타고 생중계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태풍이 몰아치는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피폐해지는 강의 생태계를 고발했고 강에서 쫓겨난 농민과 어민들의 탄식도 들었습니다. 국민 성금으로 산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의 강을 조명했고, 지난 30년간 1000개의 댐을 허문 이유를 취재하려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온몸으로 국민 알권리를 위해 취재해왔습니다.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직접 확인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만든 영화 <삽질>은 철저한 검증 작업을 거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입니다. 4대강 사기극의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고 증언과 반론까지 담으려 했습니다. 이런 검증 작업이 언론의 본령입니다.
[기레기] 검찰, 국정원, 기무사, 그리고 언론의 '4대강 밀착 공조'
하지만 영화 <삽질>에는 10여 년 전 MB 정권의 앵무새로 전락한 언론도 등장합니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 수사 때 검찰이 흘린 정보를 검증 없이 받아썼던 소위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들의 아바타입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단체를 압수수색하면서 탄압한 검찰이 흘린 정보를 짜깁기해서 환경단체를 파렴치한으로 낙인찍었습니다.
"환경연합 수사, 시민단체 '도덕 재무장 운동' 계기 삼도록"(2008. 9. 9. <조선> 사설>
"환경 권력' 최열 씨의 추락"(2008. 12. 3. <동아> 사설)
"'환경운동 아이콘' 최열의 추락"(2013. 2. 16. <중앙> 보도)
< 조선>은 당시 최 대표가 환경운동연합 계좌에서 2000여만 원을 딸의 어학연수비로 송금했다고 보도하면서 검찰 관계자 입을 빌려 "어학연수비가 개인 돈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문화>는 "검찰은 최열 대표가 환경운동연합에 개인 명의로 개설한 계좌가 80여 개에 이르고, 사적인 용도로 쓴 후원금이 수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혹은 대부분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붕괴 직전까지 갔습니다. 검찰과 언론의 '공조'는 사실상 MB 국정원의 기획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삽질>에 등장하는 2009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시돼 있습니다.
▲ 2009년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 문건. | |
ⓒ 오마이뉴스 |
"2009. 1월 (4대강 사업) 반대단체 연대 방해를 위해 △환경(보조금 유용 등 일탈사례 발굴, 기업 후원금 모금 차단) △환경단체 핵심인물(24명)의 신원자료 및 개인비리를 수집"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권언유착은 여기에 그친 게 아니었습니다. <중앙>은 2011년 8월 1일 자에 '민주당, 대운하는 어디 갔나'(김진의 시시각각)는 제목의 오피니언 기사를 통해 "4대강 반대론자들은 그동안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정권을 공격해댔다"고 비판했습니다.
KBS가 2018년 2월 단독 보도한 국군기무사령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 보안처 소령 A씨 등 6명과 트위터 ID 60개가 동원돼 이 논설을 퍼 날랐다"고 적었습니다. 모두 375회, 기무사 요원들이 트위터로 해당 논설을 유포시켰습니다. 기무사는 이 '실적'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국정원은 4대강 사업 반대단체의 입을 틀어막을 기획을 세워 MB 청와대에 보고했고,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을 통해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언론도 검증 없는 보도를 통해 시민단체 탄압에 적극 가담하거나 동조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4대강 사업 찬양 기사를 내보냈고, MB정권은 군대까지 동원해 이런 기사를 홍보했습니다. 왜 이랬을까요?
[부역의 대가] MB 4대강 찬양하고 광고비 세례, 훈·포장
▲ OOO 개발위원회가 A씨에게 보낸 ‘광고협조 요청의 건’ 문건 | |
ⓒ 오마이뉴스 |
영화 <삽질>에는 한 문건이 등장합니다. 4대강 사업 당시 금강 지역의 공사 현장소장을 지낸 A씨가 저에게 건넨 '○○○개발위원회'의 공문입니다.
"○○○개발위원회에서는 중요 국책 사업 중의 하나인 4대강 살리기에 대하여 무조건 반대하는 세력에 맞서 ○○군 일만 이천 명의 지지서명을 받아 청와대를 비롯한 각계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적극 홍보에 앞장서준 지역 언론사에 광고를 하고자하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첨부. ○○군 지역 언론사 현황"
첨부 문건에는 14개의 지역신문사 명칭과 기자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A씨는 이 공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했습니다.
"4대강 공사의 당위성을 언론에 홍보하려고 초기부터 시공회사별로 언론사를 배정했죠. 시공회사가 자발적으로 한 형식을 취했지만, 정부 지시였을 겁니다. '공구별 지역언론사 배정현황'이라는 표를 만들어서 현장소장 메일로 발송했죠. 한 언론사에 광고료조로 수백만 원씩 뿌리라는 지시였어요. 시공회사에서 빠져나온 돈은 4대강 공사 때 쓴 22조 원의 일부입니다."
이 공문에 적혀 있는 해당 기자들의 실명 기사를 검색해봤습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한 기사는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사 제목만 봐도 '4대강 사업으로 지역 관광 활성화된다', '수상레저산업 활성화', '4대강 사업은 군민들의 희망' 등 찬양 일색이었습니다.
A씨에게 공문을 보낸 ○○○개발위원회란 이름의 단체는 4대강 공사 당시 전국적으로 발족해 활동했습니다. 단지 A씨가 일했던 공사현장에만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일까요? 만약 공사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전국적으로 지역언론사에 뿌린 광고비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영화 <삽질>에는 청와대와 4대강살리기기획단 등이 이를 기획하고 지시한 정황도 등장합니다. 영화 제작팀이 입수한 2009년 2월 8일 '4대강살리기 추진현황보고' 문건(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기획단 작성)에는 "지자체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지역언론 등을 대상으로 우호적 여론 형성 추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또 '차관 주재 긴급회의 결과 보고'(2009년 4월 21일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작성) 문건에는 아래와 같은 'BH 협조당부사항'이 적시돼 있습니다.
▲ 2009년 4월 21일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가 작성한 "차관 주재 긴급회의 결과 보고" 문건 발췌 | |
ⓒ 오마이뉴스 |
중앙 언론들도 MB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부역한 대가를 두둑하게 챙겼습니다. 2011년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이었던 김부겸 의원이 국정감사 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광고비는 100억 원에 육박했습니다.
또 한 언론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에 반박 기사를 써서 그릇된 여론 차단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TV 토론과 신문 기고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적극 홍보한 김아무개씨는 그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부역 언론들은 4대강 사업 때 '삽질'을 한 게 아니라, 노다지를 캤던 셈입니다.
[언론개혁] 부역언론과는 달랐던 '4대강 독립군'의 처절한 온몸 취재
▲ 영화 "삽질"의 한 장면. | |
ⓒ 엣나인필름 |
기레기 언론은 이처럼 'MB 4대강'에 부역한 대가를 챙겼지만, 4대강 사업 이후 강은 망가졌습니다. 이에 대해 사과하거나 책임진 언론은 없습니다. 또 그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이들은 최근까지도 10여년 전 MB 정권 앵무새 시절의 주장을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반복해서 틀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 후 금강 수질 좋아졌다" <조선일보> 2019년 1월 24일자 기사
"보 때문에 녹조 생겼다는 것은 거짓말... 세종보 개방한 뒤 수질 악화" <한국경제> 2019년 2월 27일자 기사
"금강 보 열고 난 뒤 '수질악화' 증명됐다" <문화일보> 2019년 3월 15일자 기사
대부분의 국민은 4대강 사업을 잊었지만, 부역했던 언론은 잊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끈질기게 4대강 사업을 찬양하면서 원래 흐르는 강으로의 회복을 막고 있습니다. 이런 언론의 여론 왜곡으로 인해서 일부 4대강 보의 경우 지금도 수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년 5000억에서 1조 원가량의 국민 세금을 보의 유지보수 비용 등으로 쓰고 있습니다.
영화 <삽질>에서 정수근 시민기자는 낙동강 어부와 함께 배를 타고 죽어가는 생태계를 취재한 뒤 혼자 빈 강에 남아 독백을 합니다.
"수많은 생태계 수질 전문가들이 제 목소리를 냈으면 이렇게 됐을까? 전문가들과 언론이 정확한 보도를 했으면 4대강 사업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들과 언론도 공범들입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던 부역언론은 지금도 조국 전 장관 수사 등 또 다른 영역에서 활개를 치면서 폐해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영화 <삽질>을 보면 언론개혁이 왜 절실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역언론과는 너무 달랐던 '4대강 독립군'들의 처절한 온몸 취재를 실감하실 수 있습니다.
2020년 경자년에도 영화 <삽질> 전국 투어는 계속됩니다. 김종술 시민기자와 직업기자인 제가 찾아갑니다. 상영관에서 단체 관람하거나 공동체 상영을 하시고 싶은 분은 <삽질> 배급사인 엣나인필름(070-7017-3319)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안방에서 IPTV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튜브(https://youtu.be/26b9YaAg5OE)에도 올려 있습니다. 많은 관람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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