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검찰과 대등한 경찰’, 혁명적 자기 개혁 필요하다

道雨 2020. 1. 15. 16:47




‘검찰과 대등한 경찰’, 혁명적 자기 개혁 필요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경찰은 66년 만에 검찰과 거의 대등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사건 등은 수사지휘를 받아야 하고, 통신·압수수색·체포 영장 등의 발부가 검찰을 통해야 가능하므로, 대등한 권한의 분산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검찰의 수사지휘 없이 1차 수사종결권을 행사한다.

부패나 경제·선거 등 주요 범죄는 여전히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만, 그 외 대다수 민생 관련 범죄는 경찰이 검찰의 간섭 없는 수사를 통해 1차적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다.


경찰에 이런 힘을 나눠준 것은 견제와 균형을 통해 수사기관의 권한 오·남용을 막자는 취지다.

국민의 인권침해 최소화와, 수사기관과 정치·경제 권력의 부당한 결탁 여지를 없애는 효과도 기대한다.

검경은 법 시행까지 촘촘한 후속작업에 힘을 기울여, 그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한이 커지면 책임 또한 커진다.

그런데 경찰이 검찰과 대등한 권한을 행사할 만큼 건강한지, 역량은 있는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버닝썬 사건에서 보듯, 경찰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만큼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2018년 공무원 범죄자 3356명 중 절반 가까이가 경찰 공무원이었다. 직권남용·유기가 358건이나 됐고, 강제추행·강간 등 강력범죄 또한 적지 않았다.


검찰 못지않은 독재·군사정권의 앞잡이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하던 경찰의 모습도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이는 낮은 윤리의식과 해이한 공직기강의 결과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영장 및 수사심사관제, 사건심사위원회 정착, 수사단계 변호인 참여 확대 등을 통해 경찰 수사의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경찰은 12만여 인력에 수사경찰만 2만명이 넘는다. 범죄 수사는 물론 사회 구석구석의 치안을 담당한다.

거의 독점적인 정보수집권을 가지고 있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공룡조직이 지휘 없는 1차 수사종결권까지 갖는 것에 시민은 걱정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수사역량을 키우고, 국민 모두가 수긍할 쇄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보경찰의 불법사찰 방지, 자치경찰제 도입, 국가수사본부 신설에 따른 투명한 수사지휘권 행사 등을 담은 경찰개혁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혁명적 자기개혁 없이는 힘들여 만든 민주적 통제장치가 ‘먹통’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2020. 1. 15  경향신문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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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 만의 변화, 경찰은 믿을 만한가

 



지난 연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시작된 패스트트랙 정국은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선거법 개정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가 걸린 탓에 격렬한 공방 속에 가까스로 이뤄졌다.


그 뒤 본회의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역시 검찰과 야당의 강한 반발로 진통을 거듭한 끝에 입법됐다. 그에 비하면 13일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비교적 손쉽게 입법이 이뤄진 셈이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없었고, 대치나 몸싸움도 벌어지지 않았다.


언론에선 이를 ‘검찰개혁 법안 입법 끝났다’ 또는 ‘검찰개혁 제도화 완성’이라고 표현했다. 사상 처음으로 경찰에 독자 수사권을 주는 법안임에도, ‘경찰’은 신문·방송의 헤드라인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줄곧 검찰 지휘를 받던 경찰이 66년 만에 수사권을 갖는 건, 공수처 설치만큼이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찰’이 세간의 주목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검찰개혁’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른 탓이 크다. 이로 인해 경찰의 독자 수사권에 관한 논의는 건너뛴 채, 검찰의 힘을 빼는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진행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두고 “결국 도착하는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일 것”이라는 어느 검사의 비난은 물론 타당하지 않다. 그런 식의 비유라면 수사권, 기소권, 영장 청구권에 압수물 처리와 변사체 검시까지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은 ‘절대권력’ 그 자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니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무소불위 검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명제와 별개로, 경찰이 법 개정에 걸맞은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비로소 경찰은 ‘개혁과 신뢰’라는 국민 심판대 위에 선 셈이다.


지난해 경찰청은 전국의 모든 정보경찰에게 휴대용 ‘정보경찰 활동규칙 가이드북’을 지급했다. 정보 활동의 범위·절차·한계를 명확히 규정해, 사찰과 불법 개입 논란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였다.

많은 항목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내용이 포함됐다. 민간단체의 상시 출입을 금지했고, 상부의 부당한 정보수집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그러나 노동쟁의 현장에서 경찰 정보관이 이해당사자들 동의를 얻어 ‘자율 해결’을 유도하는 행위를 여전히 할 수가 있다.

노조와 ‘블라인드 교섭’을 하며 회사를 도와주고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어느 정보경찰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말란 법은 없다.


2014년 만든 경찰의 ‘수사사건 공보규칙’은 “사건관계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사건 내용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규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건, 2010년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 이후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제정했던 검찰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조국 사태 와중에 ‘일방적인 정보를 흘려 여론을 호도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법무부는 훨씬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새로 내놓았다.

검찰은 이렇게라도 대응을 했지만, 앞으로 훨씬 많은 사건을 수사할 경찰은 그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경찰이 검찰만큼 ‘정치적’이진 않더라도, 개인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노출할 위험은 검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다고 할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건 ‘수사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4~16년 3년간 경찰의 불기소 의견이 검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바뀐 사례가 연평균 4132건, 반대의 사례가 평균 9649건이었다. 이 수치는 전체 경찰 송치 사건의 0.2%에 불과하고, 이것만으로 ‘잘못된 경찰 수사를 검찰이 바로잡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이 아닌 일반 민생 사건에선 경찰이 검찰보다 공정할 것이란 믿음을 국민에게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2018년 6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을 때, 경찰청 고위 간부들의 솔직한 반응은 “기대하지만 입법까지 갈 수 있을진 모르겠다”였다.

20년 끌어온 수사권 조정이 1년6개월 만에 성과를 본 건, 검찰의 무분별한 ‘조국 수사’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찰이 잘해서가 아니라 검찰이 너무 못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검찰개혁’이란 과제의 뒤로 미룬 ‘경찰개혁’ 논의를 본격화할 때가 됐다.

     

박찬수 ㅣ 논설위원실장

pcs@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24535.html?_fr=mt2#csidx06e70780f0452ef937befaf197faa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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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직적→수평적 관계로...경찰 별도의 수사 주체로 인정




'수사권 조정' 뭐가 달라지나 / / 직접수사 범위 부패범죄 등 한정 /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 관련 / 檢, 90일 이내 재수사 요청 가능 / 수사환경 66년만에 대대적 변화



국회가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연이어 처리하면서, 검경의 관계가 기존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재편될 전망이다.
검경은 모두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양측의 심경은 사뭇 달라 보인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제한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비단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경제 사건 뿐 아니라 민생과 밀접한 사건의 수사 환경에도 향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이다.
그간 형소법은 검사를 수사권 주체로,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자로 규정해왔지만, 이제는 검경 관계가 ‘지휘’가 아닌 ‘협력’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경찰을 별도의 수사주체로 인정하면서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점도 이번 법안의 핵심이다.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판단을 할 경우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경찰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법률적으로 오판했는지 등을 검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민 권익 보호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번 법안에서도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이와 관련한 기록, 관련 증거를 90일간 들여다보고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제한이 없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제한된다. 바뀐 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한정했다.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대한 제한도 중요한 변화다. 그동안은 경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서보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 능력을 높게 인정받았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됐지만, 이날 검찰의 반응은 일각의 예상과 달리 차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된 뒤, 대변인실을 통해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신년사 등에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으로,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말을 아꼈다.
         
13일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안내실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홍보 문구가 나오고 있다. 이재문 기자


반면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크게 반겼다. 경찰청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민주적 수사구조에서, 경찰이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임을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번 입법은 우리나라가 형사소송법 제정 65년 만에 선진 형사사법체계로 진입하는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청은 “2020년을 ‘책임 수사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국민과 가장 먼저 만나는 형사사법기관으로서,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 시스템을 갖춰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3월 발의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은 경찰을 국가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아직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았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