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박지원 국정원장 유감

道雨 2021. 4. 19. 10:18

박지원 국정원장 유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님, 요즘 정보공개 업무로 바쁘시지요. 하나는 중앙정보부 시절 베트남 중부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조사 자료를 공개하는 업무이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광범위하게 자행한 사찰과 불법공작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는 업무이지요.

 

국정원은 베트남 학살 조사 자료를 전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국정원이 다섯번 패소 판결을 받고서야 열다섯 글자만 남기고 다 삭제한 한장짜리 문건을 공개했지요. 비록 열다섯 글자이지만 이 문건을 통해 중앙정보부가 퐁니·퐁넛 마을 학살을 조사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마 국가의 공식적인 확인을 막기 위해 국정원은 3년8개월 동안 소송을 하신 것이겠지요.

 

박지원 국정원장님, 국민들에게 자료 일체를 공개하세요.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 아닙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베트남을 방문해서 베트남 주석에게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사과의 마음을 담아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임명권자이자 지시감독권이 있는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국정원장은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미 50년 이상 지난 자료입니다. 혹시 국민들의 것인 공공자료를 국정원이 독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국민들을 믿고 전면 공개하세요.

 

박지원 국정원장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자행한 사찰과 불법공작 정보는 왜 감추려고만 하십니까? 사찰 정보를 공개하라고 청구한 때부터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만 3년이 걸렸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박지원 국정원장님은 마치 사찰 정보를 전면 공개할 듯 입장을 내셨지만, 국정원은 특정 타령, 늑장 공개, 깡통 공개만 하고 있습니다. 설마 국정원장님이 그렇게 최대한 주지 말고, 늦게 주고, 다 지워서 주라고 지시한 것인가요?

 

국정원은 노회찬 전 국회의원, 안진걸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에게 ‘특정 타령’을 하면서 단 1건의 문건만 공개했습니다. 어떻게 비밀 정보기관한테 당한 사찰 피해자가 문건 제목을 정확히 특정할 수 있겠습니까? 박지원 국정원장님도 사찰 피해자 아니십니까. 박지원 국정원장님은 본인 사찰 문건의 제목을 정확히 특정하실 수 있으신가요?

늑장 공개도 심각합니다. 관련 법에서 최장 20일 이내에 공개하라고 되어 있지만, 현재 국정원은 약 60일이나 걸려 공개하고 있습니다.

빈깡통 공개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공개한 문건 중에 국정원이 제목만 남기고 다 지운 문건도 있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님, 국정원 사찰과 불법공작의 전모를 밝히셔야 합니다. 국정원이 얼마나 많은 악행을 했습니까. 전신인 중앙정보부 시절엔 학생, 노동자, 정치인 등 닥치는 대로 남산으로 끌고 가 다짜고짜 매질부터 해대고, 고문에 의문의 죽음까지 몰아갔지요.

민주화된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명박·박근혜 시기 더 지능적으로 진화해 배우 문성근씨와 여배우의 나체 성행위 합성사진을 제작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하는 등, 정치인, 문화예술계, 시민단체, 사법부, 학계 등 사회 전 영역을 대상으로 사찰과 불법공작을 자행했지요.

 

최근 4대강 사업 반대 인사와 환경단체에 대한 사찰과 불법공작 행위도 일부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은 자신이 청와대 홍보기획관 재임 중에 ‘홍보기획관 요청’에 의해 작성된 국정원 문건이 공개됐음에도, 시치미를 뚝 떼고 백번을 물어도 지시하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진상규명과 단죄를 하지 못한 대가가 이렇듯 너무 큽니다. 이제라도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국정원에 관련 자료가 다 있지 않습니까. 박지원 국정원장님, 우선 국정원 내부 감찰부터 시작하시죠. 하지만 막상 국정원장님이 그런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장님께 사찰과 불법공작에 관한 진상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법을 핑계로 제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회법과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은 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왜 거부하십니까? 부디 국정원 직원들에 둘러싸여 ‘푸들 국정원장’이라는 오명을 남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김남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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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1556.html?_fr=mt2#csidx9da1e7c1c49485890060f7c70ef10c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