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MB 국정원’ 불법사찰 규명, ‘정쟁의 수단’ 안된다

道雨 2021. 2. 19. 09:29

‘MB 국정원’ 불법사찰 규명, ‘정쟁의 수단’ 안된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과 연예인, 언론인 등 최소 900여명의 동향을 파악한 문건이 국정원에 보관돼 있는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16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선 불법사찰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국정원의 보고가 있었다.

 

또 <문화방송>(MBC)은 17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 특명팀이 국회의원 컴퓨터를 해킹하고 기업인을 미행·감시한 사실을 법원 판결문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18일 <한국일보>는 2011년 당시 야권 지방자치단체장 32명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보고서 원본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국정원은 지자체장들에 대해 “종북” “이념 오염” “국가 정체성 훼손” 등의 표현을 썼다.

 

국정원의 사찰이 국회의원과 문화계 인사를 넘어 지자체장과 기업인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그 방식도 공작 차원의 불법행위였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한 치의 숨김도 없이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4월 보궐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국정원과 여권의 공작정치”라며 정쟁화하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국민을 불법사찰한 행위가 드러났는데,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대응하는 건 옳지 않다. 또 이미 사법 처리가 끝난 김대중 정부 때의 도청 사안을 끄집어내거나, 근거도 없이 노무현 정부 때도 불법사찰이 있었는지 밝히라고 맞불을 놓는 것도 볼썽사납다. ‘물타기’로 진상규명 작업에 훼방을 놓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문제를 보궐선거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일부 의원들이 당시 대통령 정무수석이던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 후보 공격의 소재로 쓰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불법사찰의 본질은 흐려지고 정략적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16일 정보위에서 “문건엔 적법, 불법의 국가 기밀과 개인 정보가 모두 담겨 있어, 열람과 폐기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폐기를 위해서라도 내용을 보고 적법 여부를 따져 분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정원 60년 불법사찰 흑역사 처리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제안이라고 본다. 여야 모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정원의 흑역사를 발본색원하는 본질적 과제에 충실하기 바란다.

 

[ 2021. 2. 19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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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83571.html#csidxb16f715b0732ae9ab12fe23ba2365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