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윤석열의 주먹구구식 ‘손실보상 50조’ 약속, 책임질 수 있나

道雨 2021. 11. 9. 09:45

윤석열 “자영업자 50조 보상”, 책임질 수 있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7일 자영업자 코로나 손실보상과 관련해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찔끔찔끔 지원은 안 된다”며 “정부의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원칙적으로 전액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재정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자영업자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인터뷰가 보도된 지 불과 몇시간 만에 나온 윤 후보의 후속 설명은 이런 상식적 해석을 벗어났다. 그는 8일 ‘50조원 들여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한 데 대한 구체적 예산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제가 지난번에 발표한 ‘긴급구조 100일 프로그램’ 보도자료에 상세하게 예산을 산정한 것들이 나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9월16일 윤 후보가 발표한 ‘자영업자·소상공인 긴급구조 플랜’은 ‘50조원 전액 손실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당시 윤 후보는 먼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 50조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에게 재정 지원이 아니라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증을 서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통한 손실보상이 아닌 것이다.

또 “최대 43조원 규모의 희망지원금을 마련해 최대 5천만원까지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비례해 차등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50조원은 희망지원금 43조원과 금융 지원 5조원을 합친 금액”이라며 “이 중 43조원은 우선적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단기 국채 발행을 생각하고 있다. 내년 예산 600조원 중 50조원은 10%가 안 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그동안 ‘국가부채 증가’ ‘예산 퍼주기’ 등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재정 확대에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50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을 아무렇지 않게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영업자 50조원 손실보상’ 약속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윤 후보는 합당한 산출 근거와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를 얻기 위해 자신의 기존 주장마저 뒤집고 무책임한 약속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2021. 11. 9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18444.html#csidx3bcc93c9e4ee703a55c0b0b4d6dd9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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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주먹구구식 ‘손실보상 50조’ 약속



윤석열 후보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50조원 들여 자영업자 피해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약속이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법, 지원 대상과 피해 산정 기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해 고통을 떠안은 자영업자를 위한 보상은 과감해야 하지만, 동시에 치밀하고 정교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내지르는 건 대선 주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 11월8일 <조선일보> 1면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인터뷰.

 

 

8일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50조원 들여 자영업자 피해 전액 보상”을 보고 눈길이 확 끌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 보상과 관련해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겠다”며 “정부의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원칙적으로 전액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첫째, 50조원이라는 엄청난 지원 규모에 놀랐다.

둘째, 인원 제한으로 인한 피해까지 전액 보상한다는 포괄성에 놀랐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약속이다.

 

코로나발 경제 충격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 윤 후보의 인터뷰 기사는 ‘가뭄에 단비’로 다가왔을 것이다. 정부가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에 따라 지난달 27일부터 지급하고 있는 3분기 자영업자 손실보상액이 총 2조4천억원이다. 처음에는 1조원으로 편성했다가, 7월 이후 코로나 4차 유행이 확산되자 1조4천억원을 증액한 것이다. 50조원이라면 20배가 넘는다.

 

인터뷰 기사를 보고 궁금증이 일었다. 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된 건지, 지원 대상과 피해 산정은 어떤 기준으로 할 건지, 무엇보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건지 등등.

그러나 인터뷰 기사에는 이와 관련한 윤 후보의 답변이 딱 한마디뿐이었다. “피해를 지수화·등급화해서 원칙을 갖고 보상할 것이다.”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뜬구름 잡는 식으로 말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날 윤 후보를 만난 기자들이 ‘50조원 손실보상’의 구체적인 방안을 묻자, 윤 후보는 “그건 지난번에 발표한 ‘긴급구조 100일 프로그램’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고 답했다.

 

그런 발표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자료를 찾아봤다. 윤 후보가 9월16일 발표한 보도자료 ‘코로나 극복 긴급구조 플랜’이라고 있었다.

당시 윤 후보는 “자영업자의 고통과 피해를 제가 직접 챙기겠다”며 7가지 약속을 했는데, ‘50조원을 들여 자영업자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는 내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50조원’이라는 표현이 2번째 약속에서 나오긴 하는데,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영세자영업 소상공인의 긴급자금 수요에 대응하는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 50조원 추가 지원”이다. 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증을 서게 해 은행 등에서 싼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초저금리 대출도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피해 보상과는 다른 개념이다.

윤 후보는 4번째 약속에서 “최대 43조원 규모의 재정자금을 마련해, 최대 5천만원까지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따라 비례해 차등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또한 43조원을 피해 보상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게 아니다. 최대 4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 뒤, 방역 규제 강도와 개별 자영업자의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가 지급될지는 현재로선 모른다.

그런데도 윤석열 캠프는 8일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5조원과 43조원을 합해 48조원, 대략 50조원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재원이다. 윤석열 캠프는 50조원은 내년 예산 604조원의 10% 안 되기 때문에 지출 구조조정으로 확보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단기국채를 발생하겠다고 했다.

 

9월18일에 나온 ‘긴급구조 플랜’에는 이런 얘기가 일언반구도 없었다. 당장 50조원의 재원 조달 문제가 논란이 되자, 구체적 검토도 없이 둘러댄 것으로 보인다.

국가부채 증가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을 비난해온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국채 발행을 얘기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의 자영업자 손실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3분기 손실보상의 1인당 평균 금액이 300만원에 불과하다. 이걸로는 밀린 임대료도 못 낸다. 하한액인 10만원을 받은 자영업자도 9만명이나 된다. 게다가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250만~300만명에 이른다. 여행, 관광업, 숙박업 등이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현실에 맞게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치밀하고 정교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내지르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조선일보>의 보도 행태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유력 대선 후보가 ‘50조원을 들여 자영업자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고 했으면, 당연히 재원 조달 문제와 선정 기준 등을 하나하나 물어 기사화했어야 한다. 만약 답변이 부실하면 비중 있게 다루지 말아야 하는 게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그런 것 하나 없이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이래저래 이번 대선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안재승 논설위원실장

jsahn@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8467.html#csidxe6f61fe4ba02849b216b258062664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