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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계절독감' 준비하는 정부. "병원은 이미 아비규환...정부 발상 심각한 우려"

道雨 2022. 3. 16. 16:25

'오미크론=계절독감' 준비하는 정부..."말장난 닥쳐라" 분노한 의료계

 

현장에선 "병원은 이미 아비규환...정부 발상 심각한 우려"

 

 

 

"붕괴 직전의 의료체계 상황을 국민께 솔직하게 고백하고, 독감 치명률과 비교하는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은 이제 닥치십시오."(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부가 계절 독감 관리 수준의 코로나19(COVID-19) 방역체계를 준비하는 가운데, 의료계가 작심 비판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중환자·사망자 발생이 도저히 독감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명률이 독감 수준인 0.1%까지 낮아졌단 게 정부 설명이지만, 방역 실패를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만 인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6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치명률 관리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최근 4주간 치명률은 0.1%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 단기 치명률은 현재 계절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1급으로 지정된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달라"고 밝혔다.

앞으로 코로나19를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앞서 정부는 중환자·사망자의 안정적 관리가 일상 회복 최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낮게 나오면서, 의료 체계가 환자 발생을 감당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런 기조에 맞춰 오는 21일부터 완화된 거리두기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8인·밤 12시'의 거리두기 조정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거리두기 방안은 오는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표한다.

그러나 최근 의료체계 수치는 정부가 자신하는 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중환자·사망자 발생은 계절 독감 수준을 뛰어넘는다. 지난 한 주간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1770명이다. 이달 초부터 16일까지 보름 동안 299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 해 국내에서 계절 독감으로 목숨을 잃는 환자는 평균적으로 2000~3000명이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연도는 최대 5000명 수준이다. 이미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보름 동안 코로나19로 1년 독감 사망자 수만큼의 환자가 사망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사상 첫 40만명대를 돌파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점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만741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초 방역당국은 오는 23일 전후로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확산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대유행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022.3.16/뉴스1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발생은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타(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5.71명이다. 압도적인 격차로 1위인 홍콩(37.87명)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증상 발현 이후 2~3주 뒤 중증으로 진행하는 코로나19 특성상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의료 전문가들은 정부 판단이 정상적이지 않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병원은 아비규환이고 앞으로 사망할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코로나19가 어떻게 독감 수준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 '부디 독감처럼 되어 주십시오' 비는 꼴이다. 이성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달 말까지 한 달간 60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며 "과거 독감 때문에 이렇게까지 사람이 죽고 의료체계가 마비된 적은 없었다. 정부 발상 자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치명률이라는 수치만으로 코로나19 위험성을 평가하는 정부 태도도 모순적이다. 지난해 12월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 처음 상륙했을 당시 정부는 "치명률이 낮아도 전파력이 높아 중환자·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경계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누구보다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방역 완화 근거로 낮은 치명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최 교수는 "재택치료·중환자 관리 등 모든 게 문제인데, 단순히 치명률을 근거로 위드코로나로 가겠다는 것은, 자기들 편한 숫자만 인용하는 탁상공론"이라며 "위기를 위기라고 보지 않고, 말하지 않는 안일한 생각과 낙관론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