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내주고 끝난 검찰의 ‘고발 사주’ 김웅 수사
검찰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벌어진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29일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또 다른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김 의원을 공범 관계로 보고 검찰로 넘겼는데, 무혐의 결정을 한 것이다. 검찰 조직이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이 소극적인 수사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검찰 출신인 김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한테서 전달받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한 혐의를 받아왔다.
공수처는 지난 5월 이 사건을 ‘총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손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손 검사가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려고,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고발장을 김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과 공모해 미래통합당 쪽에 전달했다고 봤다.
실제 미래통합당은 이 고발장과 유사한 내용으로 최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공수처는 김 의원이 범행 당시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어서 검찰로 사건을 이첩했다.
그러나 검찰은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의 공모 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고발장을 당 쪽에 전달한 것은 맞지만, 김 의원이 손 검사에게 고발장을 직접 전달받았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고발장을 직접 주고받은 사실이 객관적 증거를 통해 입증된다는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과 김 의원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는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등, 김 의원과 검찰의 공모를 의심할 만한 발언이 여러 차례 나온다.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고 특정 정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은 중대한 ‘국기문란’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수처 수사가 ‘윗선’ 의혹을 못 밝힌 채 ‘용두사미’로 끝난 데 이어, 공수처가 손 검사의 공범으로 지목한 김 의원마저 무혐의 처분을 받아, 실체 규명은 더욱 멀어지게 됐다.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검찰은 곱씹어보기 바란다.
[ 2022. 9. 3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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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김웅 ‘공범’인데…공수처는 기소, 검찰은 불기소 ‘황당’
검찰 “손준성에게 고발장 직접 받은 증거 없어”
유사 내용 고발장 제출한 미래통합당 조사도 안해
“공범 재판 중인데 불기소 처분 매우 이례적”
검찰발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김 의원을 공모관계로 판단했는데, 동일한 공모범행에서 검찰 판단을 받은 쪽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29일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공수처가 기소 판단을 이첩한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인 김 의원은 2020년 4월 범여권 인사들이 입후보한 21대 총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고발장을 손준성 검사로부터 전달받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전달한 혐의를 받아왔다.
앞서 지난 5월 공수처는 판결문 검색 시간과 전달 시간의 근접성 등을 감안할 때, 손 검사가 직접 김 의원에게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등을 전달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공수처는 손 검사는 직접 기소했지만, 김 의원은 범행 석달 전 검찰에서 사직한 민간인 신분이어서 기소 판단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이날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 공모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붙은 고발장 등을 미래통합당 쪽에 전달한 것은 맞지만, 김 의원이 손 검사로부터 직접 전달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중간에 누군가가 끼어 ‘손준성→제3자→김웅’ 순으로 고발장 등이 전달됐다면 공모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런 가능성을 들어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하면서도 “공수처에서 이미 수사했다”는 이유로 지난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손 검사를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김 의원 역시 지난 8월 한 차례 조사하는데 그쳤다.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20년 8월 미래통합당 고발로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기소했다. 검찰 출신 정점식 법률지원단장을 거쳐 당대표 직인까지 찍힌 고발장 내용이 손 검사가 전송한 고발장과 사실상 동일한 것이어서 큰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미래통합당 고발은 복수의 루트로 고발장이 유통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히려 손준성-김웅 공모관계 입증을 방해하는 요소”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검찰은 이런 판단을 내놓으면서도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고발장이 작성된 과정 등은 따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공모관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 검사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손 검사의 유무죄에 따라 김 의원 불기소 처분 여부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죄 판단이 나오더라도 김 의원에게 직접 고발장이 전달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공모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범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른 한 사람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이뤄지는 건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최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손 검사 재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석달 넘게 재판을 중단한 상황이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이 공수처 판단과 배치된다는 지적에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며, 공수처가 손준성-김웅 두 사람을 불기소하라는 공소심의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고발사주 사건으로 함께 고발됐던 김건희 여사에 대해 검찰은 조사 없이 각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도 고발인의 추측성 진술 외 별다른 증거가 없어 김 여사에 대한 별다른 조사없이 이첩했다. 추가 수사를 했지만 김 여사가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증거 등을 발견하기 어려워 각하 처분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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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한겨레 그림판
권범철 기자 kart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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