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의도’ 의심되는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통보
감사원이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돌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경남 양산 문 전 대통령 비서실에 전화로 서면조사를 통보했다가 거절당하자, 이메일로 같은 내용의 통보문을 보냈다고 한다.
양산 비서실은 이 이메일을 30일 ‘반송’ 처리했으며, 이 일을 보고받은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 시도는 너무도 갑작스럽고 뜬금없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중순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안보실과 국가정보원, 국방부,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서해 사건에 대한 본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금껏 실무진 이상의 핵심 인사에 대한 조사로 넘어가지 못했다.
서훈·박지원 전 국정원장 출석조사도 ‘검찰 수사 중’임을 들어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결국 핵심 지휘 라인에 대한 조사 절차는 밟지도 못한 상황에서, 곧바로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박 전 원장에 대해선 지난달 23일과 27일 출석을 통보했다고 한다. 전 국정원장 조사가 무산된 지 불과 하루 만인 28일에 전임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은 셈이다.
누가 봐도 이례적이고 무리하다. ‘전임 대통령 모욕주기’를 노린 행위라는 야권의 문제제기가 과하다고 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1993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질문서를 보냈고, 두 전 대통령은 질문서를 수령해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대형 국방 비리였던 ‘율곡 사업’, 김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와 관련해 중간 단계 조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최종 확인 절차를 밟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성격도 다를뿐더러 갑자기 전임 대통령 조사로 건너뛴 이번과 비교하기 어렵다.
서해 사건은 이미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야권에선 검찰 수사에서 문 전 대통령까지 치고 올라갈 단서를 찾지 못하자, 감사원을 또 한번 정권의 돌격대로 동원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욕설·비속어’ 파문으로 국정지지율이 급락한 현 정권이, 국민의 이목을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할 소재로 문 전 대통령 조사를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감사원의 무리한 행태가 자초한 의혹이다.
감사원의 독립성 원칙과 관련된 만큼,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 2022. 10. 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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