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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위법 논란 키우는 감사원-대통령실…“해명 자체가 무식한 소리”

道雨 2022. 10. 7. 09:41

위헌·위법 논란 키우는 감사원-대통령실…“해명 자체가 무식한 소리”

 

 

 

 

<한겨레> 소셜미디어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위법하게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 대통령실이 관여하고 있다는 논란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로까지 번졌다. 대통령실과 감사원이 해명에 나서며 파장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위헌·위법 논란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먼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사건 감사 절차의 위법성을 지적한 <한겨레> 보도에 대한 해명 계획을 직보한 것은 그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업무는 대통령실에서 관여할 수 없도록 헌법과 법률에 돼 있다”면서도 “하나의 정부 구성이기 때문에 언론 기사에 나온 업무와 관련해 어떤 문의가 있지 않았나 싶다”며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 업무에 밝은 한 인사는 “감사 절차 역시 감사 내용에 해당한다. 헌법에 근거를 두고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 이를 보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대법원이 심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에서 ‘그게 사실이냐’고 문의하고, 해당 기관에서 ‘그렇지 않다’며 심리 내용을 확인해 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이 독립기관임을 고려하면 비공식적인 접촉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 두 사람 사이 소통 내용을 보면, 감사원 독립성에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서해 사건 감사가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서해 사건은 ‘상시 공직감찰’ 사항이며, 공직감찰은 의결 없이 사무처에 위임된다”고 해명한다.

 

감사원법(12조)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과 감사원장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을 구별하고 있다. 주요 감사계획은 법에 따라 위임 자체가 불가능하며, 위임된 사안 역시 감사원규칙으로 규정된 것만 가능하다.

감사원법을 잘 아는 법조인은 “감사원법을 보면 ‘위임됐다’는 감사원 해명 자체가 무식한 소리”라고 했다. 감사원 해명이 맞다면, 왜 감사위원들이 ‘사무처에 위임한 적 없다’며 위법성을 제기했느냐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법상 주요 감사계획은 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법 취지상 위원회의 의결 뒤 발생한 주요 감사는 다시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게 맞다. 만약 다른 행정 기관이 이런 내부 방침을 만들었다면, 감사원이 시정조치를 요구했을 사안이다. 감사원 해명은 절차 위반을 또 다른 불법으로 덮는 꼴”이라고 말했다.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서해 사건 감사는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전직 대통령까지 감사하겠다는 내용이다. 지자체 공무원의 직권남용 행위를 감사하는 일반적 공직감찰이 아니다. 당연히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내부 훈령에 불과한 규정을 근거로 감사 내용을 중간발표하겠다는 것도 논란이다. 장용근 교수는 “의결을 거치지 않아 위법성 논란이 벌어졌는데,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은 내부 훈령을 근거로 중간발표에 나서는 것을 합법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감사 착수의 위법성 의혹이 감사위원회의 내부에서 제기돼, 감사 결과가 최종 확정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미확정 내용을 먼저 공표하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위법이라는 것이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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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감사원 사무총장 국무회의 참석부터 배제해야

 

 

 

 

감사원 최고 실세로 불리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지난 5일 대통령실에 보낸 부적절한 문자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해치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했던 최재해 감사원장에 이어, 감사원의 존립 근거와 신뢰 기반을 뒤흔드는 행동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해 원론적인 발언만 내놓을 게 아니라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유 사무총장은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낸 문자에서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겨레>가 그날 아침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감사위원회의 등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보도한 데 대해 해명자료를 낼 것이라고 알려주는 내용이다.

 

두 사람이 문자를 주고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 말대로 감사원이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헌법기관”이라면, 대통령실은 감사원의 상황을 알 필요가 없고, 유 사무총장 또한 보고의 외양을 띤 문자를 보낼 의무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감사원과 똑같은 헌법기관인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재판 예정 사항을 사전에 대통령실에 알려준다면 어떻게 되겠나.

 

더구나 유 사무총장은 국무위원도 아니면서 국무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문제의 문자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 시작 전에 보낸 것이라고 한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불허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헌법적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사무총장은 참여시키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문자 논란이 커진 6일에도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지만, 업무는 대통령실에서 관여할 수 없도록 헌법과 법률에 돼 있다”고 원론적 발언을 했는데, 감사원 감사에 대한 ‘불관여 의지’가 분명하다면, 물의를 일으킨 유 사무총장의 국무회의 참석부터 그만두게 하는 게 맞다.

 

 

유 사무총장과 최 감사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감사에서 드러났듯 법절차를 뛰어넘는 감사를 수없이 강행하고 있다.

감사원이 ‘검찰 대신 감사원’이라는 모욕적 비판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론의 정당한 비판은 ‘무식한 소리’라고 매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거센 퇴진·해임 요구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 2022. 10. 7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