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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15분 회담’에 깨진 30년 균형 외교

道雨 2022. 11. 18. 10:25

윤 대통령 ‘15분 회담’에 깨진 30년 균형 외교

 

 

30년 ‘균형 외교’ 노선 뒤흔든 한·미·일 정상회담

 

 

 

윤석열 정부가 탈냉전 이후 30여년 동안 역대 정부가 큰 틀에서 유지해온 ‘균형 외교’ 노선을 접고, 한·미·일 ‘3각 동맹’으로 나아가는 결정적 한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오후였다.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세 나라 정상은, 3개국이 앞으로 한반도 등 지역 현안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한 차원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협력한다는 ‘프놈펜 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 당국의 발표를 모아 보면, 이 역사적 회담에 걸린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미국 백악관의 13일 자료를 보면 정상들의 머리발언은 오후 4시37분에 시작돼 4시43분까지 6분 동안 이뤄졌다. 이후 각국 풀 기자단이 빠지는 과정에 걸린 시간을 빼면, 이날 회담은 사실상 정상들이 모여 사진 찍고 마무리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회담은 원래 의례적인 것이다. 실무에서 합의된 내용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정상들이 만나 합의 내용을 확인하고 적합한 대외 메시지를 전했다면, 회담 시간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는 얘기다. 이번의 경우 다자회의 중에 시간을 쪼개 만난 탓에 애초 긴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프놈펜 성명을 통해, 심화하는 북핵 위기와 치열해져가는 미-중 경쟁이란 새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균형 외교 노선을 폐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3각 동맹에 편입하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정상의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국제 공약이 되어, 이행해야 할 책무를 떠안게 된다. 미·일은 한국에 내뱉은 말에 적합한 기여를 하라고 요구해올 것이다.

 

한-일 간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안보 협력이나 북·중 압박을 위한 3각 동맹 강화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 사회는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이뤄진 2015년 위안부 합의(12·28합의)로 인해 형용할 수 없는 아픔과 혼란을 겪었다. 프놈펜 합의가 몰고 올 장기적인 파장은 그보다 몇십배 클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15분 외교’는 한국 외교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끔찍한 비극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