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규제’ 다 푸는 정부, 이게 ‘지대 추구’ 조장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큰 폭으로 낮춘 데 이어, 국토교통부는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 제한, 실거주 의무도 곧 완화하겠다고 3일 밝혔다.
집값 급등기에 도입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겠다며 시작한 일인데, 최근엔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란 명분을 하나 더 얹었다.
여건 변화에 따라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까지 대거 풀어버리는 것은 ‘정상화’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힘주어 비판한 ‘지대 추구’ 행위를 조장하게 된다.
지난달 예산국회에서 정부·여당의 강력한 요구로 종부세가 대폭 완화됐다. 1주택자의 과세 기준선을 공시가격 12억원(시가 16억원) 이상으로 올리고, 부부 공동명의는 18억원까지 종부세를 면제했다. 가장 큰 것이 중과세율 적용 대상을 대폭 줄인 것이다. 3주택 이상으로 과세표준액 12억원(공정시장가액비율 60%일 경우 시가 29억원) 이상에 대해서만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국토부는 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규제지역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만 남겼다.
지정 사유가 없어졌다면 해제하는 게 맞는다. 그러나 일부러 법이나 시행령을 고치는 일은 다르다.
국토부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하는 2∼5년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폐지하고, 무순위 청약에 유주택자의 신청도 허용하겠다고 한다. 투자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쉽게 하는 일이다.
전매 제한 기간도 수도권은 현행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완화할 예정이다. 샀다가 얼른 팔아 차익을 거둘 수 있게 해주는 조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다주택자 양도세를 대폭 완화하고, 대출 규제도 풀 예정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자가 거주율이 낮은 것은, 한 사람이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투자·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는 정책은, 실거주 목적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폭등했던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해서 함부로 풀거나 없애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부동산 투자·투기보다 더 만연한 지대 추구가 있는가.
[ 2023. 1. 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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