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소멸해도..." 이게 대통령이 할 말인가
[소셜 코리아] 초유의 성장률 1%대 전망... 경기부양 의지 없는 정부
여러 경제기관에서 2023년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 한국은행은 1.7%, 금융경제연구원은 1.6%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향 상세브리핑'에서 1.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성장률 예측이 1%대로 하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보다 높게 나타난다. 정부의 정책효과를 성장률 전망에 부분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정부 전망치가 낮다는 것은, 정부에 인위적인 경기부양 의지가 없다는 신호다.
윤석열식 재정긴축, 민간주도 경제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경기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외 모든 기관의 예측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0.6%로, 유로존은 0.0%로 크게 낮췄다. 작년 말 해외 경제기관들의 전망치도 크게 수정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렸으며 "2023년에도 금리증가율 속도는 낮아질 수 있지만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금리인상 기조의 지속, 미국·유럽 시장의 침체로 인한 해외수요의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공급사슬 충격의 회복지연, 중국의 봉쇄 해제 이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 대외여건은 어느 하나 좋은 게 없다. 이는 국내 제조업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투자 위축, 구조조정 등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수침체도 불가피하다. 미국과 금리격차가 1%p이상으로 벌어지면서, 한국은행 또한 금리인상 기조를 역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적다. 이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미국만큼 빠르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금리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이로 인해 자산투자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 역시 지속될 것이다. 올해 새롭게 분양되는 주택 물량이 넘쳐나는 국면에서 건설투자 감소는 불가피하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국면에서 건설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부동산에 대한 '가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시장 중심의 경기부양을 외치고 있다. 규제를 풀고 세율을 낮추면 기업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며, 경제체질이 개선되고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국회에서 2023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가장 큰 쟁점이 법인세 인하였다. 2023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핵심은 부동산 규제 완화이다.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민간 중심의 성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시장 자유를 확대하면 기업의 이윤 기회가 확대되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발상이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 기대할 수 없다
이는 2023년 대통령 신년사 중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이라는 표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는 소멸해도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의 수장으로서 할 말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이제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사라진 구시대 유물이다. 이런 기대는 하이예크와 같은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의 '신념' 속에서나 작동할 법하다.
기업투자는 기대수익에 따라 움직이며, 기대수익은 시장전망이 긍정적일 때 높아진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민간경제가 활성화할 이유가 없다.
여러모로 윤석열 정부와 성격이 비슷한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4대강 사업'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했다. 이명박 정부의 부패, 4대강 사업이 초래한 환경재앙 등 수많은 갈등이 있었음을 필자도 잘 안다. 그 모든 부정적인 유산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조차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을 두었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게는 이조차 기대할 수 없다. 경기침체, 복지 축소,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 축소, 기업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지며, '일자리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가장 큰 충격은 비정규직, 고령 노동자, 복지 사각지대의 차상위 계층에게 미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정책 기조는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노동개혁', 즉 노동시장 전환과 노조의 협상력 약화다. 윤 대통령식으로 표현하면, 법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귀족노조'를 잡겠다는 것이다.
나름 일관성이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노동조합은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노조를 공격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된다. 불황기에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악'으로 보는 정권에게 어울리는 정책 기조다.
노조에 대한 이런저런 입장들이 있지만, 필자는 '200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 전개'라는 글에서, 전투적 경제주의를 표방한 대기업 노조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공정혁신·제품혁신을 촉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가 꾸준히 실질임금을 상승시킴으로써, 기업이 노동비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생산공정의 모듈화와 자동화의 가속화이다. 노동조합이 임금상승을 압박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했고,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요인이기도 했다.
반면 일본·유럽 등지에서 노조의 협상력 약화는 지속적인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원인이기도 했다.
윤석열식 반노조주의에는 이런 역사적 결과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무지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이 이 국면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해 볼 일이다.
남종석 /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필자 소개 : 남종석 박사는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입니다.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 실장으로 재직중이며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주택 규제’ 다 푸는 정부, 이게 ‘지대 추구’ 조장이다 (0) | 2023.01.04 |
---|---|
"최소한의 위치추적만" 헌재의 결정, 국회의 아쉬운 응답 (0) | 2023.01.03 |
윤석열 한동훈이 기억해야 할 ‘檢上得之 檢上治之’ (0) | 2023.01.03 |
물음표 위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의 ‘사법적 정책 결정’ (0) | 2023.01.03 |
대구 이슬람사원보다 ‘돼지머리 시위’가 더 위험하다 (0) | 2023.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