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UAE의 적은 이란”, 윤 대통령의 끝없는 ‘외교 설화’

道雨 2023. 1. 18. 09:03

“UAE의 적은 이란”, 윤 대통령의 끝없는 ‘외교 설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에 이란 외교부가 직접 반발하고 나섰다. 복잡한 중동 정세에 무지한 비외교적 발언이 풍파를 일으킨 것이다. 그렇잖아도 석유 대금 문제로 꼬여 있는 두 나라 관계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15일 오후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우리의 형제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의 양자 관계에 대해 당사국이 아닌 한국 정상이 비외교적 언사로 개입한 것이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의 역사적·우호적 관계와 빠르고 긍정적인 개선에 대한 완전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는 수니-시아파 갈등으로 지난 2016년 대사 소환까지 했지만, 지난해 대사를 다시 파견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정상이 공개 석상에서 두 나라를 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적 타당성을 결여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국 외교부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이란 관계를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아랍에미리트에 주둔한 한국군 아크부대가 이란을 겨냥하고 있다는 오해를 부를 여지가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이 이란에 석유 수출대금 70억달러(8조6600억원)를 오랫동안 지급하지 못해 두 나라 관계는 이미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이자 무역 상대국이기도 한 이란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쏟아온 노력도, 윤 대통령의 경솔한 발언 탓에 헛심 쓴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장병 격려 차원에서 한 발언이고 한국-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사태 진화에 바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순방 때마다 외교 논란을 일으키거나 실언을 거듭했다.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일으킨 ‘여왕 조문 생략’과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논란을 기억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가 국익을 해쳤다며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대통령의 외교 설화에 따른 국익 손실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 2023. 1. 1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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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UAE의 적’ 윤 대통령 발언 외교문제로…정부, 해명에 진땀

 

 

이란 외교부, ‘간섭하기 좋아하는 발언에 해명 기다려’
UAE 주둔 한국군이 이란 겨냥 오해 불러 파장 커져
이명박 정부 때 한국-UAE 군사비밀협정 재논란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쏟아낸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란 외교부는 한국 정부의 해명을 요구했고, 이란 언론은 한국의 대이란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윤 대통령의 최근 ‘간섭하기 좋아하는’ 발언을 평가하고 있다며, 한국의 해명을 요구했다고, 이란 <이르나>(IRN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의 역사적·우호적 관계 및 빠르고 긍정적인 개선에 대한 완전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고 “외교적 타당성을 완전히 결여한 것”이라면서 “한국 외교부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 부대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발언은 현지 주둔 중인 한국군 아크 부대 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어서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주둔한 한국군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인 이란’을 겨냥하고 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바카라에 한국형 원전(APR1400) 네 기를 짓는 400억달러 공사를 수주했다. 그 대가로 유사시에 한국이 군사지원을 하고 개입한다는 내용의 비밀군사협정을 맺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이런 내용을 알고, 그해 12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현지에 급파해 재조정을 벌인 바 있다.

 

이 문제로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국익 차원에서 자신이 비밀협정을 수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시인해 큰 파문이 인 바 있다. 이 협정엔 아랍에미리트에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군의 자동개입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윤 대통령의 섣부른 발언이 민감한 외교 문제로 비화하자, 대통령실은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장병 격려 차원에서 한 발언이고 한국-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고, 외교부도 “아크 부대는 비전투병으로 아랍에미리트군에 대한 교육과 훈련 및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등을 주요 임무로 한다”며, 이 부대의 역할을 둘러싸고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진화하려 했다.

 

그런데도 민감한 반응이 이어지자, 외교부는 17일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격려 말씀”이었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거듭 해명했다. 또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온 바,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이란 언론들은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동결된 자신들의 석유 수출대금 70억달러(약 8조6660억원)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이런 애기가 나왔다며, 한국의 대이란 정책이 바뀐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란의 <프레스티브이>는 한국이 이란에 석유 결제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비우호적인 입장이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는 페르시아만 섬들의 영유권 문제나 수니-시아파 갈등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지만, 역사적으로 여러 영역에서 밀접하게 얽혀있어, 외국 정상이 공개 석상에서 ‘적’으로 단언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실제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의 ‘역내 라이벌’인 사우디아라이비아편에 서 있지만, 꾸준히 이란과 관계 개선을 추구해왔다. 특히 2016년 이란 주재 사우디 외교공관에 대한 테러 공격 사태 때 바레인·카타르 등 다른 수니파 보수 왕정 국가들은 대사를 철수시켰으나, 아랍에미리트는 외교공관을 유지하는 등 독자 행보를 보였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약 8천개의 이란 회사와 50만명의 이란인이 활동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내 이란 사업체의 규모도 약 3천억달러로 추산된다. 특히 두바이와 이란의 교역액만 연간 120억달러에 이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