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윤석열 1년, 이것이 ‘공정’과 ‘상식’인가

道雨 2023. 5. 10. 08:56

윤석열 1년, 이것이 ‘공정’과 ‘상식’인가

 

 

 

왜 30%대 못 벗어나는지 성찰해야
오직 과거 정부 탓, 더 이상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 뽑은 이유 돌아보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대립과 갈등이 더욱 극심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을 모두 윤석열 정부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극심한 편가르기, 독선적 행보, 불통으로 상황을 더욱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치 실종 속 ‘검찰공화국’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통합의 가치를 앞세워 당선됐다. 그러나 취임 뒤 1년간 정반대 행보만 보여줬다.

취임 전에 준비도 없이 무리하게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했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 통치 스타일을 예고한 것이었다.

 

윤석열 정부 1년을 특징짓는 열쇳말로 ‘검찰공화국’, ‘검찰 통치’가 등장했다.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기용을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직책은 물론,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 핵심 기관 요소요소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 출신 인물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검찰공화국’이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직자 추천과 검증 라인도 검찰 인맥이 장악했고, 잇따른 검증 실패에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검찰 역시 야당과 전 정권, 비판 세력을 겨냥한 수사에 집중해 ‘정치 검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다.

 

정치는 실종 상태나 다름없다. 정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 대통령의 의무인 국민 통합은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여소야대 상황이라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다. 그러나 취임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지도부와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해선 ‘노골적 당무 개입’ 등을 벌이며 대통령실 출장소 취급하고 있다.

 

정책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다 강한 반대에 부닥쳐 표류 상태가 된 경우가 많다. 준비 없이 내질렀다 뜻대로 안 되면 야당이나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게 공식이 됐다.

 

출범 직후 강조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 과제는 제자리걸음일 뿐 아니라, 방향성도 우려스럽다. 시대착오적인 노동시간 연장 추진에 힘을 다 빼고, 정작 중요한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취약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는 손을 놓고, ‘노조 때리기’에 몰두하는 것을 노동개혁이라 외치고 있다.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 모습을 국민들이 또다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분법 외교 속 국익 놓치고 긴장 고조

외교에서도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 대결로 보는 선악 이분법적 ‘편가르기’ 외교가 뚜렷하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최전선에 섰고, 대통령은 직접 중국·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며 리스크를 부추긴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법에는 제대로 대응도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가치 동맹’에는 ‘국익 외교’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한 업적으로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외교가 거듭됐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고, 한·미는 대규모 군사훈련과 전략무기 전개로 맞대응하면서 한반도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경제 분야는 국민들을 실질적으로 가장 힘들게 하는 대목이다. 가계는 ‘고물가, 고금리’에 쪼들리고, 경제는 급격히 활력을 잃어왔다. 외부 변수를 무시할 수 없지만, 정부는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부자 감세 등으로 재정의 대응 능력이 현격히 떨어져, 수출 부진에 뒤따르는 내수 부진에도 정부의 역할을 느낄 수가 없다.

 

 

무능·무책임 속 불통

그래서인지 국민과 언론에 제대로 설명하고 책임지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인사 참사, ‘비속어’ 논란, 이태원 참사 등 사과하고 책임 있게 말해야 할 때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열혈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에 더욱 치중하고, 반대 진영은 아예 배제하는 ‘분열의 정치’에 점점 더 의존한다. 그 결과가 30%대 지지율이다.

출범 초기 막연한 기대감을 보였던 중도층도 다 돌아서자, 오히려 더 핵심지지층만 찾는 30% 터널 속 악순환만 거듭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점은 30%대 대통령이 70%대 대통령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3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지 아프게 돌아봐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도 표정도 읽히지 않는다. 지난 1년간 실정보다, 집권 초 1년을 허송세월하다시피 하고도 반성이나 성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두렵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만회할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1년을 냉정히 돌아보며, 국정 기조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내 편을 멀리하고, 쓴소리하는 이를 곁에 둬야 한다. 진보의 목소리가 싫다면, 합리적 보수의 목소리에라도 제발 귀를 좀 기울이기 바란다.

 

최근 들어 자주 등장하는 국무회의 생중계 방식 소통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앞둔 9일에도 국무회의 발언 장광설로 국민에게 훈시를 했다. 예의 과거 정부 탓만 반복했다. 내년 2주년 때도 이럴 건가. 3주년, 4주년 때도 과거 정부 탓하고 임기를 끝낼 건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것이 최우선이다.

국민들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 2023. 5. 10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