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미-중 반도체 전쟁, 위험 최소화하고 실리 취해야

道雨 2023. 5. 23. 09:48

미-중 반도체 전쟁, 위험 최소화하고 실리 취해야

 

 

 

중국이 지난 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에 맞춰,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제품의 중국 내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반도체 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도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첨단 장비를 증설할 수 없으며, 오는 10월까지만 유예를 받은 상태다.

 

중국의 이번 마이크론 제재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정밀타격식 보복 대응인 셈이다. 또한 2019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기소를 필두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벌여온 일련의 제재에 대한 중국의 첫번째 가시적인 반격이다.

지난 4월 희토류 기술 수출을 금지한 적은 있지만 미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고, 제품이 아닌 기술 수출 금지라는 포괄적이고 예비적인 형태였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해 “기술적인 괴롭힘과 무역 보호주의의 전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중국이 반도체 보복 제재를 이른바 ‘칩4 동맹’으로 넓힐 경우, 우리 기업이 입을 피해는 마이크론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쑤저우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서 디(D)램과 낸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낸드의 40%를, 하이닉스는 디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중국에 33조원, 35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중국 내 매출은 올해 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1분기 기준 각각 7조9153억원, 1조5461억원에 이른다. 두 회사를 합치면 연간 기준으로 수십조원에 이른다.

 

더구나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제재받았을 때 반도체 부족분을 한국 기업이 채우지 않도록 해달라고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태다.

중국이 실제로 삼성과 하이닉스에 납품을 요청할 경우 중대한 시험에 들 수도 있다.

 

우리의 선택 기준은 언제나 국익이다.

중간에 낀 나라로서, 미국과 중국을 모두 설득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하고 실리를 취해야 한다.

편중외교는 자멸이 될 수 있다.

 

 

 

[ 2023. 5. 23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