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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외치더니 집회 강경진압 부추기는 윤 대통령

道雨 2023. 5. 24. 10:32

‘자유’ 외치더니 집회 강경진압 부추기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1박2일에 걸친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됐다”며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고통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보호할 것”이라며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이 오전 0~6시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집회 대응 과정의 경찰력 행사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에서,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쓴 것을 시작으로 연설 때마다 자유를 외쳐왔다. 그래놓고 정작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해선 어디서 무슨 말이 나올 때마다 탄압 빌미로 삼는다. 말과 행동이 이처럼 다를 수가 없다. 국민 기본권으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 표현을 막을 정권의 자유를 주창해온 것인가.

 

지난 16~17일 열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집회 이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정부·여권의 행태에선 일말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8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했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물대포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물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고 했다. 21일엔 고위당정협의를 열어 야간집회 금지 입법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그러나 건설노조 집회는 법원 허가를 받은 합법 집회였고, 비록 출근길 시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일부 있었지만 경찰도 “폭력 행사나 기물 파손 등의 법 위반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집회 중 잘못된 행위에 대해선 범칙금 부과 등 법에 따른 적정한 대응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집회 자체를 불법으로 몰면서 금지, 강제 해산 등 초헌법적 주장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 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전 정부 탓 타령도 되풀이했다. 전 정부에 대한 강경 보수층의 불만을 자극하고 노조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임을 모를 사람이 없다.

국민 통합보다 비판 세력을 희생양 삼아 지지율 위기를 돌파하려는 얕은 계산에 몰두해서야, 민심의 준엄한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2023. 5. 24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