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윤석열 1년] 시국선언 105건 '초유'…이태원 참사가 불 지펴

道雨 2023. 5. 23. 11:28

[윤석열 1년] 시국선언 105건 '초유'…이태원 참사가 불 지펴

 

 

 

〈민들레〉, 윤 정부 출범 이후 시국선언 전수조사

'강제동원 해법' 발표된 3월 초부터 급증세로

교수 시국선언 28건…단일 직군으로 가장 많아

천주교·기독교·불교 종교인 시국선언도 줄 이어

5월 열흘치 시국선언이 4월 한달치에 육박해

 

 

https://youtu.be/1b5OO97djs4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22년 5월 10일부터 2023년 5월 10일까지 네이버 포털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한 기사 2245건 전수조사 결과. 2023.5.12.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 4월 12일자 기사 <윤석열 굴욕외교 계기로 '시국선언' 불붙었다>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종외교 사태 이후 하루 1건 이상 시국선언이 발표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국선언은 사전적 의미로 지식인과 종교인, 재야 인사 등이 당면한 국내외 정세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지만, 한국 현대사에서 시국선언은 단순 견해 표명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전환점을 만들어왔다. 1960년 4·19 혁명이, 1987년 6·10 민주항쟁이, 2017년 박근혜 탄핵이 그랬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첫 시국선언은 10·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처음 시작됐다. 집권 1년이 지나지 않아 시국선언이 나온 것도 매우 보기 드문 사례지만,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은폐하기 급급한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경종이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유가족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는 비이성적인 3·1절 기념사, 피해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제3자 변제안) 발표 이후엔 '봇물이 터졌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시민언론 민들레가 첫 조사를 한 이후보다 더 늘어난 추세다.

 

그 사이 미국 도청 사태가 터졌고, 미국 방문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00년 전 우리 역사 때문에 (일본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하면서 불을 붙였다.

출범 1주년을 맞은 5월에는 아직 10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4월 시국선언 발표 수에 육박하고 있다.

 

 

* 7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 등 참석자들이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간 시국선언 105건

 

12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윤석열 정부 출범일인 지난해 5월 10일부터 올해 5월 10일까지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되는 기사 2245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동안 총 105건의 시국선언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11월 8건 △1월 2건 △2월 4건 △3월 31건 △4월 33건 △5월 27건(10일까지)의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시국선언은 지난해 11월 3일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주도한 전국 중고등학생 1511명의 시국선언이었다. 이 단체 지도부 학생들은 지난 2월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수사 등 탄압을 받았다며 망명을 시도한 상태다.

중고생들의 시국선언 이후 대학가와 시민사회, 문화예술계, 여성단체, 해외 등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특히 11월엔 중고생들과 문화예술 인사들이 고등학생의 대통령 풍자 만화인 '윤석열차'에 엄중 경고한 정부를 향해 항의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세밑에는 시국선언이 없었다.

 

2023년 새해 첫 시국선언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단체와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야당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시국선언(1월 12일)이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졸속으로 공개토론회를 진행하고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당시 965개 단체와 3123명의 시민들이 연명으로 참여했다.

 

* 2022년 5월 10일부터 2023년 5월 10일까지 네이버 포털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한 기사 2245건 전수조사 결과. 3월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시국선언은 증가추세다. 5월은 10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4월 수준에 육박한다. 2023.5.12. 그래픽 민들레

 

 

'강제동원 해법' 이후 하루 1건 이상 시국선언

 

본격적으로 '시국선언 정국'이 조성된 것도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이 계기가 됐다. 윤석열 출범 이후 발표된 총 105건의 시국선언 중 85.7%(90건)가 3월 6일 강제동원 해법 발표 뒤에 이뤄졌다. 강제동원 해법 발표일인 3월 6일부터 5월 10일까지 66일 동안 하루 평균 1.36건의 시국선언이 이뤄진 셈이다. 지난달 전수조사(하루 평균 1.1건)보다 발표 빈도가 늘었다.

 

강제동원 해법 발표 직후인 3월 7일,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의원,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정의기억연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는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긴급 시국선언에 개인 9020명, 단체 1464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단일 시국선언으로는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다. 이후 외교참사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봇물을 이뤘다.

 

특히 강제동원 해법 발표 뒤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그 상징성으로 인해 언론에서 주목을 받았다. 언론에 거론된 대학은 서울대·동국대·한신대·고려대·경상국립대·창원대·경남대·인제대·진주교대·동아대·한양대·전남대·충남대·인하대·경희대·부산대·경북대·중앙대·한성대·가톨릭대·전북대·아주대·성균관대·건국대·인제대·제주대·제주한라대·제주국제대·숙명여대·한국외대·선문대(발표순) 등이다.

 

언론에서 시국선언으로 분류하는 105건을 분야별로 나눠도 교수들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국선언을 분야별로 보면 시민사회가 36건(정당·노조·농민·시민단체 등 연대 시 시민사회로 분류)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학이 34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학에서 이뤄진 시국선언 중 교수·연구자 시국선언이 28건(이중 2건은 교육정책 관련)이었으며, 전체 시국선언 중에서 단일 직군으로는 가장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 외에 분야별 시국선언은 △퇴직교사 11건 △종교 10건 △여성 4건 △노동 3건 △정당 3건 △문화예술 2건 △예비교사 1건  △학생 1건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가운데 천주교·기독교·불교(발표순) 종교인들의 시국선언이 최근 언론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류 종교계가 동시에 시국선언을 낸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3월 20일 약 9년 만에 시국 미사를 부활했으며, 이후 매주 월요시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지난 5월 4일엔 기독교 목회자 1000명이 민생 파탄, 민주주의 후퇴, 전쟁위기, 굴욕외교 등에 대해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불교계에서는 5월 20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시국법회를 열 계획이다.

 

 

* 2022년 5월 10일부터 2023년 5월 10일까지 네이버 포털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한 기사 2245건 전수조사 결과를 지역별로 분류한 그래픽. 통계청 통계지리서비스를 통해 구현했다. 이 외에도 전국 단위로 8건의 시국선언이 이뤄졌고, 해외에서도 3건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2023.5.12. 김성진 기자

 

 

지역별로는 △서울 26건 △경기 6건 △인천 3건 등 수도권이 3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부울경 지역이 21건(부산 10건, 울산 4건, 경남 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충청 12건(대전 5건, 충남 4건, 세종 1건, 충북2건) △호남 12건(광주 3건, 전남 2건, 전북 7건) △대구경북 9건(대구 5건, 경북 4건) △강원 3건 △제주 2건이었다. 전국 단위로 8건의 시국선언이 있었으며, 해외에서도 3건이 있었다.

 

 

1년도 힘든데 2년은 못 견뎌…5월도 시국선언 봇물

 

5월 시국선언은 10여 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4월 시국선언에 육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하루 전인 5월 9일부터 출범 1주년 날인 5월 10일까지 이틀 동안 19건의 시국선언이 전국에서 쏟아졌다. 5월 1일부터 5월 10일까지 발표된 시국선언(27건) 가운데 70.4%가 정부 출범일을 겨냥해 이뤄진 것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달에는 윤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G7을 계기로 전망되는 한미·한일 양자회담 또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 후쿠시마 시찰단 파견,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 등 정치·외교 이벤트들이 남아 있어 시국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월에도 6·10 민주항쟁 기념일 등이 있어 시국선언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국내 포털 뉴스 점유율이 가장 높은 네이버에서 '시국선언'으로 검색되는 기사 2245건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시국선언 형식은 아니지만 언론에서 시국선언으로 언급한 대학 교수와 연구자의 비판 성명 발표는 시국선언에 포함시켰다.

 

다만 국가원로회의 시국성명 1건은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 내용이어서 제외했다. 또 윤석열 퇴진·타도·탄핵·규탄 등의 검색어도 조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비상시국회의 기구 출범, 비상시국회의 긴급 기자회견 등으로 언급된 기사들도 제외했다. 따라서 실제 시국선언 성격의 발표는 조사된 건수보다 많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