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도척의 도, 윤석열 정권의 도

道雨 2023. 8. 2. 11:28

도척의 도, 윤석열 정권의 도

 

 

 

중국 춘추시대 대도적 도척은 ‘도둑질에도 도가 있다’며, 도둑의 5가지 덕을 설파했다고 고전 ‘장자’는 전한다.

털려는 집에 훔칠 게 뭐가 있는지 잽싸게 알아채는 성(聖), 훔칠 때 앞장서 들어가는 용(勇), 나올 때 맨 뒤에 나오는 의(義), 도둑질 성공 여부를 종합 판단하는 지(智), 훔친 걸 공평하게 나누는 인(仁)이 그것이다.

 

장자는 도척의 이 말을 소개한 뒤 “도척도 성인의 도를 얻지 못하면, 도둑질을 할 수가 없다. 성인이 나온 뒤에 도둑이 나왔다”고 해설했다. 범죄 조직조차 제대로 굴러가려면 구성원 다수가 수긍하는 가치 체계가 작동해야 하는데, 이른바 ‘성인의 도’가 도둑질을 합리화하고 집단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역설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도척 무리는 9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융성했고, 토벌되지도 않았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도척 같은 놈은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백이·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 죽었다”고 개탄했을 정도다.

장자는 이런 아이러니가 결국 이성의 도구화로부터 초래됐다는 점을 짚고자, 도둑의 도와 성인의 도를 한데 묶어 조롱을 보냈을 터이다.

 

장자의 도저한 문명 비판을 논하는 건 능력 밖이다. 다만 어떤 집단이든 나름의 신념 체계를 갖춰야 운영·유지된다는 사회학적 관찰의 탁월성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인식에 비춰볼 때, 도둑떼 이외의 다양한 사회집단에서 도와 덕이 규정되고 발현되는 양상을 살펴보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윤석열 정권의 도와 덕에 대해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도둑도 도가 있는데, 한 나라를 이끄는 정권에 심원한 도가 없을 리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도척 자신이 도둑의 도를 말한 것과 달리, 현 정권은 정권의 도에 대해 직접 밝힌 적이 없다. 그렇더라도 객관적 관찰을 통해 현 정권이 추구하는 도가 뭔지 추정하기란 어렵지 않다. 결국 이 정권에서 권장하고 자주 반복되는 말과 행동이 뭔지를 찾아낸다면, 그게 곧 정권의 도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틀로 보면, 이 정권에서 제1의 덕인 성(聖)이라 할 건, 아무래도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원하는 게 뭔지 잽싸게 알아채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정권의 수많은 구성원이 대통령의 심기를 읽고 입안의 혀처럼 대변하는 언행이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통령 부인과 처가 땅이 있는 곳으로 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갑자기 바뀐 데 대한 의혹 제기를 놓고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가짜뉴스 프레임”이라고 화끈하게 공격한 게 대표적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대통령의 뜬금없고 무분별한 수능 개입 발언 파문에 대해 “대통령은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찬탄한 예도 있다.

정권 핵심부가 이런 사람 일색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 정권이 북돋우는 덕의 실체를 유추하기란 ‘1+1=귀요미’임을 아는 것만큼이나 쉽다.

 

비판세력 공격에 앞장서는 용(勇) 또한 추앙받는 덕목이다.

불법적 수사지휘에 해당할 법한 발언을 마다하지 않으며 야당과 전 정권 수사를 몰아붙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소통령’으로 불린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도 방송 장악을 밀어붙일 저돌성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일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 제기를 두고 횟집 수조 물까지 퍼마시며 괴담몰이에 열중하는 것도 결국 용자임을 과시해 공천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다만 그렇다고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을 보위하는 의(義)가 지켜질지는 아직 판단 불가다.

 

도척과 달리 권력의 전리품을 공평하게 나누는 인(仁)은 홀대 대상이다. 검찰·측근 중용과 이준석·안철수 쳐내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국정 성공 조건과 여부를 판단하는 지(智)도 마찬가지다.

이게 존중받는 가치라면, 30%대 국정지지율에 갇히는 일이 일어날 리 없다.

 

대신 권장되는 덕목이 국정 실책과 게으름에 눈감는 맹(盲)이요, 입 닫는 묵(默)이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다.”(이진복 정무수석)

대통령 장모 법정구속과 관상가 공관 방문에 아무런 사과·해명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런 공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맹목 하고 침묵한들, 국민 삶에 대한 거대한 무능과 무책임이 어찌 다 가려지겠는가.

 

 

 

손원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