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등병의 편지'를 작사.작곡한 가수 김현성.
노래는 어떤 생명력을 지녔을까.
한 과학자는 '지구상에 이미 잠입(?)하여 함께 사는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혹시 노래가 아닐까, (그 노래는) 새롭고 놀라운 불멸의 삶을 사는가 하면 가물가물해지고 잊히고 마는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오랜 생명력을 가진 노래 '이등병의 편지'가 세상에 태어난 지 올해 40주년을 맞는다. 자두꽃, 호박꽃 핀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올라탄 작곡가 겸 가수 김현성은 파주와 서울을 오가며 가지가지 노래 타래를 만들어왔다. 가슴팍 꼭 안아주는 사랑 노래에서부터 주먹을 부르르 쥐게 만들었던 거리의 노래까지, 그의 노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노래.
남녘의 대한민국 국군 훈련병뿐만 아니라 북녘의 인민군 훈련병도 이 노래를 부르며 입대하곤 했다는, 긴가민가 전설적인 이야기도 들려온다. 아득히 멀리 휘어진 길을 따라 훈련소로 가는 젊은이들을 배웅하던 이 노래는, 전쟁 없고 헤어짐이 없는 사랑과 평화의 세상을 바라는 '반전 노래'다.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부모님, 자매형제, 간절한 그리움이 담긴, 목젖이 한없이 떨리는 노래다.
그 '반전 노래'를 낳은 김현성과의 특별한 대담을 진행했다. 월드뮤직 스테디셀러 '여행자의 노래' 선곡자이자 대학 등에서 대중음악을 강의하는 필자(임의진)의 담양 작업실, 노래의 주인공 김현성 가수가 자주 다니는 서울의 후미진 골목의 선술집에서 나눈 이야기들이다. 조근조근 나눈 말을 포대기에 싸고 가마니에 담아 그러모은 이 줄거리는 한 생애가 음표를 딛고 살아간 이야기, 한 노래가 세월을 살며 남긴 소중한 기억이 되고도 남는다.
별을 헤듯 요새는 돈을 세는 세상이지만 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귀하고 낯선 일인지 모른다. 장대에 건 안테나를 돌려 화면을 조정하던 때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 다같이 머리를 빡빡 민 이등병 친구를 가진 인연이 되어보았을 것이다. 오늘 이 대담이 안간힘을 쓰며 사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허밍(humming)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오랜 생명력을 가진 노래 '이등병의 편지'가 세상에 태어난 지 올해 40주년을 맞는다. 자두꽃, 호박꽃 핀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올라탄 작곡가 겸 가수 김현성은 파주와 서울을 오가며 가지가지 노래 타래를 만들어왔다. 가슴팍 꼭 안아주는 사랑 노래에서부터 주먹을 부르르 쥐게 만들었던 거리의 노래까지, 그의 노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노래.
남녘의 대한민국 국군 훈련병뿐만 아니라 북녘의 인민군 훈련병도 이 노래를 부르며 입대하곤 했다는, 긴가민가 전설적인 이야기도 들려온다. 아득히 멀리 휘어진 길을 따라 훈련소로 가는 젊은이들을 배웅하던 이 노래는, 전쟁 없고 헤어짐이 없는 사랑과 평화의 세상을 바라는 '반전 노래'다.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부모님, 자매형제, 간절한 그리움이 담긴, 목젖이 한없이 떨리는 노래다.
그 '반전 노래'를 낳은 김현성과의 특별한 대담을 진행했다. 월드뮤직 스테디셀러 '여행자의 노래' 선곡자이자 대학 등에서 대중음악을 강의하는 필자(임의진)의 담양 작업실, 노래의 주인공 김현성 가수가 자주 다니는 서울의 후미진 골목의 선술집에서 나눈 이야기들이다. 조근조근 나눈 말을 포대기에 싸고 가마니에 담아 그러모은 이 줄거리는 한 생애가 음표를 딛고 살아간 이야기, 한 노래가 세월을 살며 남긴 소중한 기억이 되고도 남는다.
별을 헤듯 요새는 돈을 세는 세상이지만 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귀하고 낯선 일인지 모른다. 장대에 건 안테나를 돌려 화면을 조정하던 때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 다같이 머리를 빡빡 민 이등병 친구를 가진 인연이 되어보았을 것이다. 오늘 이 대담이 안간힘을 쓰며 사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허밍(humming)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 시간 다가올 때 두 손 잡던 뜨거움
기적 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 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밥 딜런과 '이등병의 편지'
▲ 새해 첫 현역병 입영행사가 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렸다. 이날 입소하는 입영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2019.1.7
- 그간 무탈 태평하게 잘 지내셨나요?
"덥고, 나라도 엉망이고, 잘 지낼 턱이 있나. 잘 지내는 게 미안한 세상이지."
- 형을 처음 뵌 게 엄청 오래되었더라고요. 기억은 하시나요?
"알지. 자네가 강진에서 목사인가 그런 놀이할 때 만났으니까. 8.15 해방절 행사든가 뭔가 했잖아. 강진이 엄청 멀더라고.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갔던 기억이 나."
- 8.15 해방절마다 '직녀에게'(문병란 시, 박문옥 곡)라는 노래 제목으로 창립기념 행사를 했는데, 분단 대결 해소와 국가보안법 철폐, 반전운동 뭐 그런 일환이었어요. 전교조와 기독교농민회, 카톨릭농민회 식구들이 모여서 돼지 잡고 그랬죠. 예배당 안에 중고 싸구려 스피커를 한짝 갖다놓고 콘서트를 열었어요.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 하면서들 형 노래 따라 부른 기억이 생생합니다.
"반전 평화, 반전 해방, 이런 말을 '이등병 편지' 노래 앞에 두는 게 재미있어."
- 제가 밥 딜런 선생이 노벨문학상 받은 날 <경향신문>에 관련된 칼럼을 청탁받아 썼거든요. 그 때 밥 딜런의 노래가 갖는 체제 저항과 전쟁 반대, 인류평화 문제에 대해 쓴 글이 있어요. 연결하자면 국내에 그런 내용을 담아낸 보편적 대중성을 띤 노래는 무얼까 생각해봤어요. '이등병의 편지'가 단연 돋보이더라고요.
"군수산업 업자들이나 고위 장교들은 모르겠지만 졸병들은 훈련도 싫은데 전쟁이 뭐 좋겠어? 뭐 전쟁하면 게임처럼 죽이기만 하는 거냐고. 되레 죽기도 하는 거지."
- 그러니까요. 노래 가사가 절절한 게 '집 떠나와 열차 타고'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떠나기 싫다는 투거든요. 군대 가기 싫다, 전쟁 연습에 내몰리기 싫다, 아니 가서도 힘들테니까 편지 한 장이라도 보내 달라 뭐 그런 거잖아요.
"김민기 형이 총감독으로 만든 <겨레의 노래1> 설명지에 보면 그 얘기가 적혀 있어. 김민기 형이 글로 담아낸 내용이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독한 흠집, 그 언저리로 내몰려가는 남과 북의 젊은이들, 인생에 있어서 가장 꽃다운 시절에 전쟁에 동원되어 희생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속아 살아온 수천 년의 인류 문명, 새 세상에서는 그와 같은 낡은 문명은 설 자리가 없다고 외쳐대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큰짐 지고 높은 산을 또 다시 오르는 병사들의 쉰 목소리로...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겨레의 노래1>)"
"덥고, 나라도 엉망이고, 잘 지낼 턱이 있나. 잘 지내는 게 미안한 세상이지."
- 형을 처음 뵌 게 엄청 오래되었더라고요. 기억은 하시나요?
"알지. 자네가 강진에서 목사인가 그런 놀이할 때 만났으니까. 8.15 해방절 행사든가 뭔가 했잖아. 강진이 엄청 멀더라고.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갔던 기억이 나."
- 8.15 해방절마다 '직녀에게'(문병란 시, 박문옥 곡)라는 노래 제목으로 창립기념 행사를 했는데, 분단 대결 해소와 국가보안법 철폐, 반전운동 뭐 그런 일환이었어요. 전교조와 기독교농민회, 카톨릭농민회 식구들이 모여서 돼지 잡고 그랬죠. 예배당 안에 중고 싸구려 스피커를 한짝 갖다놓고 콘서트를 열었어요.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 하면서들 형 노래 따라 부른 기억이 생생합니다.
"반전 평화, 반전 해방, 이런 말을 '이등병 편지' 노래 앞에 두는 게 재미있어."
- 제가 밥 딜런 선생이 노벨문학상 받은 날 <경향신문>에 관련된 칼럼을 청탁받아 썼거든요. 그 때 밥 딜런의 노래가 갖는 체제 저항과 전쟁 반대, 인류평화 문제에 대해 쓴 글이 있어요. 연결하자면 국내에 그런 내용을 담아낸 보편적 대중성을 띤 노래는 무얼까 생각해봤어요. '이등병의 편지'가 단연 돋보이더라고요.
"군수산업 업자들이나 고위 장교들은 모르겠지만 졸병들은 훈련도 싫은데 전쟁이 뭐 좋겠어? 뭐 전쟁하면 게임처럼 죽이기만 하는 거냐고. 되레 죽기도 하는 거지."
- 그러니까요. 노래 가사가 절절한 게 '집 떠나와 열차 타고'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떠나기 싫다는 투거든요. 군대 가기 싫다, 전쟁 연습에 내몰리기 싫다, 아니 가서도 힘들테니까 편지 한 장이라도 보내 달라 뭐 그런 거잖아요.
"김민기 형이 총감독으로 만든 <겨레의 노래1> 설명지에 보면 그 얘기가 적혀 있어. 김민기 형이 글로 담아낸 내용이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독한 흠집, 그 언저리로 내몰려가는 남과 북의 젊은이들, 인생에 있어서 가장 꽃다운 시절에 전쟁에 동원되어 희생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속아 살아온 수천 년의 인류 문명, 새 세상에서는 그와 같은 낡은 문명은 설 자리가 없다고 외쳐대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큰짐 지고 높은 산을 또 다시 오르는 병사들의 쉰 목소리로...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겨레의 노래1>)"
'금지곡'이 되다
▲ 1990년 가수 김민기가 총감독한 <겨레의 노래> 1집 음반이 나왔다. 이 앨범에서 '전인권과 가야' 밴드는 가수 김현성의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다.
- 그 음반엔 '전인권과 가야' 밴드가 부른 '이등병의 편지'가 들어 있지요. 예전에 노영심씨랑 가끔 만나기도 했는데 <겨레의 노래> 만들던 때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어요. 나중에 전인권의 '이등병 노래' 얘긴 하기로 하고요. 노래를 처음 작사·작곡한 얘기부터 들어보고 싶네요.
"'이등병 편지'는 1983년에 만든 거야. 20대 접어들면서 기타 퉁당거리며 노래를 한번 만들어보자 하던 시절이야."
- 이 노래의 구상은 언제, 어떻게 하신 건가요?
"한참 친구들이 군대에 가고 돌아오고 그랬어. 나는 느림보여서 군대도 늦게 갔어. 친구들 다 군대에 입영시키는 일을 했다니깐. 한번은 서울역으로 한 친구 배웅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버스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 이런 내용으로 노랠 만들어볼까 흥얼거렸어.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서 끄적거렸지. 콩나물 악보를 쓰는 그런 재주가 있었거든. 자네도 봤지만 내 악보가 그래도 깨끗하고 예쁘잖아. 막 복잡하고 헝클어진 그런 멜로디도 아니고 해서 간단하게 적었지."
- 그럼, 그걸 노래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서울예전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앞에서도 부르곤 했지. 처음 노래를 한 것은 대학교 때부터였어. 서울예전 선배들이 노래 좋다고 그랬어. 스물두세 살 때 만든 노래니 '고 녀석 신통하네' 그런 정도였지 뭐. 그러다가 1984년 12월 15일 이 노래를 녹음했어. 동부이촌동 서울스튜디오, 당시 아세아 레코드사야. <땀 흘리며 부른 노래/ 7인 옴니버스>란 음반을 준비했는데, 나도 한 곡 넣은 거지. 녹음해놓고 곧바로 군대에 갔어. 내가 왜 녹음 날을 기억하냐면 며칠 뒤에 군대 들어갔거든. 군부대로 음반이 날아왔어. 연천의 포병여단에서 구르고 있었는데, 일등병 달고 있을 때야. '야 자식아 너 가수야? 너 이 자식 우리를 속여?' 얼차려를 받고 음반을 뺏겼어. 근데 군대방송에서 자주 틀어주는 거야. 음반이 오고 서너 달 동안 줄기차게 이 노래를 틀어줬는데 얘들이 슬퍼한다고 부대장이 금지곡으로 선포했어. 이등병이 들으면 운다고 그러는 거야."
- 허허 거 참. 그러고도 완전 금지곡이 된 때도 있지 않았나요? 라디오방송에 아주 사라지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1990년대 <겨레의 노래> 음반에 수록된 뒤에 음반에 실린 노래 모두가 금지곡이 되었지. 내가 직접 KBS 심의실에 물어도 봤어. 그랬더니 내용이 반 국가 정서에 슬프고 염세적이다 어쩐다 그래서 방송 금지곡이 되었다는 거야."
"'이등병 편지'는 1983년에 만든 거야. 20대 접어들면서 기타 퉁당거리며 노래를 한번 만들어보자 하던 시절이야."
- 이 노래의 구상은 언제, 어떻게 하신 건가요?
"한참 친구들이 군대에 가고 돌아오고 그랬어. 나는 느림보여서 군대도 늦게 갔어. 친구들 다 군대에 입영시키는 일을 했다니깐. 한번은 서울역으로 한 친구 배웅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버스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 이런 내용으로 노랠 만들어볼까 흥얼거렸어.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서 끄적거렸지. 콩나물 악보를 쓰는 그런 재주가 있었거든. 자네도 봤지만 내 악보가 그래도 깨끗하고 예쁘잖아. 막 복잡하고 헝클어진 그런 멜로디도 아니고 해서 간단하게 적었지."
- 그럼, 그걸 노래한 건 언제부터였나요?
"서울예전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앞에서도 부르곤 했지. 처음 노래를 한 것은 대학교 때부터였어. 서울예전 선배들이 노래 좋다고 그랬어. 스물두세 살 때 만든 노래니 '고 녀석 신통하네' 그런 정도였지 뭐. 그러다가 1984년 12월 15일 이 노래를 녹음했어. 동부이촌동 서울스튜디오, 당시 아세아 레코드사야. <땀 흘리며 부른 노래/ 7인 옴니버스>란 음반을 준비했는데, 나도 한 곡 넣은 거지. 녹음해놓고 곧바로 군대에 갔어. 내가 왜 녹음 날을 기억하냐면 며칠 뒤에 군대 들어갔거든. 군부대로 음반이 날아왔어. 연천의 포병여단에서 구르고 있었는데, 일등병 달고 있을 때야. '야 자식아 너 가수야? 너 이 자식 우리를 속여?' 얼차려를 받고 음반을 뺏겼어. 근데 군대방송에서 자주 틀어주는 거야. 음반이 오고 서너 달 동안 줄기차게 이 노래를 틀어줬는데 얘들이 슬퍼한다고 부대장이 금지곡으로 선포했어. 이등병이 들으면 운다고 그러는 거야."
- 허허 거 참. 그러고도 완전 금지곡이 된 때도 있지 않았나요? 라디오방송에 아주 사라지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1990년대 <겨레의 노래> 음반에 수록된 뒤에 음반에 실린 노래 모두가 금지곡이 되었지. 내가 직접 KBS 심의실에 물어도 봤어. 그랬더니 내용이 반 국가 정서에 슬프고 염세적이다 어쩐다 그래서 방송 금지곡이 되었다는 거야."
전인권 버전과 김광석 버전
▲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1집. 여기에 '김광석 버전'의 '이등병의 편지'가 실려 있다.
- 이제 그 얘길 다시 해야겠네요. 대중에게 직접 알려지게 된 것은 전인권 아저씨가 부른 '이등병의 편지'일 텐데요.
"이게 전인권의 포크록 버전이 김광석의 어쿠스틱 버전으로 가면서 노래가 제 아우라와 틀을 잡아나가는 과정이랄까. <겨레의 노래> 음반 수록곡은 김민기 형이 정했지. 전인권 형은 언제 한번 그러시더구만. 자기 식으로다가 다시 녹음해보고 싶다고 말이야."
- 참, 형도 전인권 밴드 일원으로 함께한 일도 계시잖아요.
"그랬지. 1년 이상 전인권 밴드에 들어가서 리드 기타와 코러스를 했어. 배울 점이 많은 시기였지. 두 명 자리 비었다고 와라 해서 한두 달 하려다가 1년을 했다니까. 내 음악 해야지 하고 나왔어. 가보니 김도균이 기타 치고 한상원도 기타를 치고 그런 구성이었어. '사랑의 편지'라고 신나라레코드에서 제작비를 내고 인권이 형이 준비를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발매를 안 했어. 김민기 형의 노래 '친구'도 부른 기억이 나구만. 코러스를 했으니까 기억을 하지. 아마 녹음 기록물이 어딘가 남아있을 거야."
- <겨레의 노래> 음반 이후로 이 노래는 공연 목적이었는데, 공연을 못하게 되었잖아요. 그 부분을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가 대체를 하게 되고... 그래서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음반에 첫 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었고요.
"애석하게도 '겨레의 노래' 전국 공연이 중단되고, 그 수록곡들 모두가 김민기라는 이름에 불온성 운운하면서 의기를 또 한번 꺾어 버렸지. 그런데 학전 등에서 공연을 하게 된 김광석이 그 빈 자리를 메우게 된 것이지. 어느 날 전화가 왔는데 곡을 쓰겠대. 녹음해라 그랬지."
- 곡비는 많이 받으셨나요.
"돈이 어딨어, 우리들이. 그냥 한 거지."
- 김광석은 그 전에도 많이 보고 인연이 오래된 사이였댔죠?
"그랬지. 내 후배의 친구가 후라이보이 곽규석의 아들이었어. 곽재혁이라고 지금은 미국에서 목사로 산다더구만. 둘이 명지대 학생이었거든. 대학가요제 나가려고 뭉친 거야. 그런데 어느 날 같은 명지대생 김광석을 내게 데리고 왔어. 서울예전 동네에서 만나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그랬지. 서로 노래를 좀 한다 정도만 알았던 시절이야. 보통 노래를 부르면 한돌 형이나 민기 형, 밥 딜런 노래를 불러댔지."
"이게 전인권의 포크록 버전이 김광석의 어쿠스틱 버전으로 가면서 노래가 제 아우라와 틀을 잡아나가는 과정이랄까. <겨레의 노래> 음반 수록곡은 김민기 형이 정했지. 전인권 형은 언제 한번 그러시더구만. 자기 식으로다가 다시 녹음해보고 싶다고 말이야."
- 참, 형도 전인권 밴드 일원으로 함께한 일도 계시잖아요.
"그랬지. 1년 이상 전인권 밴드에 들어가서 리드 기타와 코러스를 했어. 배울 점이 많은 시기였지. 두 명 자리 비었다고 와라 해서 한두 달 하려다가 1년을 했다니까. 내 음악 해야지 하고 나왔어. 가보니 김도균이 기타 치고 한상원도 기타를 치고 그런 구성이었어. '사랑의 편지'라고 신나라레코드에서 제작비를 내고 인권이 형이 준비를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발매를 안 했어. 김민기 형의 노래 '친구'도 부른 기억이 나구만. 코러스를 했으니까 기억을 하지. 아마 녹음 기록물이 어딘가 남아있을 거야."
- <겨레의 노래> 음반 이후로 이 노래는 공연 목적이었는데, 공연을 못하게 되었잖아요. 그 부분을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가 대체를 하게 되고... 그래서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음반에 첫 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었고요.
"애석하게도 '겨레의 노래' 전국 공연이 중단되고, 그 수록곡들 모두가 김민기라는 이름에 불온성 운운하면서 의기를 또 한번 꺾어 버렸지. 그런데 학전 등에서 공연을 하게 된 김광석이 그 빈 자리를 메우게 된 것이지. 어느 날 전화가 왔는데 곡을 쓰겠대. 녹음해라 그랬지."
- 곡비는 많이 받으셨나요.
"돈이 어딨어, 우리들이. 그냥 한 거지."
- 김광석은 그 전에도 많이 보고 인연이 오래된 사이였댔죠?
"그랬지. 내 후배의 친구가 후라이보이 곽규석의 아들이었어. 곽재혁이라고 지금은 미국에서 목사로 산다더구만. 둘이 명지대 학생이었거든. 대학가요제 나가려고 뭉친 거야. 그런데 어느 날 같은 명지대생 김광석을 내게 데리고 왔어. 서울예전 동네에서 만나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그랬지. 서로 노래를 좀 한다 정도만 알았던 시절이야. 보통 노래를 부르면 한돌 형이나 민기 형, 밥 딜런 노래를 불러댔지."
노래 동인 '종이연'과 윤도현
▲ YB, 변화와 진화의 밴드 록그룹 YB((윤도현, 박태희, 김진원, 허준, 스캇 할로웰)가 11일 오후 서울 성산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정규 10집 < Twilight State > 발매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딴짓거리(feat. Soul of Superorganism)', '생일', '나는 상수역이 좋다'를 선보이고 있다. '딴짓거리(feat. Soul of Superorganism)', '생일', '나는 상수역이 좋다' 등 총 3곡을 타이틀곡으로 삼은 정규 10집은 YB의 '진화하고 싶은 마음'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참새를 태운 잠수함'이라는 노래모임과 '소리패'라는 노래모임도 들어봤는데, 그 계보에 형과 김광석이 들어있던데 그 시절이 겹치는 건가요?
"원래 광석이 얘기를 잘 아는 분이 구자형이라고 있는데 그 형이 잘 알지. '참새를 태운 잠수함 모임'을 그분이 만들었고 광석이 불러다 노래도 시키고 그랬어. 굳이 운동권 노래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지. '청량리 블루스'라는 노래를 만들었던 명혜원씨, 그리고 최성호씨라고 있는데 그 형이 인순이의 <비닐장판에 딱정벌레>라는 음반을 감독했지. 여기에다 장필순과 햇빛촌 그리고 송솔이라고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별세했는데, '푸른 옷'이라는 좋은 노래를 남겼지. 가끔 김광석이 게스트로 와서 노래를 하곤 했어."
- '이등병의 편지'는 윤도현씨도 가끔 부르던데, 같은 고향 후배이고 여러 인연이 있으시잖아요.
"도현이도 그 노랠 가끔 불렀지. 사실 윤도현은 4년을 같이 파주군 일대 고양시의 연고를 두고 만든 노래 동인 '종이연' 멤버였어. 그러다가 음반을 낸다면서 내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골랐는데, 가을만 되면 라디오가 불나. 그 음반을 만든 사람들, 배훈이라고 있어. 지금은 뉴질랜드에 살아. 그리고 '광야에서'를 지은 문대현, 그 친구의 형이 문승현인데 도현이 첫 음반을 프로듀싱한 사람들이야. 나는 작곡 정도로만 참여하고. 원체 탄탄한 친구이니 성공할 줄 알았지. 도현이가 방위병으로 근무할 때 녹음했던 것으로 알아. 딥 퍼플 가발 같은 거 있잖아. 풍성해가지고 그 가발을 뒤집어쓰고 검문소가 있었을 건데 서울 들어 오려면 말이야. 그렇게 다니면서 녹음한 거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뭐 그런 얘기지. 녹음에는 없으나 공연 때는 가끔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곤 한다더라고."
- 형의 독집 음반은 언제 나오게 된 건가요?
"나도 독집 음반을 내긴 했는데, 1991년 첫 음반 <어린 날로부터 온 편지>에 '이등병의 편지'를 넣었어. 이제 와선 발매한 음반이 너무 많아서 무엇이 내 음반인가 하는 규정을 갖는 게 의미없는 거 같아. 군대 다녀와서 1988년인가 한돌 형이 내준 첫 음반이 있는데 포니 캐넌(일본 삼화레코드)이라는 회사에서 냈어. 한돌 형이 프로듀서이자 제작자였고. 그 때 나한테 그러더군. '너는 평생 이등병이다~'. 그게 썩 기분 좋게 들리지 않았어. 이등병이라는 말이 꼴찌나 하찮음 정도로 들렸거든. 근데 그게 아니라 '네 대표곡이 될 거야' 하는 어떤 예언이었던 거지. 당시 나는 한돌 형에게 이끌려 기획실에 들어갔어. '타래' 기획사라고 있었어. 당시 '종이연' 멤버 윤도현을 데리고 들어가고 싶었어. 아니 노래 동인 '종이연' 모두 데려가고 싶었으나 회사 사정이 어렵고 다들 나름 바쁘기도 해서 나만 혼자 참여하고 말았지."
"원래 광석이 얘기를 잘 아는 분이 구자형이라고 있는데 그 형이 잘 알지. '참새를 태운 잠수함 모임'을 그분이 만들었고 광석이 불러다 노래도 시키고 그랬어. 굳이 운동권 노래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지. '청량리 블루스'라는 노래를 만들었던 명혜원씨, 그리고 최성호씨라고 있는데 그 형이 인순이의 <비닐장판에 딱정벌레>라는 음반을 감독했지. 여기에다 장필순과 햇빛촌 그리고 송솔이라고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별세했는데, '푸른 옷'이라는 좋은 노래를 남겼지. 가끔 김광석이 게스트로 와서 노래를 하곤 했어."
- '이등병의 편지'는 윤도현씨도 가끔 부르던데, 같은 고향 후배이고 여러 인연이 있으시잖아요.
"도현이도 그 노랠 가끔 불렀지. 사실 윤도현은 4년을 같이 파주군 일대 고양시의 연고를 두고 만든 노래 동인 '종이연' 멤버였어. 그러다가 음반을 낸다면서 내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골랐는데, 가을만 되면 라디오가 불나. 그 음반을 만든 사람들, 배훈이라고 있어. 지금은 뉴질랜드에 살아. 그리고 '광야에서'를 지은 문대현, 그 친구의 형이 문승현인데 도현이 첫 음반을 프로듀싱한 사람들이야. 나는 작곡 정도로만 참여하고. 원체 탄탄한 친구이니 성공할 줄 알았지. 도현이가 방위병으로 근무할 때 녹음했던 것으로 알아. 딥 퍼플 가발 같은 거 있잖아. 풍성해가지고 그 가발을 뒤집어쓰고 검문소가 있었을 건데 서울 들어 오려면 말이야. 그렇게 다니면서 녹음한 거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뭐 그런 얘기지. 녹음에는 없으나 공연 때는 가끔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곤 한다더라고."
- 형의 독집 음반은 언제 나오게 된 건가요?
"나도 독집 음반을 내긴 했는데, 1991년 첫 음반 <어린 날로부터 온 편지>에 '이등병의 편지'를 넣었어. 이제 와선 발매한 음반이 너무 많아서 무엇이 내 음반인가 하는 규정을 갖는 게 의미없는 거 같아. 군대 다녀와서 1988년인가 한돌 형이 내준 첫 음반이 있는데 포니 캐넌(일본 삼화레코드)이라는 회사에서 냈어. 한돌 형이 프로듀서이자 제작자였고. 그 때 나한테 그러더군. '너는 평생 이등병이다~'. 그게 썩 기분 좋게 들리지 않았어. 이등병이라는 말이 꼴찌나 하찮음 정도로 들렸거든. 근데 그게 아니라 '네 대표곡이 될 거야' 하는 어떤 예언이었던 거지. 당시 나는 한돌 형에게 이끌려 기획실에 들어갔어. '타래' 기획사라고 있었어. 당시 '종이연' 멤버 윤도현을 데리고 들어가고 싶었어. 아니 노래 동인 '종이연' 모두 데려가고 싶었으나 회사 사정이 어렵고 다들 나름 바쁘기도 해서 나만 혼자 참여하고 말았지."
'나팔꽃'의 25년
▲ 가수 김원중의 음반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 이 앨범을 만든 김현성, 백창우, 김원중 등은 나중에 '나팔꽃'이라는 시노래운동 동인을 만들었다.
- 이쯤에서 젤 유명한 노래 동인 '나팔꽃' 이야기를 해볼까요? '나팔꽃' 만들고 그 중심에 서 계셨는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그러니까 1999년 3월이었어. 김원중 형이 음반 발매를 위해 광주를 떠나 서울 녹음실로 다니면서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라는 음반을 냈어. 백창우 형, 나 김현성 둘이 감독을 맡아 만든 음반이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인들과 어울리는 노래운동을 고민하게 된 것이지. 촉발은 김원중 형이 한 거고, 이를 받은 건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시인이었지. 용택이 형이 가장 원로이시니 좌장을 맡으셨지. 가수 쪽은 백창우, 김원중, 나 그리고 홍순관, 류형선, 이지상, 이수진, 안치환 등이 점차 보태져서 공연에 참여했어. 홍순관 등은 좀 나중에 들어온 케이스지. 결과물로 공연 말고도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제비꽃 편지> 등 북 CD도 냈지. '나팔꽃' 동인이 만들어진 지가 내년에 25주년을 맞는다더구만. 오래도 되었고만."
- 시인들과 함께 만든 노래엔 너무 시어 과잉이라 마치 추상화를 보는 느낌 같아요.
"그런 면이 있지. 일상의 언어가 결여되고, 백창우 형이나 내가 지향하는 그런 날것의 일상 언어들, 작곡가, 작사가, 가수들의 독창성이 또 있거든. 그게 주춤할 수도 있어."
- 언어의 유희, 허영이라고까지 몰아붙일 수 있지만, 나팔꽃 시인들은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정치적으로 너무 보수정당 민주당 친위 시인이라는 것 빼고는요.
"뭐 그러든 말든 시절을 같이 보낸 정도지. 이후엔 유야무야 깨졌고, 경제적인 부담도 생기고 그랬어. 공연 같은 거 해서 누가 돈을 벌어. 그런데 멤버가 유명하다 보니 마치 돈줄이 있어 보이거든. 그게 아닌데 말이야."
- 형이 제 시들로 작곡해서 펴낸 음반도 있고(<심야버스>), 이생진 시인의 섬에 관한 시들이나 법정 스님의 글로도 음반을 내셨죠. 그런 작업은 어떤 기획으로 하신 건가요?
"일단 독창성과 대중성을 생각하지. '전태일 노래극'에 넣은 자네 시로 만든 노래 '여리디 여린'도 참 좋았어. 화장하지 않은 민얼굴의 솔직한 어법들이 사실 노랫말로 좋아. 그게 낚시할 때 손맛 같은 거야. 시인들에게도 생활시라고 할까, 발과 손으로 쓴 시를 부탁하곤 해. 머리로만 쓴 시는 노래로 피어나기 어려워. 또 금세 개폼 똥폼이 탄로가 나. 대중가요의 사랑 타령과는 다른 세계가 이 바닥에 엄연히 있어. 이른바 포크는 포크다움을 지켜야 하고, 그 중심은 노랫말이야."
-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영화에도 '이등병의 편지'가 삽입되어 큰 인기를 끌었죠. 다 관객 천만이 든 영화들이잖아요. 그도 놀랍고 신기해요.
"그랬지. 내 노래가 들어가면 무조건 천만이란 걸 영화감독들이 알아줬음 좋겠어~흐흐. 박찬욱 감독의 <JSA 공동경비구역>에 먼저 삽입되었지. 최근에는 <신과 함께>. <신과 함께>는 만화가 원본이잖아. 이 노래가 만화에 들어가 있거든. 뺄 수 없게 꼭 집어넣어야 하는 노래였나 봐."
"그러니까 1999년 3월이었어. 김원중 형이 음반 발매를 위해 광주를 떠나 서울 녹음실로 다니면서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라는 음반을 냈어. 백창우 형, 나 김현성 둘이 감독을 맡아 만든 음반이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인들과 어울리는 노래운동을 고민하게 된 것이지. 촉발은 김원중 형이 한 거고, 이를 받은 건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시인이었지. 용택이 형이 가장 원로이시니 좌장을 맡으셨지. 가수 쪽은 백창우, 김원중, 나 그리고 홍순관, 류형선, 이지상, 이수진, 안치환 등이 점차 보태져서 공연에 참여했어. 홍순관 등은 좀 나중에 들어온 케이스지. 결과물로 공연 말고도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제비꽃 편지> 등 북 CD도 냈지. '나팔꽃' 동인이 만들어진 지가 내년에 25주년을 맞는다더구만. 오래도 되었고만."
- 시인들과 함께 만든 노래엔 너무 시어 과잉이라 마치 추상화를 보는 느낌 같아요.
"그런 면이 있지. 일상의 언어가 결여되고, 백창우 형이나 내가 지향하는 그런 날것의 일상 언어들, 작곡가, 작사가, 가수들의 독창성이 또 있거든. 그게 주춤할 수도 있어."
- 언어의 유희, 허영이라고까지 몰아붙일 수 있지만, 나팔꽃 시인들은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정치적으로 너무 보수정당 민주당 친위 시인이라는 것 빼고는요.
"뭐 그러든 말든 시절을 같이 보낸 정도지. 이후엔 유야무야 깨졌고, 경제적인 부담도 생기고 그랬어. 공연 같은 거 해서 누가 돈을 벌어. 그런데 멤버가 유명하다 보니 마치 돈줄이 있어 보이거든. 그게 아닌데 말이야."
- 형이 제 시들로 작곡해서 펴낸 음반도 있고(<심야버스>), 이생진 시인의 섬에 관한 시들이나 법정 스님의 글로도 음반을 내셨죠. 그런 작업은 어떤 기획으로 하신 건가요?
"일단 독창성과 대중성을 생각하지. '전태일 노래극'에 넣은 자네 시로 만든 노래 '여리디 여린'도 참 좋았어. 화장하지 않은 민얼굴의 솔직한 어법들이 사실 노랫말로 좋아. 그게 낚시할 때 손맛 같은 거야. 시인들에게도 생활시라고 할까, 발과 손으로 쓴 시를 부탁하곤 해. 머리로만 쓴 시는 노래로 피어나기 어려워. 또 금세 개폼 똥폼이 탄로가 나. 대중가요의 사랑 타령과는 다른 세계가 이 바닥에 엄연히 있어. 이른바 포크는 포크다움을 지켜야 하고, 그 중심은 노랫말이야."
-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영화에도 '이등병의 편지'가 삽입되어 큰 인기를 끌었죠. 다 관객 천만이 든 영화들이잖아요. 그도 놀랍고 신기해요.
"그랬지. 내 노래가 들어가면 무조건 천만이란 걸 영화감독들이 알아줬음 좋겠어~흐흐. 박찬욱 감독의 <JSA 공동경비구역>에 먼저 삽입되었지. 최근에는 <신과 함께>. <신과 함께>는 만화가 원본이잖아. 이 노래가 만화에 들어가 있거든. 뺄 수 없게 꼭 집어넣어야 하는 노래였나 봐."
▲ '이등병의 편지'이 세상에 나온 지 40주년.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가수 김현성과 시인이자 월드뮤직 전문가인 임의진(사진 오른쪽)이 만나 '이등병의 편지'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었다.
덧붙이는 글 | 김현성은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의 작사·작곡가이자 가수이다. 김광석, 윤도현 등과 교류하며 한국대중음악사에 빛나는 노래들을 발표했고, 올해 ‘이등병의 편지’ 작사·작곡 40주년을 맞았다. 파주시 광탄면 ‘이등병 마을 편지길’의 주춧돌을 놓았다.
임의진은 시인, 월드뮤직 전문가로 아울로스 미디어 월드뮤직 기획을 맡고 있다. 선곡집 <여행자의 노래 1-10>, 임의진 시, 김현성 작곡의 시노래음반 <심야버스>등을 발매했다. EBS '세계테마기행' 멕시코를 비롯 중남미편에 종종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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