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힘당과 언론이 합작한 치밀한 '여론주도' 공작

道雨 2023. 11. 6. 10:04

국힘당과 언론이 합작한 치밀한 '여론주도' 공작

 

 

 

황당 공약을 '의제'로 설정

지지율 추락하던 국힘당, 여론 주도권 회복

인요한 발언도 언론이 생중계해 이슈로 부각

"다음은 공매도" 국힘당 여론주도 공작 포착돼

민주당 제기 이슈들, 의제설정 실패하거나 묻혀

진보언론, 보수 압도할 '진보 의제' 설정 무기력

 

 

 

경향신문 11월3일 기사 빅카인즈 화면 갈무리

 

 

 

'아젠다 세팅(의제설정, Agenda-setting)'이란 어떤 사안을 대중에게 중요한 이슈, 즉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언론이 ‘비중 있고 반복적으로’ 보도해 중요한 이슈가 되면 그것은 사회적 의제로 설정된다. 

이렇게 설정된 의제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새로운 여론을 만들어내거나 다른 이슈를 덮어버려 여론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언론학자 리프만은 언론의 아젠다세팅 기능을 두고 “탐조등과 같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언론이 설정한 의제는 ‘김포 서울 편입’ 혹은 ‘서울 메가시티’였다. 국민의힘이 느닷없이 경기도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주요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포 이외에도 다른 여러 위성도시들까지 서울로 묶는 ‘메가시티’ 구상도 제시됐다.

경향, 한겨레뿐 아니라 동아, 중앙, 한국 등 주요 언론들 대부분이 ‘총선용 졸속 행정구역 개편’이라고 반대했지만, 조선, 서울, 한경 등은 ‘해볼 만한 시도’로 추켜세웠다.

 

이 이슈는 여러 언론이 지적했듯이 국힘당이 총선을 앞두고 불쑥 내놓은 졸속의 포퓰리즘 공약일 뿐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도 ‘김포 서울 편입 국힘의 황당한 속임수…진실은 이렇다’ 기사에서, 이 공약이 거짓말과 눈속임에 근거한 주장임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힘당의 황당한 ‘서울 메가시티’ 공약은 일주일이 넘도록 언론의 의제로 자리잡았다. 주요 언론들은 계속해서 관련 기사를 비중 있고, 반복적으로 보도했다. ‘메가시티’로 여론 주도권을 잡은 국힘당은 비판에 아랑곳 않고 ‘메가시티 TF’를 구성하더니, ‘부산도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며 판을 키웠다. 

 

 

동아일보 11월3일 3면 톱기사 갈무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까지 나서 ‘총선용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국힘당 뒤통수 때리기에 그쳤다. 여전히 언론의 최대 이슈는 ‘메가시티’였고, 국힘당의 ‘메가시티’는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여론 주도권을 뺏겼다. 그 전에 힘을 쏟았던 다른 비판 이슈들도 묻혔다. ‘메가시티’가 나오기 직전 잠시,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분위기를 전파했으나 ‘메가시티’ 발표 이후 끝났다. 10월 한달 계속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여러 이슈들도 더 이상 언론의 관심이 아니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언론장악·언론탄압,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은 늘 옳다'는 허언,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지표들, 김건희 씨 일가 비리, 해병대 사병 죽음의 책임 등 민주당이 꺼냈고 국힘당과 정부에는 불리한 이슈들은 사회적 의제에서 사라져버렸다.

 

‘메가시티’뿐만 아니라 언론의 주요 이슈들은 모두 국힘당이 끌어가고 있다. 인요한 국힘당 혁신위원장의 한마디 말이 주요 언론의 1면 톱에 오르고 거의 모든 언론에서 연일 생중계되고 있다. 주말인 4일 여러 언론들은 국힘당의 ‘6개월간 공매도 금지 추진’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메가서울 이어 표심잡기 2탄’이란 제목을 붙였다. 국힘당 송언석 의원이 국회 전체회의 도중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원내대변인에게 보내는 장면이 뉴시스 사진에 포착됐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숨죽이던 국힘당이 다시 여론 주도권 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국힘당과 윤석열 정부는 경제, 외교안보, 민생, 안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악의 무능·무책임을 보이는데다, 검찰통치, 언론탄압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계속 당당하게 여론을 주도하고 있을까?

제1야당인 민주당의 무기력 탓도 있겠지만, 언론의 공이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주요 언론들은 국힘당이 던지는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할 뿐 아니라 더 호의적이다. 반대로 야당이 던지는 ‘윤석열 정부 비판론’ 이슈는 보도에 소극적인 편이다.

 

예를 들어 윤 정부에 치명적일 수 있는 경제파탄 지표가 쏟아지는데도, 주요 언론들은 이를 ‘비중 있고 반복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가 밀어붙이는 인터넷 언론 심의는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위헌·위법적 언론자유 탄압이지만 주요 언론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경우 과거 말 한마디, 사생활까지 다 꼬투리를 잡아 대대적 비판을 가한 반면, 국힘당 혁신위원장의 경우는 어떤 비판적 분석도 없이 말 한마디 한마디를 ‘비중 있고, 반복적으로’ 생중계하며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것도 그렇다. 언론의 '탐조등'은 주로 국힘당과 윤석열 정부에게만 환하게 비춰지는 것이다. 

 

 

조선일보 11월4일 1면 톱 기사 갈무리

 

 

 

민주당이 의제설정과 여론주도에 무기력한 것처럼,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에 비판적인 언론, 이른바 ‘진보언론’들 역시 의제설정에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언론’들은 친윤·친국힘과 손발을 맞춘 ‘보수언론’들이 던진 의제의 뒤꽁무니를 좇아가기에 바쁘다. ‘보수언론’이 펼치는 의제를 압도하거나 시대를 앞서 진보 지지자들의 눈과 귀를 끌 만한 새로운 의제를 발견하지도, 만들어내는 데에 별로 기여를  못하고 있다.

 

지난주 언론의 뉴스와 SNS·커뮤니티·유튜브·트위터 등 디지털 여론 플랫폼에서 언급량이 급상승한 키워드는 ‘김포’ ‘서울’ ‘편입’ 등이었다. 10월 30일부터 ‘김포’ 키워드가 급상승을 시작하더니 이틀만인 11월 1일에는 3배 이상 언급량이 늘어났고 2일에도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SNS에서 ‘서울’ 키워드 언급량이 19단계 높아져 4위에 올랐고 ‘김포’는 726단계 상승했다, 커뮤니티에서는 18단계 상승해 언급량 1위를 기록했고, ‘김포’ ‘편입’ 키워드도 1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유튜브에서도 ‘김포’ ‘편입’ 키워드가 급상승했다.

‘김포’ 연관어 긍부정 감성분석 결과, 부정어가 54%로 긍정어 46%보다 많았다. 주요 부정어로는 ‘의혹’‘반대’‘명예훼손’ ‘포퓰리즘’ 등이었고 긍정어로는 ‘적극’ ‘다양한’ ‘개선’ 등이었다. 

 

 

 

 

 

김성재 에디터seong6806@gmail.com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