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가난을 도둑질하는 장면

道雨 2024. 2. 13. 12:28

가난을 도둑질하는 장면

 

 

 

‘홍보’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 노원구의 한 달동네에서 연탄배달 자원봉사를 했다. 이 행사에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물론 청년당원 50명이 함께 했다.

 

이날 한 위원장이 직접 연탄배달에 나선 동네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이다 현재 이곳 또한 재개발 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한 가운데, 아직 남은 사람들은 난방 연료로 연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이날 이곳에서 연탄배달 손수레를 직접 끌며 배달에 나선 한 위원장은, 토시, 목장갑 등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한 시간가량 마을 곳곳을 오가며 연탄 2천장을 배달했다.

 

따라서 당연하게 이런 한 위원장의 얼굴에 연탄이 묻은 채 손수레를 직접 끌고 있는 모습은 언론사 카메라 기자들에게 좋은 뉴스원이었으며, 이렇게 찍힌 사진들은 거의 대다수 언론에 주요 화보로 사용되어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이런 한 위원장에 대해 소설가이자 만화평론가인 백건우 문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가난을 도둑질하는 장면”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한 위원장이 현재 강남의 최급주택가인 ‘타워팰리스’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지만, 강남 8학군 출신으로 평생 강남을 벗어나본 적이 없어, 실제 가난이란 ‘명제’에 어떠한 ‘감흥’도 없으면서 ‘홍보’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평생 검사밖에 한 일이 없는데 서울에서 가장 비싼 타워팰리스에서 살고 있고, 재산도 나보다 40억원이나 더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백건우 문인이 비판한 ‘가난 도둑질’은 한 위원장이 깊이 새겨봐야 할 비판이다.

이에 신문고뉴스는 백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을 게재한다.

 

아래는 <가난을 도둑질하는 장면>이란 제목으로 올려진 글 전문이다. (신문고뉴스 편집자 註)

 

박완서의 소설 ‘도둑 맞은 가난’은, 진짜 가난한 주인공과 가난을 경험하러 온 부잣집 청년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부모는 지독하게 가난한 삶을 비관해 자살했고, 주인공은 공장에 다니며 근근히 노동자이자 빈민의 삶을 살아간다. 주인공은 자취비용을 아끼려고 남자와 동거를 하는데, 그 남자는 알고보니 부잣집 도련님이었고, 아버지의 명령으로 가난을 체험하러 왔다.

 

사진 속 산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 부지런히 살았어도 산동네를 벗어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죄를 저지르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피땀을 흘리며 살았어도 산동네 단칸방, 셋방, 낡은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동훈 같은 인간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불우이웃돕기’라는 이름으로 가난을 도둑질하고 있다.

연탄을 실은 리어카를 끌면서 웃을 수 있는 저 여유는, 이 행사가 끝나면 넓고 깨끗하며, 안전하고 아늑한 타워팰리스의 부유한 저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가난’은 자신이 얼마나 잘난 인간인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좋은 순간이 된다.

한동훈은 이런 가난 경험을 통해 부유하고 엘리트로 살아가는 자신이 더욱 자랑스럽고 대단해 보이겠지만, 거의 평생을 산동네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더 깊은 모멸감과 수치, 참담함을 느끼며, 사진 찍히는 도구, 대상으로 전락한 자신에게 자괴감을 갖게 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소외시키면서, 가난을 훔쳐 권력을 차지하려는 야비하고 추악한 정치모리배들이 뻔뻔한 낯짝을 내미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은 망하는 게 맞다.

 

 

글쓴이. 문인 백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