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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가 당당한 법무부 장관

道雨 2024. 2. 21. 09:46

전관예우가 당당한 법무부 장관

 

 

 

전관예우는 있을까?

있다.

 

고위직 판검사가 퇴직해 변호사 개업한 이후 3년간 버는 수임액이 그들 평생 소득의 절반을 넘을 때가 많다.

의뢰인이 실력과 연륜에 따라 수임료를 주는 것이라면, 왜 옷 벗은 직후에 고액 사건이 몰리고, 그 이후엔 뚝 떨어질까?

전관예우가 없다면 설명 불가능이다.

현재의 법원·검찰과 더 친한 ‘따끈한 전관’이 나올수록, 몇년 된 전관의 시장가격은 떨어진다.

 

반론은 있을 수 있다.

 

첫번째는 일부 사례 아니냐는 것이다.

아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부장급 판검사가 퇴임 1년 이내일 때 받는 건당 수임료는 평균 1340만원, 3년 이내일 때는 평균 1074만원이다. 2년 만에 건당 300만원이 빠진다.

 

두번째는 ‘막 옷 벗은 전관’에 대한 의뢰인들의 막연한 기대일 뿐이라는 것이다. 위법한 로비는 없고, 전관 변호사 쓴다고 수사나 판결의 결론이 바뀌는 일도 없다는 반론이다.

두번째 반론은 당부를 떠나 그 자체가 부끄러운 이야기다. 송사에 휘말려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의뢰인들의 기대를 이용(묵인)해서, 전관 변호사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자백이기 때문이다.

‘법 앞의 평등’, ‘공정한 절차’라는 법치주의와 사법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관행임에도, ‘위법은 없으니 괜찮다’라는 뻔뻔한 이야기이다. 그 뻔뻔한 이야기를 법무부 장관이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2017년 서울고등검찰청장에서 퇴임했다. 이후 곧장 개인법률사무소를 열어, 2018년과 2019년 매년 15억원에 달하는 사업소득을 올렸다. 2020년 한 로펌 대표변호사로 옮겼지만 소득은 급감했다. 2020년 약 7억3천만원, 2021년 약 3억9천만원, 2022년 약 5억6천만원 소득이 확인된다. 전형적인 전관예우 소득구조다.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박 후보자는 답변했다.

“부당한 선임이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기억이 없다.”

 

그걸로 끝이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전관이 퇴임 직후 1년에 수십억씩 버는 구조가 괜찮은지, 그 자체로 사법불신을 만드는 전관예우 아닌지, 본인이 그 구조에서 혜택을 누린 것이 부끄럽지 않은지, 개선할 의지나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당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장에서 ‘법 집행은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게 처리되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돌려야 할 말이다. 법조인으로서 당신의 삶은 시민들에게 공정해 보이는가?

 

전관예우는 법치주의가 일정 수준에 이른 국가에선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의 독특한 부패와 비리 문화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대부분 평생법관제도가 정착되어 있고, 중간에 퇴직한다고 해도 사건회피 문화와 충분한 제한규정이 존재하기에 의뢰인들이 몰려가지 않는다.

영국은 법관이 퇴직 후 변호사 개업 자체를 하지 않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는데, 이를 바꿔보자는 논의가 2000년대 중반 등장했다. 이를 가장 강력히 반대한 것은 영국 법관들이었다. 사법부 독립성이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은?

“전관예우 시스템은 비공식적인 형태로 15~20년 동안 법원, 검찰 조직에 헌신한 판사, 검사에 대한 조기 퇴직위로금, 연금 등을 제도화한 것”(차성안 전 판사)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가 있다.

비슷한 조건의 변호사들에 비해 낮은 봉급을 감내한 판검사들이, 퇴직하자마자 특혜와 편법을 바라는 의뢰인들의 돈으로 ‘위로금’을 두둑이 챙기는 보편적인 관행.

나라 망신이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을 현행 1년보다 확대하고, 판검사들의 근무 여건도 확연하게 개선하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퇴임 직후 치부하는 관행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 부끄러운 일을 한 사람은 최소한 ‘큰일은 못 한다’라는 인식이 분명해져야 한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퇴임 뒤 5개월 동안 16억원을, 정동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7개월 동안 7억원을 벌었다는 이유로 인사청문 과정에서 자진사퇴했다.

사회적 효과는 상당했고 나름의 기준이 형성된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법무부 장관이 이렇게 돈을 벌고도 떳떳한데, 시민들이 수사와 재판을 믿겠나?

 

 

 

 임재성│변호사·사회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