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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세폭탄’ 이데올로그 라이트하이저를 주목하라

道雨 2024. 5. 23. 11:04

미 ‘관세폭탄’ 이데올로그 라이트하이저를 주목하라

 

 

 

트럼프 2기 미국,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에 최대 도전

중심에 '초강성 국가주의자' 라이트하이저

주 전선은 중국, 동맹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무역 적자는 미국 국부의 직접적인 이전"

관세 폭탄, 달러 절하, 최혜국 대우 폐지

라이트하이저,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 주장

"나치독일‧일제‧구소련보다 훨씬 유능한 적"

"모든 품목에 물리는 10% 관세는 시작"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14일, 핵심 산업 관련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25%→100%·연내)를 비롯해 철강과 알루미늄, 반도체,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전지, 특정 핵심 광물, 항구 크레인, 의료기기 등 다양하다. 대부분 이미 관세를 물리던 품목들에 추가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내용이다. '관세 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선업 보조금 등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기 위해 미 무역법 301조를 발동하기로 했다. 앞으로 더 많은 대중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바이든의 경제 계획은 미국의 미래 경제와 국가안보를 위해 중요한 핵심 분야에서 투자를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달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전미철강노조(USW) 본부를 방문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강하게 비판했다.

 

*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백악관에서  중국의 류허 국무원 부총리와 회담을 갖고 있다. 2019. 01. 30 [백악관 자료 사진].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2기 미국, 자유무역 질서에 최대 도전

그 중심에 '초강성 국가주의자' 라이트하이저

이런 바이든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일정한 품목에 집중해 관세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모든 품목에 10%의 신규 관세를 물리고 일부 중국산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오랜 자유무역 과정에서 공동화된 미국 제조업 기반을 재건,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공유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제일)란 국가주의(nationalism)를 기조로 삼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처럼 미국을 룰(규칙) 기반의 다자 무역 시스템애서 강력한 국가주의적 접근법으로 뒤바꿔 놓은 장본인이, 트럼프 1기 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대중 무역전쟁을 진두지휘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76)라는 사실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USTR 대표인 캐서린 타이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가장 유력한 재무부 장관 후보 중 하나다. 미국의 무역 정책은 물론, 더 광범위한 국제 경제정책까지도 주무를 공산이 크다.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에서 그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라이트하이저는 룰 기반 다자 무역 시스템과 무역자유화의 '이익'에 매우 회의적이다. 관세 인하 같은 글로벌 무역 장벽의 축소나 철폐가 미국과 세계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자유무역의 '신화'에 반대한다. 미국은 룰을 지키는 데 반해, 중국 등 다른 나라는 생산 보조금 지급이나 덤핑 등 불공정 행위를 함으로써, 미국의 제조업은 망가지고 일자리는 사라졌으며, 대중 전략적 위상도 약해졌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자유무역의 룰이 미국의 팔다리만 묶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제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담당해왔던 국제 자유무역 질서를 관장하는 역할을 줄이거나 없애고, 미국의 경제 이익 확보란 분명한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무역 적자는 미국 국부의 직접적인 이전"

관세 폭탄, 달러 절하, 최혜국 대우 폐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라이트하이저의 구상은 뭘까?

미국외교협회(CFR)의 에드워드 올든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의 세계 경제 전복을 도울 사람'이란 18일자 <포린 폴리시> 기고에서 이 사안을 상세하게 다뤘다.

라이트하이저 구상의 핵심은, 전통적 경제학자들은 무관심했던 무역 적자 해소와 무역 수지 균형 달성이라고 올든은 봤다. 미국은 1975년 이후 매년 상품과 서비스에서 적자를 보았으며, 2022년에는 9510억 달러(약 1300조 원)를 기록했다. 올든은 "라이트하이저는 무역 적자는 특히 중국을 비롯한 경쟁자들에 대한 미국 국부의 직접 이전이지만, 강력한 정부의 조치로 교정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는 중국은 물론, 세계 다른 나라들과의 '균형 무역'(balance trade)을 미국의 정책 목표로 삼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막대한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라이트하이저가 진지하게 검토하는 수단들이 있다. 그 첫 번째가 타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평가 절하(환율 인상)다. 현재 달러가 △ 글로벌 선호 통화로서 역할 △ 강력한 미국 경제 △ 전쟁에 따른 안전한 미국 자산에 투자 등의 요인으로 강세를 띠고 있지만, 일본에 인위적인 엔화 절상을 압박해 관철한 1985년의 '플라자 합의' 같은 강제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교역국들이 달러 대비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신에 미국은 고율의 관세 폭탄 부과로 위협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품목에 물리는 10% 관세는 시작"

중국 활용 '최소허용보조' 폐기도 검토

두 번째는 당연히 관세다. 라이트하이저는 지난 3월 이코노미스트 기고를 통해, 트럼프 재집권 시 전면적인 신규 관세 부과 계획을 내놓았다. 모든 품목에 최소 10%의 신규 관세를 물리고, 중국산 등 일부 품목에 고율의 맞춤형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의 재산업화를 가속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경험상 성공하게 돼 있고, 고임금 산업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관세는 "우리가 수지 균형에 도달할 때까지 매년 점차 높은 비율로" 모든 수입품에 물려야 한다고도 했다. 모든 품목에 물리는 최소 10%의 관세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일정한 가격 이하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면제해주는 '최소허용보조'(de minimis)의 폐기다. 이것을 활용해 중국 기업들이 자국산 물품을 면세받을 가격으로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직구'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중국의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은 글로벌 매출이 2015년 300만 달러에서 2022년 2억6000만 달러로 급성장했으며, 현재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 점유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네 번째는 환경과 인권, 노동과 관련된 조치다. 올든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나 다른 공화당 인사들과는 달리, 유럽연합이나 바이든 행정부 정부와 마찬가지로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등 탄소가스 집중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 라이트하이저는 인권과 노동권 위반국 제재를 위해 무역 수단을 사용하는 바이든 행정부보다 한발 더 나아가, 외국 수출 기업들이 환경보호, 노동 규칙, 노동자 건강‧안전과 관련한 미국 표준들을 맞추지 못할 경우 모든 수입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 주장

"나치독일‧일제‧구소련보다 훨씬 유능한 적"

이런 모든 구상의 핵심 표적은 물론 중국이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을 "미국 혁명 이후에 미국과 서구 자유 민주주의 정부들이 맞이한 최대의 위협"으로 본다. 미국 경제 규모에 육박하는 중국의 거대 경제를 감안하면, 나치 독일이나 제국주의 일본은 물론이고 구소련보다 훨씬 더 유능한 '적수'로 성장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중국에 맞서려면 그 첫 단계로 미‧중 경제의 완전한 디커플링에 가까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가능하게 해준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MFN)의 폐기도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 대통령이 완벽한 재량권을 갖고 중국에 차별적 관세를 물릴 수 있게 된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과의 어떤 종류의 교역도 중국을 부유하게 만들어 더 강력한 적수로 키울 우려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른바 '작은 마당에 높은 담장'으로 상징되는 바이든의 디리스킹(위험 회피) 전략에 회의적이다. 대중 교역에서 바이든 팀은 반도체, EV 등 규제가 필요한 전략적 분야와 그렇지 않은 평범한 소비재 분야를 구분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 공화당을 불문하고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 흐름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는 게 올든의 진단이다. 그래서 보호주의의 화신인 라이트하이저의 영향력은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지속될 걸로 예상했다.

올든은 "미국은 너무 멀리, 너무 빨리 자유화 쪽으로 가서, 몇몇 미국 산업과 노동자들이 약탈적 경쟁에 취약하게 만든 무역 정책을 조정하는 중"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같은 방식으로 답변한다면, 1920~1930년대 이후론 없었던 교역 훼손과 화폐 전쟁과 같은 일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전선은 중국, 동맹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트럼프 공격적 국가주의 통과 의례 아냐"

올든은 "라이트하이저의 확대되는 영향력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을 포함해 미 교역 파트너들에게 트럼프 무역 정책의 공격적 국가주의가 통과 의례가 아니라는 경고다"라면서 "그런 선택의 의미는 다가올 몇 년, 아마도 몇십 년에 걸쳐 드러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란 9일 자 기사에서 "구질서의 해체를 도처에서 볼 수 있다"며 △ 1990년대의 4배로 폭증한 제재 △ 러시아군 지원 기관들에 대한 미국의 '제3자 제재' △ 중국 보조금에 미국 보조금 맞대응 등 보조금 전쟁 △ 달러 지배 유지에도 글로벌 자본 흐름 분절화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기사는 이어 "구체제를 지탱하던 기구들이 이미 기능을 상실했거나 빠르게 신뢰를 잃고 있다"면서 △ 미국의 외면으로 5년간의 세계무역기구(WTO) 개점휴업 △ 친환경 의제와 재정안정성 사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체성 위기 △ 유엔 기능의 마비 등을 거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분절화와 퇴락은 글로벌 경제에 보이지 않는 세금을 물려왔다"며 "한번 쇠퇴가 시작되면 더 깊고 더 혼란스러운 붕괴가 가능하며, 갑자기 들이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