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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드론·감청…용산은 탈탈 털리고 있다

道雨 2024. 6. 14. 10:38

풍선·드론·감청…용산은 탈탈 털리고 있다

 

해괴한 북한 오물 풍선 논란

 

* 지난 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부터 대남 오물풍선 330여 개를 살포했고 우리 지역에 80여 개가 낙하했다. 이날 오전 서울 각지에서 관련 신고가 이어졌다. 사진은 잠실대교 인근에서 발견된 대남 오물풍선. 연합뉴스

 

 

 

북한이 남쪽으로 내려보낸 풍선에 오물이 묻어 있느냐, 아니면 휴지만 들어 있느냐 문제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난 9일 이후, 북한은 또다시 풍선을 대량으로 내려보냈다.

 

이번에는 지난달 말에 내려보낸 풍선과 달리 오물이 들어 있지 않았다. 이에 군당국은 북한의 풍선 도발 수위가 낮아졌다고 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았다.

 

9일에 나온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는, 남한에 대한 거친 정치적 표현이 들어 있지 않았고, 오물이 아니라 7.5톤의 휴지라고 말한 점에 주목하며, 우리 군은 대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에 군이 북의 풍선에 대해 “반인도적이며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하고, 철거했던 확성기를 다시 설치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북한이 날려 보낸 풍선에 오물이 묻어 있으면 나쁜 풍선이어서 대응하고, 휴지만 들어 있으면 착한 풍선이어서 대응하지 않는 건가.

게다가 이번의 그 착한 풍선은 용산 대통령실 바로 근처에 최소 3개나 떨어졌다. 떨어진 위치가 대통령 출퇴근 길목이다. 용산을 휘젓고 지나간 풍선까지 고려한다면, 대통령실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이 완전히 유린당했다고 보아야 한다.

풍선을 제대로 탐지조차 못 하다가, 낙하 뒤에 그나마 시민 신고로 그 존재를 파악했다.

풍선에 대해 탐지와 식별이 되지 않았을뿐더러, 어떻게 대응한다는 매뉴얼이나 지침도 없다. 재작년 연말에 북한 무인기가 용산을 침범했던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안보 실패다.

 

 

당시에는 북한 무인기를 제압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량의 풍선을 눈으로 목격하고도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이런 안보 무능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문제점을 적당히 은폐하려니까, 오물의 유무로 풍선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군사적 대응 수준을 결정하는 해괴한 군의 교전규칙이 출현했다.

풍선에 대한 표기가 오물, 분변, 대변, 휴지냐에 따라 군의 대응이 달라진다면, 애초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기준과 원칙도 혼란스럽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풍선의 오물이 사람의 것이냐 또는 동물의 것이냐를 따져서, 분변이 아닌 거름으로 표기하는 일부 언론의 분별력에는 감탄이 나온다.

 

대통령 머리 위에서 북한의 드론과 풍선이 둥둥 떠다니는 한국의 참혹한 안보 상황은, 재작년 3월에 대통령직 인수위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이미 예견되었다.

자연 방어물 없이 민가의 한복판이고 사방이 뚫려 있는 용산에서는, 군의 대공 방어무기가 사용될 수 없다. 그 뒤에 이어진 비행금지구역(P-73) 축소와 무리한 청사 이전으로 빚어진 혼란은 아직도 수습이 곤란하다.

게다가 공용 비화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을 주로 사용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강대국의 통신 감청 위성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최첨단 신호정보 수집 시스템, 일명 에셜론이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의 미군기지에서 여전히 정보 수집을 활성화하고 있다. 작년 봄에 미국 국가안보국의 기밀정보가 폭로되었을 당시, 우리 대통령 안보실의 회의 내용이 고스란히 감청되었음이 드러났다.

아직도 동맹국이 어떤 방법으로 용산을 감청하였는지, 그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거꾸로 미국은 용산 일대 일부 통신회사의 기지국에 화웨이 통신장비가 내장돼, 중국의 감청에 취약하다고 본다. 여기에다 북한의 헬륨 풍선은, 배터리와 프로펠러만 장착하면 지상 20~30㎞ 상공 궤도를 안정적으로 비행하다가, 대통령실이나 관저 부근에서 정찰용 풍선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북한의 기술력을 고려한다면, 이 풍선은 평시에는 심리전의 수단으로 활용되다가, 어느 순간에는 정찰이나 공격 목적의 군사적 용도로 전환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새로운 위협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한 채, 무방비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다가, 적당히 문제의 심각성을 은폐하는 이 정부는, 겉으로는 강해 보일지 모르나, 북한을 효과적으로 억지할 수 있는 지략이 없다.

이로 인해 주변국과 북한에 이런저런 정보를 탈탈 털리는 가장 무능하고 위험한 정부라는 걸 스스로 드러내지만, 정작 그들은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무리한 집무실 이전으로 대책 없이 호랑이 입속에 들어간 결과다.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