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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렉카들 협박 사태와 조선일보의 유체이탈

道雨 2024. 7. 16. 15:34

사이버렉카들 협박 사태와 조선일보의 유체이탈

 

 

 

성폭력·폭행·갈취·협박당해온 먹방 유튜버 쯔양

여성의 피해를 이용해 압박하는 극악무도 수법

일부 유튜버 돈벌이 실체와 심각한 폐해 드러나

족벌언론 행태를 모방해 극단적으로 발전시켜

윤석열 대통령실, 극우 유튜버들과 연결고리도

국힘 진흙탕 싸움과 사이버렉카 아귀다툼 유사

 

무려 천만 명이 구독한다는 먹방 유튜버 쯔양이, 무려 4년이 넘게 전 남자친구이자 유흥업소 실장이었고 유튜브 방송의 전 대표였던 사람에게 폭력, 성폭행, 성착취, 수십 억 원에 달하는 갈취를 당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이버렉카’ 유튜버들이 이 문제로 쯔양을 괴롭혀 온 것도 밝혀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아무리 유명하고 돈이 많은 여성도 젠더적 위계에 따른 억압과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 사건에서 주목할 것은, 여성의 피해가 지원과 연대를 위한 조건이 아니라, 또 다른 협박과 폭력의 대상이 되는 데 악용되는 약한 고리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쯔양은 실장에게 성폭력과 폭행을 당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알려질까 봐 겁이 나서 실장에게 더 노예처럼 끌려다니게 됐다. 

 

* 울면서 자신의 4년 동안의 피해를 고백하는 먹방 유튜버 쯔양/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 사실을 알게 된 상황에서 사이버렉카들의 태도나 반응도 상식과 벗어나 있다. 여기서 쯔양을 4년 동안 괴롭힌 ‘실장’은 ‘너가 약자를 괴롭히고 착취한 것을 사회에 알리겠다’는 압박을 받지 않았다. 거꾸로 쯔양이 ‘실장이 너를 괴롭히고 착취한 것을 사회에 알리겠다’는 압박을 받아서, 또다시 을의 처지로 전락했다.

여성의 유흥업소 전력이 주홍글씨와 혐오의 낙인이 돼서 협박의 빌미가 되는 사회가 이것이 가능한 배경이 됐다.

 

둘째, 이슈가 된 사건을 다루거나 새롭게 공론화를 진행하며 돈을 버는 유튜버들을 뜻하는 ‘사이버렉카’의 실체와 심각한 폐해 등을 증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세연, 뻑가, 구제역, 크로커다일, 카라큘라 등이 유명하다. 이들은 이미 지난 대선 때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조동연 씨에 대한 극악한 괴롭힘, 괴롭힘에 시달리던 여러 여성 연예인과 이선균 배우 등의 사망 사건들에서 그 치명적 해악성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스스로 ‘국가를 뒤흔드는 유튜버들’을 자처하고, ‘사이버렉카 연합’까지 구성하며,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위력을 과시해 왔다.

이번에 다시 한번 그 어두운 실체가 드러났다. 지금 곳곳에서 사이버렉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유튜브가 야수들의 돈벌이 놀이터로 전락했다”라며, 사이버렉카들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유체이탈은 세 번째 문제로 연결된다.

 

* 사이버렉카의 심각성은 지난 이선균 비극 당시에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에서도 제기됐다/ '오마이TV' 동영상 갈무리.

 

 

 

셋째, 사이버렉카의 문제는 족벌언론이 보이는 행태를 모방해서 가장 극단적으로 발전시켰다는 데 있다. 조선일보는 위의 기사에서 ‘조회수를 올리려고 가짜뉴스나 선정적 콘텐츠를 만들기’, ‘정의 구현이라며 연예인·정치인 등의 치부를 들춰내기’, ‘늘어난 조회수와 광고로 수입 얻기’, ‘영상을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돈 뜯어내기’, ‘괴롭힘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례’, ‘법적 처벌도 이들에겐 무용지물이다’ 등을 사이버렉카의 문제점으로 제시한다.

 

이것을 살펴보면 바로 족벌언론들이 보이는 행태라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좀 더 소프트한 형태이긴 하지만, 더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자행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족벌언론의 가짜뉴스와 선정적 보도에 시달리다 희생된 연예인과 정치인들은 당장 떠오르는 사람만도 여러 명이다.

여기에는 ‘언론 윤리강령과 보도준칙 위에 존재한다’라는 ‘클릭 장사’가 있다. 족벌언론들이 보도를 이용해 기업과 광고를 거래하는 방식도 유명하다. 

 

사이버렉카 유튜브 뒷광고와 슈퍼챗은, 족벌언론들이 해온 클릭 장사나 기사형 광고 등과 비교하면 애교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족벌언론들의 지면에는 기사형 광고, 광고형 기사 등이 넘쳐나고, 특히 조선일보는 그중에서도 최고봉이며, ‘기사형 광고의 맛집’이라 불린다.

더구나 사이버렉카들이 터트리는 선정적 ‘이슈’들을 열심히 퍼 나른 게 바로 족벌언론들이었다.

따라서 조선일보는 사이버렉카를 규탄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건폭’으로 몰아서 괴롭히고 ‘분신 방조’ 가짜뉴스로 두 번 죽인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 등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 분노해서 규탄하는 조선일보의 유체이탈 화법/ 기사 화면 갈무리

 

 

 

넷째, 사이버렉카 유튜버들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실의 연결 지점이 드러났다. 사이버렉카들은 극우 유튜버들과 연결돼 있거나 중복되는데, 이들은 국민의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예컨대 원희룡 전 장관은 ‘카라큘라’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받았던 가세연의 김세의는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

지난해 김세의가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는 자리에는, 국민의힘 박성중 최고위원과 이번에 국민의힘 당 대표로 출마한 윤상현 의원도 응원하며 참석했다. 올해 김세의가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는 자리에서는 또 다른 사이버렉카 ‘구제역’이 지지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세연이 구제역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방송한 것을 보면, 사이버렉카들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과 소통하고 있다는 짐작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나온다.

사이버렉카들이 ‘대통령실이 더탐사의 청담동 술자리 보도의 유튜브 방송을 막기 위해서 구글코리아에 압력을 넣고 있다. 그래서 몇 개 채널들을 수익 정지할 수 있다’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것은 윤석열 대통령실이 극우 유튜버들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 관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렉카들과도 교류하며 관리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 김세의의 국민의힘 최고위원 출마에 지지 발언하는 구제역. 지금은 싸우지만 긴밀한 관계였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다섯째, 따라서 지금 국민의힘 당 지도부 선거의 진흙탕 싸움과 동시에 사이버렉카들(가세연-구제역-카라큘라) 끼리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묘한 우연의 일치다. 

가세연이 구제역의 통화 녹취와 문자 대화 등을 폭로하는 장면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한동훈과의 문자와 ‘읽씹’이 폭로되는 장면과 비슷하다. 가세연 김세의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사이버렉카 구제역과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장면은, 총선 때 서로 얼싸안으며 친밀감을 과시하던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가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가세연 김세의는 ‘구제역 등 사이버렉카들의 범죄를 고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당사자에게 어떤 허락도 구하지 않고, 쯔양이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내용들을 방송해 버렸다. 쯔양 쪽에서 항의하자, 거꾸로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고 까불지 말라”며 협박했다.

이선균 배우가 사망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듯이, 사이버렉카들이 보여주는 패악질의 끝판왕이라고 불려 온 가세연이 이러는 것은, 이번 사태 최고의 역설이고 비극이다.

가세연은 자신들이 ‘구제역 휴대폰에서 나온 1만 8천 개에 달한다는 파일을 가지고 있다’라며, 큰소리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또 어떤 추악한 사실들이 담겨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추악한 범죄들이 자행되는 동안 아무 구실도 못 한 검찰이, 뒤늦게 긴급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별로 기대가 되거나 달갑지가 않다. 진실을 밝히려는 것일까 가지 치고 덮으려는 것일까? 

 

* 사이버렉카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서로 긴밀하던 정치인들이 갈라져 싸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전지윤 편집위원misotolen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