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허덕이며 넘긴 무능한 미국, 안팎으로 위기다
트럼프 암살미수, 바이든 후보사퇴 그리고
네타냐후 의회초청 연설... 열흘새 터진 세 사건
미국 정치의 비정상적인 면모를 극명하게 드러내
불과 열흘. 칠월의 그 짧은 시간, 세 개의 큰 사건이 한꺼번에 터졌다.
13일 트럼프 암살미수, 21일 바이든 대선후보 사퇴. 2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의회 연설.
비록 전직이며 지금은 후보지만, 대통령급 인사에 대한 시해 기도는 1981년 레이건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처음이다.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현직 대통령이 중도에 사퇴하는 일 역시 미국 정치사상 처음이다. 전쟁 범죄자로 낙인찍힌 인물을 의도적으로 초빙, 전쟁 확대의 위기를 고조시킨 것도 정상적 정치행태는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 정부, 민주당, 의회—특히 공화당 소속인 하원의장과 지도부—가 이들 사안을 처리하거나 집행하면서 보여준 저급한 정치적 판단능력의 문제다. 그리고 저급한 정치역량이 미국이 당면한 국내외적 과제 해결에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오리무중에 잠긴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지난 7월 13일, 대통령(후보) 암살미수 사건이 터졌다. 저녁 6시 조금 지나 연설이 시작되고 약 8분여, 총성이 울리고 총알은 트럼프의 귀를 스쳤다. 사건 현장 사진을 보면 암살범과 트럼프의 거리는 대략 130여 미터. 암살범을 사격한 경호실 저격팀(사진 아래쪽 건물 지붕에 sniper teams라고 표기된 위치)과의 거리 역시 그와 비슷하다.
사건과 관련, 하원은 22일과 23일 두 차례, 상원은 30일 한 차례의 청문회를 열었다. 하원 청문회에서 당시 경호실장은 거의 모든 질문에 FBI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답변 회피, 동문서답 등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 사실상 증언을 거부한 실장은 결국 사퇴했다. 23일 청문회에 출석한 펜실베이니아주 경찰청장은 경호실 보조역할의 책임자로서, 주변적 사실만 확인할 수 있는 증인이었다. 상원 청문회에서 임시 경호실장과 FBI 부국장은 암살범이 위치했던 건물은 경찰 소관이었고, 총을 가진 범인의 존재에 대해 경호실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의문은 경호 실패와 암살범, 두 가지다. 사진이 보여주듯 불과 13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게다가 연단과 직선 시야가 확보되는 건물 지붕에 왜 경호팀이 배치되지 않았을까, 장총을 소지한 의문스러운 인물이 발포 20여 분 전에 이미 확인됐음에도 왜 안전조치가 없었고, 후보 연설 또한 그대로 진행됐을까.
두 번째, 프로급의 사격술과 차량에서 발견된 폭발물, 사전 답사, 드론 운용, 사다리 준비 등 치밀한 사전 준비 상황은 20살의 보통 젊은이라는 범인의 인적사항과는 서로 맞지 않으며, 또한 공범 없이는 실행 불가능한 범죄라는 점에서 사건의 실체는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퇴 이유를 얼버무린 바이든의 중도 사퇴
7월 24일 저녁 7시(미국 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후보 사퇴와 관련 약 11분 길이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간의 업적, 국제적 리더십, 국가의 미래 등을 고려할 때 자신이 재선돼야 마땅하지만, 당과 국가의 통합을 위해 사퇴를 결단했다는 것.
측근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마지막까지도 사퇴할 뜻이 없었다. 6월 27일의 1차 후보자 토론 이후 제기된 인지능력에 대한 의문과 지적, 비판에도 그는 꿋꿋했다. 가족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것이 불과 이틀여 만에 바뀌었다. 가장 큰 요인은 ①오바마, 펠로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의 막판 사퇴압력 ②여론조사 기관의 공식적 조사 외에 선거팀 내부 조사에서 취합한 경합주 패배 예상 결과 ③거액 후원자들의 요구 등 세 가지로 알려졌다.
사퇴로 뜻을 정했으면서도, 사퇴의 형식과 내용은 사퇴 결단의 정치적 중요성에 비추어 격식에 맞지 않았다. X라는 소셜 미디어(이전의 트윗)를 통해 결정 소식을 공표했다든가, X에 공지한 발표문도 대통령이 사용하는 공식 양식의 서한이 아니었다든가, 이유를 명시하지 않았다든가, 당연히 포함됐어야 할 교체 후보를 언급하지 않았다든가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문제를 의식했는지,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뜻도, 사퇴 발표 후 2차로 소셜 미디어에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X든 TV 연설이든, 바이든은 가장 중요한 사퇴의 결정 과정과 이유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전쟁 범죄자 네타냐후의 의회 초청 연설
연설은 한마디 한마디 끝나기가 무섭게 기립박수가 터졌다. 1시간여의 연설 동안 의원들은 일어섰다 앉았다를 쉼없이 반복했다. 민주당은 상·하원 합해 대략 130여 명의 의원들이 연설을 거부—네타냐후 초청 자체를 비판하면서 연설도 인정치 않는다는 뜻—하거나 참석지 않았다. 그래도 빈자리는 없었다. 일반 참관자들에게 배분됐기 때문이다. 7월 24일, 오후 2시(미국 시각)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미 의회 연설 풍경이다.
그의 주장은 여섯 줄로 줄일 수 있다. ①하마스는 테러 조직이다. ②이란은 하마스는 물론 예멘 후티, 레바논 헤즈볼라 같은 테러 집단의 배후 지원 세력이다. ③이스라엘은 이들 테러 집단을 최일선에서 막아내고 있다. ④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전 세계를 테러 집단의 위협으로부터 구원할 문명의 보호자다. ⑤이스라엘의 적은 미국의 적, 이스라엘의 투쟁은 미국의 투쟁, 이스라엘의 승리는 미국의 승리다. ⑥이스라엘을 지원해 달라.
같은 시간 의회 밖에서는 ‘전쟁 범죄자 네타냐후 체포!’ ‘전쟁종식!’ 등의 플래카드를 든 수천 명 시위대의 데모가 진행됐고, 연설 하루 전에는 의사당 원형복도에서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모임>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 연좌 농성이 벌어졌다. 의사당 내부와 주변 도로, 네타냐후 숙소 경비를 강화한 경찰은 페퍼 스프레이와 연행, 체포로 시위대와 농성단을 막아 세웠다.
세 사건이 드러낸 미국 정치의 세 비정상적 면모
세 사건은 비정상적인 미국 정치의 면모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암살미수 사건은 ‘딥 스테이트’로 대변되는 음모의 정치를, 바이든 사퇴는 전략 부재의 민주당 정치를, 네타냐후 연설은 의회가 저지른 ‘깡패 정치(rogue politics)’를 상징한다.
암살은 미국 정치사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많은 암살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백악관 연루설, 자작극, 제2의 저격수 등, 여러 음모론이 퍼져있다. 트럼프 선거팀의 경호 강화 요구가 지속적으로 거부됐다는 것부터, 사건과 관련, 경호실과 현지 경찰, 펜실베이니아주 경찰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기록 자체가 없을 것이라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대로 된 사건 수사가 가능하겠는가는 의문이다.
납득할 수 없는 경호 실패를 설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논리는 ‘의도적 실패론’이다. 음모설이 자라는 토양이다. 음모론의 백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를 군산정언학 복합체가 제거하려 했다는 설이다.
문제는 경호실장이 경호 실패에 답변하지 않거나 임시 실장이 지역 경찰에 책임을 미루면서 정부가 음모설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은 나이를 의식해선지, 당선되더라도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때 당이 새로운 지도자를 키웠더라면, 바이든은 명예로운 정치인으로, 당은 담대한 정치의 주체로 박수 받을 수 있었다.
사퇴의 결정적 이유인 인지능력 문제도 이미 2년여 전부터 제기됐었다. 그때부터라도 준비했었다면 민주당은 중도사퇴-후보교체 같은 궁박한 상황에 몰리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자기 말을 지키지 않은 바이든은 타의로 물러났고, 민주당은 정치전략 수립 역량이 부족함을 드러냈다.
한편 후보 교체 과정이 아래로부터의 선출이 아니라, 당의 비공식 지도부에 의한 결정, 즉, 위로부터의 지명이었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민주당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대통령 바이든과 후보 해리스의 관계다. 바이든은 내년 1월 임기까지 자신이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후보자이지만 부통령인 해리스는 그의 뜻과 다른 자신의 비전을 내세우기 어렵다. ‘바이든 2.0’이 될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가자전쟁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 즉 ‘깡패 국가(rogue state)’임을 보여줬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의 체포영장을 신청하자, 하원의장 존슨은 보란 듯 그를 의회 연설로 초빙했고, 의원들은 60여 회 가까운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연설을 거부하고 불참한 의원들을 향해 한 공화당 의원은 ‘일부 민주당 지지층의 반이스라엘 주장에 영합하는 수치스러운 행태’라며 비난했다. 존슨은 ‘이스라엘 지원은 미국 건국의 기본원칙’이라면서 ‘연설을 방해하는 민주당 의원은 현장에서 체포하겠다’고 을러댔다. 네타냐후는 반전평화·이스라엘 지원중단 시위를 벌이는 미국 시민을 이란의 꼭두각시라는 식으로 비난했다. 의원들은 환호성과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국의 정전안도 무시하면서, 팔레스타인, 나아가 이란 등과 영구전쟁을 벌일 테니 미국도 동참하라는 그의 선동에, 의원들은 다시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국내외적 평화 노력을 부정하는 깡패 정치다.
바닥에 나뒹구는 미국 정치의 역량
7월의 세 사건에 대처하는 미국 정부, 민주당, 의회의 정치적 역량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암살 사건은 무책임한 관료의 모습을, 후보 사퇴 건은 민주당의 미래 구상 능력 부족을, 네타냐후 연설은 국제정치에 무지하고 오만한 의회의 실체를 드러낸다.
문제는 이 같은 저급한 정치역량으로는 당면한 미국의 과제를 풀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과제란 국내적으로는 분열, 국제적으로는 전쟁을 말한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구조화된 인종차별주의, 극우 이데올로기(예: 기독교 근본주의, 사회복지 제도 해체), 정당의 우경화·극우화 등은 사회를 둘로 가르는 분단의 장벽이다.
정부와 의회는 금융자본과 전쟁자본에 포획되어 있다. 인민과 유리된 금권정치가 이뤄지는 까닭이다.
천문학적 국가채무는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다. 100일마다 1조 달러 정도씩 늘어나는 중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미국의 국내적 갈등과 대립, 모순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미국은 일본과 한국,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포함하는 아시아판 나토(NATO)를 구축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전쟁 국가 미국의 전통적·전형적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작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서유럽 집단의 패배로 귀결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전자전에서 미국은 중국에 패했다.
가자 전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실패, 즉 국제적 고립과 신뢰 상실은 더 심화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그것이 문제해결의 계기로 작동하기 어렵다. 과제를 풀기에 후보자들의 정치역량은 취약하다. 분단과 전쟁의 난마에 미국이 엉켜있는 사이,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는 확장하고, 탈달러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안팎으로 미국은 밀려나는 중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를 암살했다는 뉴스가 쏟아진다. 이란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네타냐후의 연설이 실제화된 형국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제어하기는커녕, 끌려다니면서 스스로를 더 큰 함정으로 밀어 넣고 있다. 동시에 더 큰 전쟁의 위기가 세계를 뒤덮고 있다.
김평호 미국 톺아보기mindle@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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