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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서 하마스 지도자 암살…네타냐후의 '무모한 도박'

道雨 2024. 8. 2. 12:03

이란서 하마스 지도자 암살…네타냐후의 '무모한 도박'

 

 

 

'협상 대표' 암살…무자비한 군사 공격 박차

이란 군사 대응 역량, 미국·서방 인내력 시험?

이란 최고지도자, 이스라엘에 "피의 복수"

아랍·이슬람권서 이스라엘 규탄 시위 확산

이란, 안보리서 "확전 위한 극악무도 행위"

이스라엘 제재 촉구…암살 배후 미국 지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31일 이란에서 암살됐다. 하니예는 전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숙소에서 변을 당했다. 하마스와 이란을 포함해 전 세계가 범인으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NCND'(확인도 부인도 안 하기)로 일관하고 있다.

 

* 31일 파키스탄의 히데라바드에서 시민들이 모여 암살당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에 대한 장례 기도를 하고 있다.  2024. 07. 31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하마스 정치지도자 암살 'NCND'

네타냐후 "모든 적들에 치명적 타격 가해"

 

이번 암살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하니예 암살 당일인 이날 내각 안보 회의에 이어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일일이 군사 공격 사례를 들면서 "최근 며칠간 우리의 모든 적들,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에 치명적 타격(crushing blows)을 가했다"라고 말해,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 행위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은 "도전의 시기를 앞두고 있지만,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 어떤 곳으로부터 어떤 공격도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외에서 가자 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받아왔다며 "그때도 그런 목소리에 굴하지 않았고, 지금도 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니예 암살 사건은 몇 가지 측면에서 '가자 전쟁'이란 이름 아래 4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가자에서 10개월째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군사 공격은 물론, 다른 지역 확전 등 향후 중동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 31일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인 시돈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한 하마스 지지자가 모형 기관총을 든 아이를 안고 있다. 2024. 07. 31 [AP=연합뉴스]

 

 

이스라엘,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 암살

휴전 없고 무자비한 군사 공격 박차 예고

 

첫째, 하니예는 이른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하마스 대표로서, 이집트, 카타르,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암살됐다는 건, 가자 휴전 협상 자체가 무산 위기에 처했음을 뜻한다. 특히 하마스와 이란이 지목했듯이, 이스라엘이 그를 의도적으로 '제거'했다면, 네타냐후의 머릿속엔 휴전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가자 군사 공격에 더 박차를 가할 것임을 예고한다.

 

올해 62세의 하니예는 1980년대 1차 인티파타(민중봉기) 당시 하마스에 합류한 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대승을 이끌고 총리에 올랐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둘러싼 하마스와 파타(현 팔 자치정부) 간의 갈등 과정에서 해임됐다가, 2007년 하마스의 일방적 가자 통치를 계기로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를 맡았다. 2017년 2월 이 자리를 지금의 야히야 신와르에게 넘기고, 그해 5월 하마스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뒤 카타르에서 생활했다. 그는 하마스 내에서 비교적 '온건한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둘째, 암살 시점과 장소가 특이하다는 점이다.

하니예가 7년 넘게 거주해온 카타르에서 얼마든지 암살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 이스라엘은 굳이 이란에서 그것도 이란 대통령 취임식 직후에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매체 등에 따르면, 하니예 는 '31일 오전 2시'에 테헤란의 참전용사 시설에 마련된 숙소에 있다가, 유도미사일 공격을 받고 숨졌다.

하마스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순교자 하니예가 이란 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테헤란의 숙소를 노린 시온주의자들(이스라엘)의 기만적인 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24. 08. 01 [로이터=연합뉴스]

 

 

 

암살 장소로 왜 카타르 아닌 이란 선택했나

이란 군사 대응 역량, 미국·서방 인내력 시험?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암살 장소가 카타르가 아닌 이란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하마스 지도자들을 죽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미국,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대표들을 자국으로 초청해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나라라는 위상을 고려할 때, 이곳을 암살 장소로 고르기엔 네타냐후로서도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그 경우 상대적으로 온건한 아랍국들은 물론, 미국과 서방 동맹국한테서도 완전히 고립될 우려가 있어서다.

 

그러나 아랍·중동권 내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미국 및 서방 동맹국들과는 적대적인 이란을 상대로 해선, 한번 정면으로 도발해볼 만하다고 판단했음 직하다.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군사적 대응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미국과 서방 동맹국이 이스라엘의 '못된 짓'을 어느 선까지 '인내'해줄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맥락에서야 이란 정부가 공식 초청한 외교 사절을, 그것도 이란 내에서 암살하는 네타냐후의 '무모한 도박'이 설명된다.

 

이희수 한양대 명예교수(문화인류학)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암살 장소로 택함으로써 △ 대이란 전면전도 불사할 수 있다는 '힘의 과시' △ '반드시 궤멸하겠다'는 하마스를 향한 메시지 천명 △ 동맹에 대한 리스크 최소화란 세 가지 효과를 본 것으로 봤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24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 07. 24 [EPA=연합뉴스]

 

 

 

네타냐후, 미 의회서 "하마스 배후 이란"

꼭 1주일 후 하니예 이란 내에서 암살

 

그리고 하니예 암살 시점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24일로부터 딱 1주일 만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 의회 연설에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 역량과 하마스의 가자 통치를 파괴하고 우리의 모든 인질을 집에 데려올 때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의 배후에 이란이 있고, 이란의 주적은 미국이라고 주장하고 "우리의 적은 미국의 적이며, 우리의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이다. 우리의 승리가 여러분의 승리"라고 말해, 연설 당시엔 뜬금없다는 인상을 줬지만, 이번 하니예 암살 사건을 그 맥락에 넣어 보면 아귀가 들어맞는다.

 

수도 테헤란의 한복판에서 대통령 취임식 직후 국가 귀빈이 암살되는 굴욕을 당한 이란은, 즉각 '피의 복수'를 천명하고 나섰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하니예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영토 안에서 순교했다. 그의 피를 위한 복수를 하는 게 우리의 의무다"라면서 강력한 보복을 지시했다.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개혁파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시온주의자들은 곧 그들의 비겁한 테러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1일부터 2일 간 테헤란에서 치러지는 하니예 장례식에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직접 기도를 인도할 예정이다.

 

* 31일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진행된 항의 시위에서 이란 시민들이 "이스라엘을 쓸어버리자"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함께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있다. 2024. 07. 31 [EPA=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이스라엘에 "피의 복수"

이란의 현실적 타격 방안은 마땅치 않아

 

하지만, CNN 등 서방 언론들은 이란 최고 지도부의 '피의 복수' 다짐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을 타격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의 핵심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잇달아 큰 타격을 입었고, '저항의 축'의 구심점인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도 자국 수도에서의 공격도 막지 못하는 등 대응 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는 대국민 연설에서 "3주 전 우리는 하마스 군사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를 공격했다. 2주 전엔 후티(예멘 반군)를 공격했다. 어제는 헤즈볼라 군사 지도자 푸아드 슈르크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사관 폭격으로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가 사망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300여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지만, 이 중 99%가 이스라엘 방공망에 가로막히며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진 못했다. 그런 만큼 다시 이스라엘 본토 공습에 나서긴 부담스럽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이란이 앞서 2020년 이라크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살해됐을 당시에도 혹독한 보복을 천명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미군 기지에 대한 제한된 타격에 그친 바 있다고 짚었다.

전면전은 택하기가 더 어려운 방안이다. 뭣보다 오랜 기간의 제재로 인해 이란 경제가 파탄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즈볼라나 예멘 후티를 뒤에서 조종하는 게 전부일 수 있다고,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봤다.

 

* 31일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 시위대가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하니예 암살에 항의해 미국, 이스라엘, 영국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2024. 07. 31 [AP=연합뉴스]

 

 

아랍·이슬람권서 이스라엘 규탄 시위 확산

파키스탄선 미국·이스라엘·영국 국기 불태워

 

아랍·이슬람권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선 31일 저녁 이스탄불 거리에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살인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 떠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하니예 암살을 성토했다. 시위대는 하니예의 사진과 '순교자 하니예, 예루살렘은 우리의 대의이며 당신의 길이 우리의 길'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행진했다.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에서는 수백 명이 '무슬림은 승리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하니예, 당신의 피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석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도 1000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반이스라엘, 반미 구호를 외쳤다.

 

국제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랍·이슬람권 국가들과 중국, 러시아 등은 하니예의 암살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서방 진영 국가들은 확전을 우려하며 보복 자제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은 "암살을 인지하고 있거나 관여하지 않았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고 말해, 하니예 암살이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이 실행한 작전이 아닌가 하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필리핀을 방문 중이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하니예 암살에도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 외교를 위한 공간과 기회는 항상 있다"라고 답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성명에서 "하니예에 대한 비열한 살인을 규탄한다.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평화를 달성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면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막지 않는다면 중동은 더 큰 규모의 분쟁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 외무장관도 'X'에서 "이스라엘의 암살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극악무도한 범죄이자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다"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하니예의 사망으로 이어진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하마스와 파타 등 팔레스타인 14개 정파를 초청해 화해를 중재한 중국의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암살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라면서, 추가 확전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3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이란에서 발생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하니예 암살 사건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이란의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대사. 2024 07. 31. [EPA=연합뉴스]

 

 

 

이란, 안보리서 "확전 위한 극악무도 행위"

이스라엘 제재 촉구…암살 배후 미국 지목

 

이날 오후 4시 뉴욕 유엔 본부에선 하니예 암살 사건을 논의하기 위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이란과 중국, 러시아, 레바논 등은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특히 이란의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대사는 이스라엘군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암살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라바니 대사는 "이번 암살 행위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며, 지역 전체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안보리가 이런 극악무도한 행위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되며, 제재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페다 압델하디 나세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차석대사는 이번 암살시도를 비난하는 한편, 이란과 아랍국가들의 주권 침해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학살 전쟁을 모두 규탄했다.

레바논의 하디 하셈 차석대사는 "범인은 이스라엘 정부와 그 총리이며, 희생자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이라며 "목표는 재앙적인 전쟁에 이스라엘의 동맹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현재 상황이 중동지역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푸충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가자지구의 휴전 협상 불발을 긴장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주요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이 전쟁의 불길을 잡기 위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로버트 우드 차석대사는 하니예의 암살에 미국이 관여했다는 이란의 의혹 제기를 일축하고, 이스라엘의 독자적 대응이라고 주장한 뒤, 헤즈볼라와 다른 테러 조직에 대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재확인했다.

이날 안보리 긴급회의는 이란이 요청하고, 7월 의장국인 러시아와 중국, 알제리가 이를 지지하면서 소집됐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