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V2’가 아무하고나 연락할 때

道雨 2024. 9. 27. 10:06

‘V2’가 아무하고나 연락할 때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 거래’ 의혹과 여기에서 파생된 ‘김건희 여사 역할론’은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김 전 의원이 2022년 보궐선거 당선 뒤, 1년여 동안 정치컨설턴트 명태균씨에게 세비 절반을 상납했다는 폭로는,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도 누군가에게 ‘삥 뜯길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끌어냈다.

이는 ‘얼마나 큰 약점을 잡혔길래’라는 합리적 의문으로 이어진다.

 

김건희 여사를 계속해서 언급하는 명씨의 통화 녹음과 “누구 덕에 공천받았냐”고 김 전 의원을 다그쳤다는 증언까지 종합하면, 김 전 의원 공천 과정에 김 여사의 역할이 있었다는 주장은 의혹을 넘어 확신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공천 개입인지 미수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 권한이 없는 대통령의 배우자가 외부인과 공천 관련 소통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게다가 사람을 가리지 않는 김 여사의 전방위 소통 ‘흔적’은 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증명할 결정적 물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사” “사모”가 반복해 등장하는 통화 녹음과 앞뒤 정황은 김 여사를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돌아보면 10년간 정계를 떠났던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받은 것부터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뉴스토마토 보도를 보면, 명씨는 당시 공천을 앞두고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데”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는 뜻이다.

김 전 의원은 이후 국민의힘 ‘텃밭’에서 무난히 당선됐고, ‘공천 보은’을 거론하는 명씨에게 세비를 갖다 바쳤다.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 2월18일 밤, 명씨가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라며, 후속 조처에 나서는 내용의 녹음도 공개됐다. 이날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컷오프 대상을 발표하기 하루 전이다.

명씨 말대로 “여사가 직접 전화”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앞서 김 여사와 자신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김 여사의 육성이나 문자메시지 등 ‘실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정치 공방으로 흐를 수도 있다. 다만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명씨와의 교류가 보여주듯 ‘브이투(V2)’의 왕성한 소통 욕구와 그에 따른 후과다. 김 여사는 대통령실 참모를 비롯해 정치권, 언론계, 문화계 등 각계 인사들과 거리낌 없이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김 여사의 문자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읽씹’ 했다는 논란은, 대통령 배우자가 공적 조직을 통하지 않고 비대위원장과 직접 소통을 시도한 ‘월권’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어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김 여사와의 ‘57분 통화’ 사실을 밝혔고, 윤 대통령의 ‘멘토’라는 신평 변호사도 “나도 전화를 받았다”고 커밍아웃했다.

 

게다가 김 여사의 개인 전화번호가 널리 알려진 탓에, 김 여사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여사는 이들에게도 ‘꼼꼼히’ 답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명품백 수수 의혹 역시 동향임을 강조하며 접근한 최재영 목사와 교류하다 벌어진 일이다.

대선 기간에는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한 이른바 ‘7시간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번엔 명씨와 공천 관련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앞으로 김 여사가 연루된 ‘문제적’ 통화나 메시지가 추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내용에 따라 그 파괴력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쯤 되면 대통령실이 사실관계를 밝히고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거래’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공천도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냐”고 했을 뿐, 추가 의혹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김 여사가 명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사실인지, 사유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하지만, 누구도 김 여사에게 차마 물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김 여사의 무분별한 소통 역시 사전에 관리되었어야 마땅하나, 누구도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여사 리스크’를 논의하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 요청까지 거부했다. 제2부속실 논의는 ‘널찍한 공간’이 없다는 핑계로 뒤로 밀렸다.

‘사랑꾼’ 대통령의 방임이 김 여사를 정국의 시한폭탄으로 만들고 있다.

 

 

 

최혜정|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