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뺏긴 영토 포기하고 EU·나토 가입시켜 전쟁 끝내자

道雨 2024. 10. 2. 12:36

뺏긴 영토 포기하고 EU·나토 가입시켜 전쟁 끝내자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빨리 끝내기 해법

누가 먼저 쓰러지나? 장기 소모전 “전략을 바꾸자”

“무엇을 ‘승리’로 볼 것인지부터 다시 생각하라”

“이기려면 지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라”

이대로 가면 먼저 지쳐 쓰러질 쪽은 우크라이나

 

*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0월 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진행 중이던 리비우의 국가 "수호자의 날"에 리차키프 묘지에서 전사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2024.10.1. AFP 연합뉴스

 

 

 

지난 9월 30일 러시아는 자국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 ‘재통합의 날’ 2주년을 자축하는 행사를 떠들썩하게 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들 4개 주를 “역사적인 조국 러시아로부터 영원히 떼어내려 했다”며, 침공을 정당화하면서 그것을 막는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날은 2년 전인 2022년 9월 하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중남부의 자포리자, 남부의 헤르손 등 4개 주에 대해 러시아 편입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압도적 다수가 찬성했다”며, 이들 각 주의 수장들과 푸틴이 ‘합병’ 문서에 서명한 날이다.

 

 

러시아의 우크라 동남부 4개 주 합병 2년 뒤 상황

 

푸틴은 이날 또 10월과 내년 1월 사이에 13만 3000명의 벙력을 증원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병력을 늘리기 위해 지난 4월 징병연령 하한선을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법안에 서명했다.

두 나라 모두 심각한 병력부족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인구가 5배나 많은데다 자원 수출로 번 돈을 병력 확보에 쏟아붓고 있는 러시아 형편이 더 나은 편이다.

 

무기 조달에서도 러시아가 유리하다. 우크라이나의 무기 생산력은 매년 3배씩 늘고 있으나, 정부의 재정 능력은 자국 내에서 그렇게 생산된 무기의 절반밖에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다. 군수산업도 잠재력의 3분의 1밖에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전쟁능력 붕괴를 노린 러시아의 집요한 발전 및 송전시설 공격으로, 장시간 정전이 일상화될 정도로 전력사정도 좋지 않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발전시설의 약 80%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제기능을 상실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국들의 국내 여론도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말 이후 지금까지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활공탄 등의 무기 생산량을 7배로 늘렸다. 북한의 탄약과 미사일,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도 대거 수입하고 있다. 중국제 첨단 부품들도 대량 유입되고 있다. 내년에도 우크라이나 전비를 30%나 더 늘릴 예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크라이나 쪽이 장기전망에서도 불리하다는 관측이 많다.

 

* 우크라이나 전쟁.   GETTY IMAGE   '이코노미스트' 2024년 9월 26일

 

 

 

누가 먼저 쓰러지나? 장기 소모전 “전략을 바꾸자”

 

누가 더 오래 버티나?

어느 쪽이 먼저 쓰러질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 쪽이 먼저 백기를 들지를 가리는 장기 소모전이 돼 가고 있다. 서방에서 이런 전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략과 전쟁 수행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기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9월 28일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잘못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동맹국들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The war is going badly. Ukraine and its allies must change course.), 그리고 9월 26일 기사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다”(Ukraine is on the defensive, militarily, economically and diplomatically)는 것이 그런 기사들이다.

 

* 2023년과 2024년 우크라이나 전장의 변화.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가 약간 전진히고, 북쪽 쿠르스크 쪽으로 우크라군이 진입한 것(푸른색) 외에 큰 변화는 없다. 연분홍색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 영토.  '이코노미스트' 2024년 9월 26일

 

 

 

“이기려면 지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라”

 

28일 기사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지원국들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먼저 그들이 지금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진로 수정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동남부 4개 주와 크림반도를 ‘탈환’해야 하며, 서방의 충분한 지원만 있으면 탈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잃어버린 영토를 모두 탈환하기 전에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입밖에 꺼내지도 말라는 법까지 제정해 놓고 있다.

 

젤렌스키 정부와 다수의 우크라이나인, 특히 나이 든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런 신념 또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26일 기사에 따르면, 징병당할 걱정이 없는 60세 이상의 노년층의 54%가 물러서지 않고 싸우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데 비해, 젊은층은 그 비율이 31%에 그쳤다. 장년층의 60%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우선적인 징집대상인 18~25세 젊은층은 40%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당한 조건만 충족된다면 전쟁을 그만두자는 여론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고 재건 자금이 유입된다면, 지금의 전선을 인정하겠다, 곧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포기해도 좋다는 우크라이나인 비율이 38%로 올라갔다.

나토에 가입하고 재건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면 지금 상태를 받아들이겠다는 여론은 47%에 이른다.

그리고 크림반도와 도네츠크, 루한스크 주를 포기하더라도, 자포리자와 헤르손 두 주만 다시 확보한다면 전쟁을 끝내도 좋다고 대답한 비율은 57%나 된다.

 

77%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으로 친구나 지인이 죽었고, 친척 중에 사망한 사람이 있는 우크라이나인도 22%나 된다. 인구의 20%인 650만 명이 국외로 피난갔으며, 60% 이상이 전쟁으로 수입이 줄어 생활난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젤렌스키 지지율도 예전 80%에서 45%로 떨어졌다.

 

 

우크라 ‘완전 승리’ 포기하고 목표 재설정해야

 

기사는 지금까지 양쪽 모두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입었고, 특히 병력 손실(사상자)에서 1 대 6의 비율로 러시아가 더 큰 손실을 입고 있지만, 상황은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으로 수세에 놓여 있다면서, 잃어버린 영토를 모두 탈환하겠다는 ‘완전 승리’ 노선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에게도 좋다고 주장했다.

 

지금 독일과 프랑스 등 우크라이나 주요 지원국들의 우파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이 돈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고,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그가 우크라이나를 푸틴에게 팔아넘길 수도 있다는 것을 그의 최근 발언들은 시사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거의 협박처럼 들리기도 한다.

 

* 10월 1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국가 "수호자의 날" 기념 행사에 참석한 부상당한 우크라이나 군인들. 2024.10.1 AFP 연합뉴스

 

 

 

“무엇을 ‘승리’로 볼 것인지부터 다시 생각하라”

 

노선 수정을 위해서는 어떤 것을 ‘승리’로 볼 것인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 푸틴의 러시아가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영토 확장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서방체제에 편입돼 번영하는 걸 저지하는 것이라고 기사는 주장했다.

따라서 그런 푸틴의 야심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의 탈환을 일단 유보하고 장래의 목표로 재설정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를 유럽연합(EU)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시켜야 한다고 했다.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인정해 주는 대신 우크라이나를 EU와 NATO에 가입시키자는 것이다.

잃어버린 영토 탈환을 포기하고, 지금 상태로의 우크라이나를 EU와 NATO에 가입시켜 안정화시키는 것이 낫다는 논리다. 그것이 서방을 기약없는 소모전 지원에서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자칫 우크라이나 전체를 상실하게 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젤렌스키 정부는 자국민을 설득하고, 미국 바이든 정부는 젤렌스키와 푸틴, 그리고 서방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점령 영토 승인과 맞바꿔도 좋다고 생각할지, 또 NATO에 가입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또 다시 받게 될 경우 다른 NATO 가맹국들이 그것을 자국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하고 집단방어에 나서도록 의무화한 NATO 헌장 제5조 조항 등의 문제 때문에 회원국들이 모두 동의할지, 간단치 않은 일이지만 양 당사국과 세계 모두를 피폐로 몰고가는 기약없는 장기 소모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NATO 가입은 1955년에 서독의 가입, 그리고 평화시에 가맹 외국군대를 주둔시키지 않고 가입한 1949년의 노르웨이 사례도 있는 만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단 제외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할 수 있으며, 그 일을 바이든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식으로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방치하면서 사실상 팔아넘기는 것은, 푸틴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대로 가면 먼저 지쳐 쓰러질 쪽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는 서방의 지원 아래 지속적인 공세를 통해, 푸틴체제를 정치,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하게 만들어, 그를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객관적 상황은,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가 먼저 그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서방 일각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불리한 처지에서 원치 않는 종전 협상을 벌여야 할 상황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쪽도,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라는 것이다.

 

전쟁 초기 최전선의 양쪽 병력 수가 45만 대 54만으로 러시아가 우세했던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 현역병의 5~10%가 무단이탈 상태고, 병역 기피를 부끄러워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30%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8월 중순에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 주 공격도, 동남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끌어내 분산시키겠다는 바람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쿠르스크 쪽으로 병력을 크게 분산시키지 않고, 포크롭스크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러시아가 그 지역을 장악할 경우, 그 서쪽 대평원지대가 위험에 노출되고, 러시아는 더욱 유리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격으로 푸틴은 허를 찔렸으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더 깊숙이 진군해 들어가기는 어렵다. 동남부 방어군을 빼내 러시아에 대거 투입하기 어렵고, 제한적인 군사목표물 공격 외에 본격적인 러시아 중심부 공격을 허용치 않는 서방의 군사지원 제한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로 전선을 확대하기는 어렵다.

서방은 러시아의 핵공격 위협뿐만 아니라, 예멘의 후티 반군을 지원해 대규모 서방 물동량이 통과하는 홍해의 항행을 교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한다.

 

 

러시아 사정도 좋지 않다

 

그렇다고 러시아쪽 사정이 양호한 것도 아니다. 포크롭스크 등을 공략하고 있는 러시아의 전진 속도는 점차 떨어져 왔으며, 최근 더욱 느려지고 있다. 포크롭스크 공략에 앞으로도 몇 개월 이상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

포크롭스크에 이어 드니프로, 오데사 등의 대도시들이 조만간 러시아군 손에 들어갈 것이라던 우려는 잦아들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태세도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점령당한 영토를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를 EU와 NATO에 가입시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 빨리 전쟁을 끝내자는 서방 쪽 주장은,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점점 더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승동 에디터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