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지지성향 분석 문건', 이준석한테 전달됐다
명 지시로 작성된 '국힘 당원 1만 1495명' 정보
강혜경 "안심번호 별로 지지성향 모두 기재했다"
전문가 "경선 조작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사용처가 '여의도리서치'일 수도 있다고 의심"
명태균 씨 지시로 작성된 '국민의힘 당원 지지성향 분석' 문건이 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을 앞두고 당시 당 대표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책임당원 자동응답(ARS) 투표를 담당했던 여론조사업체 여의도리서치에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도 제기돼, 용처에 대한 의심도 키우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6일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을 목전에 놓고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명 씨는 안심번호가 부여된 56만 8000여 명의 국민의힘 책임 당원 명부를 홍준표 캠프 측으로부터 입수했다.
해당 명부는 윤석열·홍준표·유승민 등 각 후보 캠프에 제공됐다. 국민의힘은 당원 명부가 유출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무감사에 착수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10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 간 국민의힘 당원 11만 7829명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3450명이 답했다. 10월 21일 실시된 2차 조사에는 당원 13만 9156명 가운데 5044명이 설문에 응했다. 10월 28일 실시된 3차 조사는 당원 3만 8523명 가운데 3001명이 응답을 마쳤다. 3차 조사는 일반 국민(3012명) 대상과 별도로 진행됐다.
<뉴스토마토>는 1차 조사 응답자 전원의 지지성향 분석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을 두고 강혜경 씨는 "명 씨 지시로 성향 분석 문건을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문건에는 050으로 시작되는 안심번호 별로 성별·연령·지역 등의 신상 정보와 함께 본선 경쟁력과 후보 별 가상대결 결과가 정리돼 있다.
강 씨는 "2차, 3차 조사도 안심번호 별로 지지 성향이 모두 기재됐다"며 "1차, 2차, 3차 모두 조사 대상이 달랐다. 1차에서 실시하지 않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2차, 1차와 2차에서 실시하지 않은 대상들을 대상으로 3차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명 씨가 국민의힘 당원 1만 1495명(안심번호)의 신상 정보와 지지 성향이 담긴 문서를 가진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한 여론왜곡 방식은 지난달 31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단독] 국힘 제공 안심번호로 대선 여론 조작 가능했다'에서 보도한 바 있다.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명 씨가 입수한 자료를 받아 분석해 안심번호 당원 명단만으로도 누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문건에서 '0503'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 명단은 김**, 이** 등 비실명처리된 이름과 함께 '남성, 서울, 종로구' 등 각 안심번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이 있었다. 그가 책임 당원인지 전당대회 대의원인지 여부까지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구분돼 있었다. 이 덕분에 해당 안심번호 주인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인지 파악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회(KSOI) 강철구 대표는 "전문가들은 처음 접하는 2차 가공 데이터"라며 "활용하지 않을 의도라면 이렇게 별도의 지지 성향을 문서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어떤 목적으로 만들고,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는 "명 씨 전력을 보면 별도의 오염된 표본을 만들려고 한 것 같다"면서 "경선 조작에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이를 '표본 쿠킹'으로 칭한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 사전에 표본을 조작하는 작업을 뜻하며, 이를 토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불법이다.
미래한국연구소는 검증되지 않거나 오염된 표본을 활용한 여론조사로 법적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정체가 불확실한 전화번호 데이터를 활용해서 2020년 총선과 2020년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세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16건의 표본 조작 사례가 적발됐다.
미래한국연구소는 2019년 4월 재보궐선거와 21대 총선, 2021년 4월 재보궐선거, 2022년 지방선거까지 총 4건의 선서에서 8건의 위법 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고발 4건, 과태료 1건, 경고 3건의 처분을 받았다. 표본의 대표성 미확보가 주된 이유였다.
2021년부터 이준석-명태균 인연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명 씨 지시로 작성된 국민의힘 당원 지지성향 분석 문건은 이준석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이 이를 어디에 활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 의원과 가까웠던 모 전 의원은 사용처로 여의도리서치를 의심했다.
명 씨는 이준석 돌풍이 있었던 2021년 6·11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운 바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명태균 게이트'의 시작을 알렸던 2024년 2월 29일 칠불사 회동 등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은 책임당원 투표 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책임당원 투표는 모바일 투표(K-보팅, 누적 투표율 54.59%)와 전화 투표(ARS, 누적 투표율 63.89%)로 진행됐다. 2021년 11월 1일과 2일 모바일 투표가 이뤄졌고, 3일과 4일에는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전화 투표가 실시됐다.
각 후보 캠프에 전달됐던 안심번호가 그대로 사용됐으며, 조사 기관은 여의도리서치 1곳이었다. 책임당원으로 이뤄진 선거인단 63.89%가 최종 투표를 마쳤다. <뉴스토마토>는 "당원 투표 결과는 합산해서 발표됐을 뿐 모바일 투표와 전화 투표 별 득표율은 각 후보 측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한 예비후보 캠프 고위 관계자는 "최종 결과만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서버를 비롯한 관련 데이터도 현재 남아있지 않다. 본경선이 끝난 뒤,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어 곧바로 관련 데이터를 파기했기 때문이다.
<뉴스토마토>는 "당시 책임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세부 결과를 확인한 건 당대표를 비롯해 제한된 소수에 불과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정홍원 위원장, 한기호 부위원장, 성일종 위원, 국민의힘 기조국 소속 당직자,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실장 등만이 결과지를 확인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기호 부위원장은 당시 이준석 당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당 사무총장이었다. 한 관계자는 "보안성 자료이기 때문에 한 번도 파일 형식으로 건네지지 않았다"며 "핸드아웃(수기 형태의 문서)으로 전달됐다"고 했다.
김민주 기자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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